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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케치 Jan 20. 2018

잘 산다는 것

가리워진 길 1987

비 내리는 날, 영화 보고 막걸리 한잔했다. 잔을 부딪치며 친구와 한마디 나눈다. “우리 잘 살고 있는 걸까?”

막걸리 한 잔을 쭉 들이킨다. 그리고 빈 잔을 서로 채우며 다시 묻는다. “잘 산다는 건 뭘까?” 친구가 답한다.

“이렇게 한잔 마시면서 하고픈 이야기 나누면 잘 사는 거야”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영화 Life is beautiful을 보면 저마다의 삶은 아름다워야 하는데 우리네 삶은 왜 이렇게 힘든 것인지, 내 비스킷 통은 쓰고 아프고 어려운 것만 있는지 화나고 억울할 때가 종종 있다. 참고 참았다가 힘들다 말하면 지금보다로 시작하는 옛날 옛적 이야기에 혼나곤 한다. 그래서인지 오늘날 청춘은 가리는 것에 익숙해져 간다. 혼나기 싫어서인지, 쿨해보이고 싶어서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참 많이 가린다. 먼저 자신을 가린다. 힘든 자신을 가리고 외로워도 웃는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신경 쓰고 어떻게 들릴까 고민한다. 사실 뭐라고 말해야 좋게 들릴까 고민한 적이 누구든 있다. 설레는 이에게 메시지 하나 보내기 위해, 마음 속 담아둔 이야기를 털어내기 위해, 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청춘이 어떻게 들릴까 고민하고 있다. 어쩌면 본연의 모습이, 그리고 소리가 언제부터 부끄러워졌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우리는 타인을 의식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어느 순간 전화보다는 생각할 시간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선호하게 된 것일 수도.. 이렇게 자신을 가리고 나선 가고자 하는 길을 가린다. 하루하루 무언가 포기하고 누군가와 이별하며 사는 우리에게 묻고 싶다. 자신을 가리고, 가고픈 길마저 가린다면 그 삶은 도대체 누구의 삶이냔 말이다. 경제 용어에 한계효용이라는 말이 있다. 소비량을 늘릴 때 소비에서 느끼는 만족감이 변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치킨 한 마리를 처음 먹을 때 추가로 한 마리 더 시켜 먹을 때 치킨의 가치 즉 만족도가 점차 낮아지는 것과 같다. 물론 한계효용이 증가하는 소비재도 있다. 하지만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소비재 대부분은 한계효용이 점점 낮아진다. 따라서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추면 소비를 통한 삶의 만족도는 수렴하게 된다. 그럼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질문에 대한 답으로 너에게 이렇게 묻는다. 모은 돈으로 무엇을 할 거니? 잘 산다는 것은 잘 쓰는 것이다. 생활과 시간을 통제하여 모은 돈으로 책 사거나, 치킨 먹거나, 여행 가거나, 내 집 마련하거나, 연극 보거나, 레슨 받거나 등등 네가 하려는 길에 쓸 때 너 잘 썼다. 너 잘 산다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말해 삶에 목적이 있는 청춘은 잘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가려는 길을 가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대여 힘이 돼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유재하, 가리워진 길中 삶이라는 사각의 링 위는 조명이 너무 밝아 관중석이 보이지 않을 뿐 관중석에서는 너의 고민과 한숨 그리고 아픔에 응원을 보내고 있다. 혼자라 생각하지 말아라. 당당하게 그 길을 걸어가자. ps. 막걸리 뒷이야기를 더 말하자면 그 날 두 주전자를 마셨다. 우리가 잘 사는 것, 어쩌면 그것만이 이 땅의 자유를 만들어 주신 청춘에게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아 가는 거라고 잔을 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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