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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혼자 감당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할 때

요양원과 요양병원 사이에서

부모님을 모신다는 건, 사랑이라는 말로 다 표현되지 않아요.
처음에는 그냥 내가 조금 더 힘을 내면 될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하루하루, 주위 사람들과 싸우고 심지어 자식들에게까지 돈을 가져갔다고 한다던가 자식의 연을 끊자고 하는 모습 속에서 점점 지쳐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저는 조금씩 깨달았어요.

‘이제는 나 혼자만으로는 어렵겠구나.’

그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그날부터 저는 요양원과 요양병원, 두 길 사이에서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괜찮다고 믿었던 날들, 그러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할 때


아침에는 소리지르고 화를 내다가 저녁쯤엔 조용히 사그러드는 어머님을 뵈면서
마음이 크게 흔들렸습니다. 공항장애까지 겪는 동생을 바라보며 나 자신도 어찌할바를 몰랐습니다.

그때 한 상담사가 제게 조용히 말했어요.
“보내는 게 아니라, 함께 돌보는 방법을 바꾸는 거예요.”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어요.
요양원과 요양병원 중 어디가 더 나은가보다,
지금 부모님께 어떤 돌봄이 더 필요한지를 묻는 게 중요하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elderly-man-assisted-by-family.jpg 두 길 중 하나를 고르는 일, 결국은 사랑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법이었어요.”


요양원과 요양병원, 그 사이의 사랑


이름은 비슷하지만 두 곳의 역할은 달라요.
요양원은 생활 중심의 돌봄,
요양병원은 의료 중심의 치료를 제공합니다.

요양원에서는 식사, 위생, 정서적 케어 같은 일상 지원이 중심이고,
요양병원은 의사와 간호 인력이 상주하며 치료와 재활을 함께 합니다.

어르신의 건강 상태가 안정적이라면 요양원이,
의학적 관리가 계속 필요하다면 요양병원이 더 어울립니다.

검색창에 ‘요양원 요양병원 차이’를 입력했던 그날,
저는 결국 ‘사랑의 차이’를 배웠어요.
누군가를 지키는 방법이 달라질 뿐, 마음의 본질은 같았으니까요.


elderly-insurance-paperwork-assistance.jpg.png 서류 너머로 보이던 건, 누군가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현실의 온도 — 비용과 조건, 그리고 복지로


돌봄의 현실은 언제나 숫자로 다가옵니다.
요양원비용은 월 80만 원에서 150만 원,
요양병원비용은 100만 원에서 200만 원 정도로 들었어요.
의료보험이나 장기요양보험이 적용되면
본인부담금은 보통 10~20% 수준이라고 해요.


요양원은 장기요양등급(1~5등급)이 있어야 입소가 가능하고,
요양병원은 의사 진단서만으로도 입원이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복지로(bokjiro.go.kr) 사이트를 통해
장기요양급여 신청부터 시설 조회, 지원제도 확인까지 한 번에 할 수 있었어요.
서류를 준비하고, 방문조사를 받고, 등급을 기다리는 과정이 길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마음 한켠이 놓였어요.
‘이제는 내가 혼자가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거든요.


죄책감보다 안도감으로, 부모님을 사랑하는 또 다른 방법


요양원을 알아보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이건 부모님을 멀리 보내는 게 아니라
부모님을 더 안전하게 모시기 위한 결정이라는 걸요.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에서
요양보호사님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시던 부모님의 모습.
그 장면 하나로 충분했어요.
사랑은 그렇게, 모양을 바꿔 계속 이어지고 있었던 거예요.


daughter-holding-elderly-hand.jpg.jpg “사랑은 모양을 바꿔 계속 이어집니다.”-이제는 혼자 감당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할 때

사랑의 전환, 그리고 다시 저에게로


요양은 포기가 아니라 전환이었어요.
혼자 감당하려 애쓰던 시간에서
함께 나누는 돌봄으로 옮겨오면서
부모님과 저 모두 조금씩 회복되고 있어요.


이 글이 혹시 지금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 누군가에게
조용한 위로로 닿으면 좋겠어요.
당신의 선택은 이기심이 아니라,
그저 아주 깊은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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