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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피성 Oct 18. 2022

B-07 우리 동네 공원을 달려봅시다!

@CANADA


뜀박질의 세계


저는 뜀박질 세계에 입문한 지 4-5년 정도 되었습니다. 군대에서 얻어걸린 질병으로 폐기능이 좋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는데, 더 나빠지기 전에 폐활량을 늘리기 위해 조금씩 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마라토너는 아닙니다. 워낙 저질 체력이라 오래 뛰지도 않습니다. 건강을 위해 즐겨 뛰는 정도입니다. 


북미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즐겨 뛴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캐나다에 오면 그네들처럼 아침이고, 낮이고, 저녁이고, 자연을 벗 삼아 뛰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습니다. 


캐나다에 와 보니, 정말 사람들이 러닝을 즐겨합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정말 '즐겨' 뛰더라고요. 정말 허리 구부정한 할아버지도 열심히 뛰시더라고요. 제 눈에는 걷는 건지 뛰는 건지 구분이 안 가지만 그분은 정말 진심으로 뛰고 계시는 거였습니다. 제가 사는 곳이 토론토 외곽 도시 시골인데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뜁니다. 

캐나다에 도착하고 1주일 만에 첫 러닝을 했습니다. 캐나다에 오기 위해 몇 개월 미뤄두었던 러닝을 시작하고, 점점 페이스를 정상화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에 널린 공원 중에서 한 곳을 정하고 뛰기 시작하면 되었습니다. 아시잖아요. 주변에 공원이 얼마나 많은지. 날마다 다른 코스로 뛸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트랙만 보고 뛰거나 사람을 피해서 뛰느라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데, 캐나다는 경치를 보며 뛸 수가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러닝이 좋나요?


러닝의 유익은 검색하면 다 나오니, 생략하고. 개인적으로 느낀 점만 간략히 적어봅니다. 


일단 몸에서 열이 납니다.  열이 나니 땀이 나고요. 쫘~~~ 악...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어른이 되고서 이렇게 땀을 내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그다음에는 숨이 가쁩니다. 초보자라면 숨이 차서 죽을 것 같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숨이 차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요. 몸이 산소를 많이 필요로 하니까요. 폐도 열심히 일하고 심장도 열심히 일합니다. 심폐기능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관절과 근육. 저는 40살이 되어서야 뛰기 시작했지만, 더 일찍 시작할수록 관절과 근육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뛰다 보면 기록에 욕심이 생기는 시점이 오는데, 기록을 더 올리고 싶다면 근력 운동을 하게 됩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저도 러닝 때문에 근력 운동을 조금 시작했습니다. 



혼자서는 어려운데..


저는 마라토너도 아니고, 건강 유지를 위해 뛰기 때문에 무리는 하지 않습니다. 보통은 1킬로를 5분 초반대에 뛰고 주로 5km를 뜁니다. 그러면 30분 이내를 뛰고 10분 정도는 땀을 식히며 집으로 걸어옵니다. 대신에 매번 러닝을 기록합니다. 손목에 워치 하나면 모두 기록해 주니 좋습니다. 한국에서는 대도시 외곽의 시골에서 살았기에 늘 혼자 뛰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다른 사람들과의 함께 뛰기가 가능할까 해서 찾아봅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러닝의 세계는 너무 넓어서 세계 곳곳에 러닝 클럽이 있습니다. 캐나다 우리 동네에도 왠지 러닝 클럽이 있지 않을까 해서 검색해 봅니다. 역시나 있더라고요. whitbyrunninggroup. 인스타 계정이 있어서 왠지 대표인 것 같은 분께 메시지를 보내 보았습니다. 


'영어 못해도 괜찮나?' '당연히 괜찮다! 일단 와 보라!'


그래서 갔습니다. 주중 목요일 저녁 6시에 매주 뛰는 그룹이었습니다. 함께 모여서 인사하고, 이야기하면서 스트레칭하고, 코치가 단체 사진 찍고 출발합니다. 코치가 선두 그룹을 이끌고, 나머지는 따라 뜁니다. 물론, 서로 이야기하면서 뛰는 무리, 유모차 무리, 애들 인라인 무리 다양합니다. 시작은 같지만, 그 여정은 모두 다릅니다. 환대해 주어서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두 번쯤 뛰었을 때, 차질이 생깁니다. 아이들과 아내의 일정을 고려하니 저녁시간을 이용하기가 조금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파크런?!


네, 그러는 와중에 파크런을 알게 됩니다. 저는 그냥 공원에서 뛰면 파크런인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영국에서 시작한 유명한 러닝 행사더라고요. 


간단한 소개는 위키피디아의 소개로 대체합니다. ( https://en.wikipedia.org/wiki/Parkrun)

Parkrun (stylised as parkrun) is a collection of 5-kilometre (3.1 mi) events for walkers, runners and volunteers that take place every Saturday morning at more than 2,000 locations in 23 countries across six continents.[1] Junior Parkrun (stylised as junior parkrun) is a spin-off event that provides a 2 kilometres (1+1⁄4 mi) event for children aged 4–14 on a Sunday morning. Parkrun events are free to enter and are delivered by volunteers, supported by a small group of staff at its headquarters.


그래도 제 체험을 기반으로 간단히 소개하면 매주 토요일 아침 9시에 모여서 5km를 자유롭게 뛰거나, 걷거나 하는 행사입니다. 자원봉사자의 헌신(정말입니다)으로 매주 진행됩니다. 가장 놀라운 점은 개인의 기록을 측정하고, 유지해 줍니다. 와우!


영국에서 시작되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캐나다에서는 42곳의 공원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희 동네도 5년 전쯤에 시작되어 아래 사진처럼 지난주까지 191번째 러닝이 있었네요. 



처음에 먼저 간을 보기 위해 가보았습니다. 물론 사전에 등록을 하고, 기록 측정을 위한 바코드를 출력해갔습니다. 10분 전쯤 도착하니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무리에 몰래 끼여 자연스럽게 스트레칭하고 대기합니다. 자원 봉사자 한 분이 간단한 설명을 하고, 처음 참가한 사람, 특이한 기록을 세운 사람 등등을 소개하고 박수쳐 주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리고 3, 2, 1 외치고 출발! 


러닝에 진심이신 분들은 선두에 치고 나갑니다. 그다음은 자연스럽게 조깅하는 사람, 아이 손잡고 뛰는 사람, 백발의 어르신들, 할머니들, 유모차, 반려견 등등 다양합니다. 반환점인 2.5km 지점에는 자원봉사자가 사진을 찍으며 대기하고 있습니다. 


반환점을 돌자마자 자신의 뒤에서 뛰는 사람을 죄다 볼 수 있습니다. 그때부터는 인사와 격려가 이어집니다. 서로 웃어주고, 박수쳐 주고(아이들이나, 어르신), 덕담을 건네고, (Good job! Great! Good for you! Keep going!), 숨차면 손을 들어 인사하거나 엄지척을 날려줍니다.


반환점을 돌아 피니쉬 지점에 도착하면 자원봉사자가 박수를 쳐주고 바코드를 줍니다. 그 바코드와 제가 출력해 온 개인 바코드를 자원 봉사자에게 제출하면 스캔합니다. 받았던 바코드는 반납합니다. 그리고 숨을 고르면서 뒤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박수도 쳐 주고, 서로 잘했다고 격려하고 인사를 나눕니다. 처음이었던 저는 기록만 제출하고 바로 집으로!! ㅎㅎ


토요일 점심시간쯤 되면 메일이 날아옵니다. 오늘 너의 기록이야, 확인해! 하는 메일입니다. 제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록입니다.



제가 첫날 처음부터 끝까지 백발의 어르신 한 분의 등을 보면서 뛰었는데, 기록을 보니 그분은 70대 중반이었습니다. OMG.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는데.. 이렇게 그날 뛴 사람들의 기록을 확인해 볼 수도 있습니다.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지만, 어느 나이대인지를 짐작할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파크런 때는 어린 소녀 두 명이 있길래 아빠 따라서 놀러 왔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그 소녀 중의 언니는 1등, 동생은 3등. 언니는 제가 2km를 막 지났을 때, 반환점을 이미 돌고 와서 저랑 인사했습니다. 대박이죠? 다 뛰고 나서 '너 정말 대단하다!'라고 엄지척을 날려 줬습니다. 하루아침에 그런 기록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요? 



집을 나서면 뛸 수 있다!


이쯤 되지, 파크런 홍보대사가 된 것 같네요. 아닌데.. 하하!


최근 제 아내도 뛰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은 어렵지만, 캐나다는 동네에서 충분히 뛸 수 있습니다. 집을 나서기만 하면 뛸 수 있습니다. 집을 나서기가 제일 어렵거든요. 건강을 위해서 뛰어 보는 건 어떨까요? 캐나다의 자연이 안 뛰기에는 너무 아깝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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