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이 이런 말을 종종 합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운이 좋은 덕분이었죠" 그럼 취업은 정말 운일까요? 제 답은 그렇다 입니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운도 실력도 둘다 따라야 하는게 맞지만 저는 운이 더 크다고 봅니다. 취업 성공했다고 자만해서도 안되고 반대로 취업에 실패했다고 좌절할 필요도 없습니다.
취업에 있어 '운'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저는 나의 노력이나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의 발생여부. 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씩 언급을 해보겠습니다.
내가 준비해온 그 직무가 내가 정말 최고조로 준비도가 높은 그 시점에 뜨는 경우
취업의 출발은 채용공고에서 시작됩니다. 그 채용공고는 취업준비생인 내가 주체가 되어, 나의 노력으로 만들어 낼 수 없는 영역입니다. 지금처럼 수시 상시 채용이 일반화된 채용시장에서는 항상 뜨는? 혹은 자주 뜨는? 직무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그래서 내가 준비한 특히 나의 그 준비도가 가장 높을 시점에 그 직무에 대한 채용공고가 뜨는 것만큼 큰 운은 없습니다.
저또한 HRD라는 직무로 취업하기 위해서 특히 그룹인재개발원이라는 목표가 있었던 시절에 잘 뜨지 않는 직무면서도 특히 그룹인재개발원급에서는 거의 각 그룹 계열사의 인사/교육담당자를 차출해서 쓰는 구조가 많았던 터라 공고 보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운이 좋게 제가 HRD준비를 열심히 하며 작은 경험들을 쌓아갈 때 3~4년만에 신입사원을 뽑는 그룹의 인재개발원 공고가 떳었고 1명을 뽑았던 그 자리에 합격했던 적이 있습니다. (300명 넘게 지원한 자리였던터라 운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거기 입사하고 또 3년이나 지나서야 신입공고를 냈었고, 그런거 보면 그 TO가 났던 그 해를 맞이했던 것또한 역시 운이 정말 컷습니다.
같은 그룹의 공고가 나도 내가 희망한 그 계열사, 그 직무의 공고가 떠주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입니다.
면접 조편성
월드컵에만 조편성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면접에도, 특히 신입사원 면접에서는 다수의 지원자들이 있기에 조를 편성하여 多:多 면접을 보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이 조편성은 역시나 내 의지로 내가 임의로 편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회사 인사팀에서 짜주죠. 우리조에 엄청난 실력자가 포진하느냐, 엄청 말을 잘 하는 사람들이 다 몰리느냐 등의 여부는 운의 영역이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이건 인사팀도 모릅니다. 종이로 거른 서류이기에 누가 말을 잘하고 면접을 잘 볼지를 어찌 알고 균등하게 편성을 하겠습니까. 불가능하죠. 운입니다.
제 사례를 또 들면, 첫 취업을 했을 당시에 4인1조로 편성이 되었었는데 저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이 전부 다 저보다 좋은 학교를 나온 수재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학벌들이 훌륭했던거에 비해서 긴장들을 한건지 원래 그런 성격인지 벌벌벌 떨면서 말을 심하게 더듬는 사람, 너무 잘난척을 해서 듣는 사람이 다 불편할 정도였던 사람, 면접 준비는 제대로 한건지 질문 마다 어쩌다 한번도 아니고 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 부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등등으로 일관했던 사람들과 함께 면접을 봤습니다. 저는 중간만 했던거 같은데 최종면접때 봐보니 넷 중에 저만 최종면접에 올라왔더군요. 운이 좋았다고 할 수밖에요.
컨디션이 좋은 면접관
면접관도 사람입니다. 전날 야근을 심하게 한 면접관, 전날 늦게까지 과음을 한 면접관, 일이 너무 많아서 내 서류를 채 다 읽어보지도 못하고 면접장에 들어온 면접관, 집안 대소사가 있어 채용자체에 관심을 둘 겨를이 없는 면접관, 막말 성희롱성 발언을 하는 악질 면접관, 이제 막 팀장을 달아서 태어나서 처음 면접에 들어와서 사람 볼 줄 모르는 초보 면접관 등 여러 가지 종류의 안 좋은 면접관을 만날 우려도 항상 존재합니다. 이런 면접관을 피하는 것은 나의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컨디션 좋은 정상적인 면접관을 만나는 것 또한 운의 영역인 것이지요.
예비 합격자
기업마다 최종 합격자를 배출하면서 요새는 마치 대학교 입시처럼 예비순번을 부여한 예비합격자를 따로 발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도 운이 작용합니다. 예비 앞번호 까지 받은 것은 본인 실력이겠으나 최종적으로 이 힘든 취업난 속에서 앞 사람이 '복수의' 회사를 붙어주면서 동시에 나머지 하나를 포기한 그 회사가 내가 기다리고 있는 '그 회사'가 될 그 확률. 나의 입장에서는 어찌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이건 제가 직접 겪은 케이스는 없지만 예비합격으로 합격한 합격자들을 보면 정말 운이 좋았다고 스스로들 말하는 경우도 많고, 사족으로 이런 경우가 희안하게(?) 훨씬 더 회사를 오랫동안 정붙이면서 잘 다니기도 합니다.
그 밖에도 취업에 있어 여러가지 운적인 요소들은 많이 작용합니다. 어떻게 보면 참 잔인한 게임이기도 하죠. 그렇다고 행운만 바라라는 뜻은 당연히 아닙니다. 자신에게 행운이 찾아와서 숟가락으로 합격기회를 신이 떠먹여 줘도 이걸 내차는 경우도 허다하죠. 본인의 준비가 잘 안되어있으면 그렇겠죠.
그래서 뻔한말 같지만 행운이 왜 나에게만 찾아오지 않는걸까? 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항상 준비를 잘 해온 사람에게는 행운이 찾아온다는 점, 아니 정확히 말하면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는 행운이 와도 그게 행운이었는지도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취업은 분명 운이 작용한다. 생각보다 많이. 하지만 그 운을 타고 올라가느냐 그 운을 스치고 지나가느냐는 결국 본인의 몫이라는 말씀 드리면서 오늘 글 마무리해보겠습니다.
P.S 본 매거진은 오늘 30번째 글을 끝으로 매듭을 지어볼까 합니다. 앞선 29개의 글과 저의 작은 조언들을 기반으로 준비를 잘 하셔서 많은 행운이 깃드는 취업준비생들이 많아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고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