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이 난 좋아요. 후두둑 소리 들리면 이내 창가로 가요' 윤종신의 최신곡 Rainy Happy Day를 들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토요일 오후, 일주일 중 가장 좋은 시간을 고르라면 토요일 2시가 아닐까. 금요일에는 마무리 못한 일이 잔변감처럼 남아있고, 일요일에는 월요일 출근길 생각에 압박감을 느낀다. 그러니 지금 나는 일주일 중 가장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볼 수 있지. 토요일 오후 2시.
베란다 창문을 열어놓았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은 4계절마다 다르다. 6월 중순에는 강한 햇빛이 온 방안을 채웠다. 7월 여름 장마 시즌, 바로 지금은? 황색 구름으로 필터링된, 누리끼리한 조명 빛이다. 공기의 느낌도 다르다. 축축하고 가만 있어도 땀이 난다. 다만 이곳이 한여름 휴가지라고 생각하면, 쿰쿰한 냄새가 나는 열대야도 굳이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 추억의 냄새가 올라오는 이 방. 상상력의 힘.
이번주는 쉽지 않았다. 목금 휴가를 다녀왔더니 국장님이 웃으면서 요즘 바질은 일이 적나봐, 하셨다. 정말 한가했다면 억울하지 않을텐데, 이직한 후 야근이 잦고 주말에도 일하는 상황이 빈번했던지라 욱하는 마음이 먼저 올라왔다. (자랑스러운 카카오택시 VIP의 삶) 내가 이직을 잘못했나, 싶다가도 사람 다 비슷하게 살겠지 금방 체념했다. 멘탈관리가 필요하다.
뭐, 장마를 좋게 생각하는 것처럼, 궂은 일상도 좋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윤종신의 Rainy Happy Day를 들으며 생각한다. 비 내리는 하루를 쓸쓸하고 불쾌하게 받아들이기보다, 생생하고 밝게 느껴보는 것. 한 사람의 이런 시도와 흔적은 타인에게 힘을 준다. 부진한 하루는 흔하지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은 흔하지 않으니까. 그건 그거대로 의미가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