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많이 본 날은 화려한 꿈을 꾼다. 더운 날에 녹아내린 막대사탕처럼, 침대에 찐득하니 눌어붙은 채로 잠에서 깬다. 깨면 아쉬움에 뒤척이다가도, 다시 잠들 저녁을 기대하며 하루를 열심히 보내게 된다. 며칠 전에는 꿈에서 차를 샀다. 아는 차종도 거의 없으면서 어떻게 그랬을까. 차를 갖고 싶었을까, 어디로 떠나고 싶었을까. 모르겠다.
연휴에 오드리 햅번의 영화를 봤다. 마이 페어 레이디라는 뮤지컬 영화에는 주인공 엘리자가 워낙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터라 훌륭한 가창력이 필요했는데, 동일한 뮤지컬 작품의 주연 여배우가 탈락하고 오드리 햅번이 뽑히면서 여러 구설수에 시달렸다고 한다. 노래도 못하는 사람이 뽑혔다, 영화 속 노래가 모두 더빙이더라 하는 이야기가 돌았다더라.
시간이 지나고 영화가 대성하니 험담도 점차 사라졌다고 하는데, 그때까지 많은 버팀의 시간이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부시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사람에게도 그늘은 있을 수 있겠다, 혼자 우는 자리가 있을 수 있겠다 싶었다. 누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조금씩 울겠지.
인생이 영화처럼 신나고 대차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일상은 대부분 모서리가 구겨진 모양으로 우리의 신경을 거스른다. 그럴 때 우리 소소한 개미들은 외치겠지, 존버하라! 존버하라! 버티면 좋은 날이 올 테니까. 사실은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하락 곡선을 그릴 예정인데 말이다. 희망이 있어서 사는 사람들이다.
조금은 낙관적으로 살아도 좋을 것 같다. 자기가 촉이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조금은 어수룩한 척하면서 모든 게 잘 풀릴 거야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게 더 좋을 수 있겠다. 버티다 보면 만에 하나로 좋은 날이 올 수도 있으니, 웃는 모습이 행운을 가져온다고들 하니까 말이다. 다들 잘 버티면 좋겠다. 좋은 날이 올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