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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Nov 04. 2022

꼭 떠나야 힐링일까?

그냥 다 귀찮은 날이 있다. 

아무 것도 하기 싫고 밥 먹기도, 일어나기도 씻기도 귀찮은 날


침대에 누워서 커튼을 걷어보니 맑은 하늘이 쨍하게 반짝이고 있다.

날씨가 좋으면 나가서 걸어야할 것 같고, 산책이라도 가야할 것 같다.


쉬는 날에는 뭐라도 해야할 것 같은 기분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캠핑도 가보고, 템플스테이도 가고 바다도 가고 명상도 해봤다.

집에 있으면 밀린 빨래와 설거지를 모른 척하고 하루 종일 누워서 유튜브만 보기도 한다.


그러다 한심한 기분이 들어서 뭐라도 해야지. 하고 나가면 즐겁지만, 피곤하기도 하다.


몇 년전부터 가고 싶어서 노래를 부르던 노을캠핑장에 갔다.

예약하기도 힘든 곳인데, 준비할 것도 많다.

노을을 바라보며, 멍때리며 맛있는 걸 먹는 나의 모습을 상상했지만,

가려고 짐을 챙기고, 택시가 안 잡혀서 무거운 짐을 들고 한참을 걸었다. 맹꽁이 열차를 기다리고, 이윽고 들어간 캠핑장에서 불 피우고 필요한 음식들 준비하느라 어느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추워진 날씨 탓에 자고 가는 건 무리라서 (동계 캠핑에는 돈이 많이 든다.) 맹꽁이 열차 막차 시간에 맞춰 캠핑카트를 끌고 집으로 갔다.

다음에는 더 잘 준비해서 가야지.



그래도 억새철에 억새는 놓칠 수 없지! 하는 마음에 하늘공원에 갔다. 

평일이었지만 억새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맹꽁이 열차 줄을 기다리고 있었고, 곳곳에 사진찍는 사람들 모습을 보다 지쳐 구석에 자리잡고 한강을 보다  내려왔다. 


고요한 시간을 갖고 싶어서 간 템플스테이.

중간 중간 갖는 조용한 시간들이 좋았지만, 초행길에 찾아가는 것. 시간마다 맞춰서 밥 먹고, 체험하고 하느라 은근 바빴다. 


조용히 생각없이 지내려면 2박 이상은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었다. 



이벤트 당첨으로 급 가게 된 동해바다. 바다에서 요가하고 명상하는 워케이션 프로그램이라 가서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하지만 어림 없지. 한글날 연휴에 겹쳐서 ktx는 다 매진이고 숙소 구하기도 힘이 들었다. 

숙소는 간신히 좋은 곳을 구했지만, 기차표가 없어서 동서울에서 4시간을 달려서 강릉으로 갔다. 

요가매트와 비 올것을 대비해 바리바리 싸든 짐을 들고, 산 넘고 물 넘어서 도착했을 때는 비가 오기 시작했다.


우비를 입고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솔밭에서 하던 요가도 좋고, 빗소리와 함께 하던 명상도 좋았지만, 무거워진 가방과 거지꼴이 된 몸을 끌고 다시 숙소로 가는 과정은 힘이 들었다. 


다음 날에는 비는 그쳤지만, 바람이 세게 불었고, 힘들게 서울에서 부터 가져온 요가 매트를 깔고 바다를 보는데 귀에 모래가 들어갔다.


무엇을 위해 나는 꼭 멀리까지 가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 가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힐링도, 자아찾기도, 명상도 무엇도 그냥 가까이서 하면 어떨까 라고 느껴서

지난 주에는 하루 종일 잠만 잤다.


밖에 나가는 것도 에너지가 든다. 날씨가 좋은데 집에 있는 건 낭비라고 생각했지만

낭비 좀 하면 어때. 


스마트폰을 멀리 두고, 도파민에서 벗어나서 5분 만이라도 눈 감고 있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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