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글복권, 한주에 하나라도 글쓰기 #1

화장실에서 쓰러질뻔 한 순간. 여름 고통

by 평일

[잘 하고 싶어서 하기 싫은 일]

브런치를 슬렁 슬렁 쓰고 있다.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고, 쓰고 싶은 이야기가 없는 것도 없는데

자꾸 외면하게 돼.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글을 쓰려고 목표 정하고 못 지키면 벌금내는 글쓰기 모임에 들었는데 2주 연속 벌금을 냈다.

작년에 브런치 시작할 때 쓰고 싶어서 써둔 글의 목차가 끝나기도 했고, 그냥 요즘 더위에 지친 것 반, 현실도피 반으로 아무 것도 하기가 싫다.


잠으로 유튜브로 넷플릭스 속으로 도망가고는 한다. 아무런 선택과 비난이 없는 곳으로. 나는 그저 누워서 웃거나 재미 없으면 앞으로 가거나 꺼버릴 수 있는 안전한 세계.


재취업과 창업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끝나지 않는 조별 과제 같은 프로젝트팀 업무에 얼마큼 노력할 것인가 머리도 굴려보다가 그냥 잠이나 자자 하고 더위를 핑계 삼아 침대에 누워버린다.


지속적으로 컨텐츠를 만들고 싶었는데 이런저런 생각만 하다가 노트북 켜기도 전에 잠이 드네.


이왕 한다면 뭐든 잘하고 싶은데 잘 하기가 힘드니깐 그냥 시작하기가 귀찮아지기도 하고.

이것 또한 핑계인지 알지만,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 오늘 도서관에서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이라는 책을 보고 다시 한 번 써보기로 했다.


간직하면 좋은 기억이 되기도 하고, 지나치면 그냥 사라질 감정들. 어딘가에라도 기록하고 싶어서 브런치를 시작했는데, 언제나 게으름이 앞선다. 나중에 고치더라도 일단 쓰자. 써두지 않으면 나중에 없어져 버릴지 몰라. 잘 하기 전에 일단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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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 쓰러질 뻔 한 순간]


혼자 밥먹는 게 지겨울 때가 있다.

외동딸로 태어나 혼자 잘 지내는 사람이지만, 어떤 날은 정말 혼자 밥 먹기 지겨운 순간이 있다.

그럴 때는 먹방을 튼다. 떡볶이 튀김 어묵을 한 가득 먹고 있는 화면 속 모습을 보고 나도 먹고 싶어진다.

그래서 고민 고민하다가 배달의 민족을 켰다. 최소 주문 금액 14500원. 혼자 먹기에 벅찬 가격이지만, 꼭 먹고 싶어서 무리해서 시켰다. 떡볶이, 순대, 튀김, 어묵... 적당히 나눠서 먹었는데도 많이 먹게 된다.


그리고 그 날 부터 속이 안 좋았다. 어쩐지 느껴지는 안 좋은 낌새.

그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화장실에 갔는데 진짜 쓰러질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 안돼. 최소한 화장실에서 반나체에 모습으로 쓰러지면 안 돼! 필사적인 마음으로 화장실을 나와 물을 마시고 침대에 누웠다. 가끔 여름마다 오는 빈혈인지 기립성 저혈압인가 걱정이 됐다.


바깥은 한참 땡볕에 여름이었고, 코로나가 한참이다.

병원을 가는 것도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어지러움증은 코로나의 주요 증상은 아니지만 열도 느껴지고 이상증세가 있으니 코로나를 배제할 수도 없다.


일단 그날의 일을 취소했다. 같이 일하는 팀원들을 코로나 검사를 권했다. 나도 혹시나 몰라 코로나를 받고 만나는게 좋을 거 같았다. 빈혈일 거 같긴 하지만 그래도 확신할 수는 없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나름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 코로나 검사도 받고, 빈혈 검사도 받았다. 다행히 코로나는 음성이었고, 빈혈은 맞았다. 비가 갑자기 내리던 날 피를 뽑고, 며칠을 기다려 빈혈이나 내원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그동안 나는 살기 위해 철분제도 먹고 엽산도 먹었다. 물도 챙겨먹고, 철분이 많다는 얼갈이로 된장국도 끓여먹고 비타민도 챙겨 먹었다.


어지러운 만큼 더운만큼 무력감이 늘어났다.

앞으로 다가온 진로고민을 덮고 싶어서 이불을 덮고 잠이 들었다.

덮어둔채로 아무것도 해결 안 되는 걸 아는데..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다시 노트북을 키고, 하기로 한 일들을 하고, 짧게라도 다이어리를 쓰고 도서관에 갔다.


이 여름이 이 어지러움증이 지나가길 기다리기엔 너무 긴 시간이니깐.

나도 이제는 결정을 해야하고, 직면을 해야하니깐


여름엔 더워서 무기력, 겨울엔 추워서 무기력한 나지만, 그래도 조금은 더 기운내야지


지난달인가 지지난달에는 서점에서하는 매일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다. 억지로라도 하루에 10줄쓰니깐 나름의 남는 것이 생겼다. 이제는 일주일에 하나라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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