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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Feb 04. 2022

ADHD약을 5개월 먹고 생긴 변화

산만한 게 꼭 나쁘기만 할까?


성인 ADHD를 진단 받고, 약 먹은지 반년 정도 지났다.

지금도 여전히 정신없고 산만하지만, 처음 브런치에 ADHD에 관한 글을 쓸 때보다는 많이 좋아졌다.

나의 첫 정신병원 방문기


아침에 일어나면 콘서타부터 먹는다. 2번의 증량을 거쳐, 지금은 38mg 1알을 먹는다.

처음에 약을 먹을 때는 어지럽기도 하고, 너무 업됬다가 점심 이후에 확 활력이 사그라들기도 했었다.

콘서타를 먹고 커피를 두 잔을 마시면 너무 심장이 빨리 뛰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약도 적응됐고, 커피 2잔 이상 마셔도 괜찮다.

1-2주 간격으로 가던 병원도 3주에 한 번씩 가서 간단한 진료와 함께 3주치 약을 타온다.


약간의 상담. 그리고 21알의 콘서타

그간 궁금했던 질문들을 모아서 묻기도 하고, 약간의 상담도 받는다.


"오랫만에 왔는데 잘 지내셨어요?"

"네, 전에 파트타임으로 일하던 곳에 풀타임 직원 공고가 나서 지원했는데 되서 요즘 주 5일 출근하고 있어요. 집도 가깝고, 일도 마음에 들어요. 엑셀이나 정산 같은 이전에 안 하던 업무들도 하게 되서, 약을 열심히 챙겨 먹고 있어요. 꼼꼼해지려고 노력 중이에요.


새로 운동을 시작해서 복싱을 다녀요. 평일 주 5일까지 갈 수 있고, 월 17만원주고 끊었는데, 요즘 2-3일밖에 못 가서 자책하고 있어요"


"새로 일 시작한 건 정말 잘 됐어요.

운동도 한다니, 좋네요. 그리고 복싱 못 가는 거 너무 자책하지 말아요. 새로운 일도 시작해서 적응도 해야되는데, 직장인이 주 3회 이상 가기 쉽지 않죠. 사람들이 평일에 많이 못 가니깐 복싱장도 마케팅의 일환으로 주 5일까지 올 수 있게 하고 비싸게 받는 거 아닐까요?

이번 주는 주 2회 가면 다음주는 주 3회 가는 식으로 조금씩 늘려보세요.


약은 괜찮아요? 지난 번 증량했으니깐 한 달 뒤는 너무 멀고 3주 뒤에 봐요"


같은 위로지만, 의사 선생님이 해주는 위로는 조금 더 다정하고 어쩐지 안심이 된다.

계획하고, 계획을 다 못 지키는 것도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꼭 ADHD가 아니라 누구라도 조금씩 있는 부분이라고 말해주었다.


햇살 좋은 날 맛있는 걸 먹는 여유. 무기력함이 있는 친구에게 병원도 추천해주었다.

산만하거나 무기력하거나 우울할 때는 신경정신과가 도움이 되기도 한다.

ADHD에 대해 이야기하면 자기도 병원가보고 싶다거나, 상담받아보고 싶다고 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러면 나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어렸을 때부터 산만해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경우.

진료라도 받아보라고 추천해주기도 했다.


회사다니면서 논문 쓰고 나서 무력감에 빠졌다는 친구에게 음 회사 다니면서 논문까지 쓰면 당연히 정신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하면서 내가 다니는 병원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그 친구 지역에도 가까워서)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고, 아플까봐 미리 정기 검진 받는 것처럼.

어딘가 힘이 들고 무기력하거나 우울하거나, 산만해서 일상 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면

정신과에서 진료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약을 먹고 드라마틱하게 바뀌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 전보다는 선명하게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상담을 통해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

너무 과하게 자책하지 않는 법도 배웠고, 조금 더 효율적인 삶을 살게 되었다.


언젠가는 나도 선명하고, 깔끔한 사람이 되길 바라면서 다음 상담을 기다려본다.


나의 첫 정신병원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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