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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벗 Jan 18. 2020

두려움 단지, 내 안의 문제일 뿐..

일단 해보고 그리고 후회해도 괜찮아..

게으른 게 아니라 눈꺼풀이 무거울 뿐이야.

아침에 일어날 때면 단 하루도 ‘상쾌하다!’라는 기분을 느끼며 일어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내 나이 벌써 40대 중반.. 매일 아침 이불 밖으로 빠져나오기 싫어 이불과 베개에 얼굴을 비벼대고, 계속 졸음에 못 이겨 제멋대로 감기는 눈꺼풀을 겨우 겨우 치켜세우며 방 한 곳을 한참 멍하니 바라봅니다. 3분 간격으로 맞춰놓은 스무 개의 알람은 내 귀를 그저 시끄럽게 할 뿐.. 날 바로 일으켜 세우지는 못합니다. 겨우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워 이불 위에 앉아 멍하게 앉아 잠시 명상에 잠깁니다.. 아니 졸고 있습니다. 그렇게 매일 하루를 시작합니다.  

  

<햇살이 따뜻한 아침>

겨울밤 차가운 바람이 스며들까 촘촘히 가려진 거실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아침 햇살의 은은함은 조용한 피아노 연주곡과 같이 나의 시야로 스며듭니다.    


가끔씩 숲 속에 있고 싶습니다. 숲 속의 작은 집에서 혼자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창문 안으로 스며드는 따뜻한 햇살을 보며, 방 한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따뜻한 커피 한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는 합니다. 그런 마음의 여유조차도 내게는 사치겠지요.. 다시 현실로 돌아갑니다.    


찾아야 할 것은 많은데 찾을 수 있는 게 없다.

출근해서 마시는 한잔의 커피는 바쁜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마음의 준비와 다름없습니다.

   

“스트레스받지 말고, 마음의 여유를 찾아! 빨리 처리하고 쉬자고.. 자! 시간 없어 빨리빨리 하자고..” 파이팅 넘치게 시작하는 하루..   

 

<항상 아빠의 파이팅을 외쳐 주는 고마운 아들>

마음의 여유는 어떻게 찾으면 되는 거죠? 학창 시절 소풍 가면 늘 해왔던 보물 찾기가 저는 제일 어려웠습니다. 그래서인가요.. 마음의 여유는 보물 찾기보다 더 찾기 어렵습니다. 어떤 느낌이냐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마치, 아내 몰래 숨겨둔 용돈이 갑자기 생각나 찾으려는데 도무지 어디다가 숨겼는지 생각이 나지 않아 답답해지는 마음이랄까요..  


제게도 방학 좀..  

일은 빨리 처리하면 쉴 수 있나요? 빨리 처리해서 쉬면 얼마나 쉴 수 있나요? 그냥 접어두고 하루를 쉬는 건 어떠신지..      


내 나이 40대 중반이 된 지금 아들이 제일 부러운 건 딱 하나입니다. 방학..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방학인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저뿐만 아니라 우리 어른들 모두에게도 방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휴가 말고 방학이 필요합니다. 가능할까요? 방학숙제도 할 수 있는데..    

 

“내가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내 이름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을 가끔씩 합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살아가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살아온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지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건 언제쯤일까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작은 브런치 카페를 운영하면서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읽는 것인데.. 그게 그렇게 어렵습니다.  

  

생각만 하는 걸로..

‘다 내려놓고.. 다시 시작해볼까? 그런데 잘할 수 있을까? 잘할 수 있겠지?’    


저는 늘 지금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을 모두 내려놓고, 하고 싶은 일을 위한 새로운 삶의 도전을...... 생각만 합니다. 이대로 살다가는 하고 싶은 일은 결국 해보지도 못하고 ‘나는 최선을 다한 가장이었다.’ 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노인이 되어 있을 내 모습을 걱정하면서.. 여전히 나는 생각만 합니다. 어떤 것이 맞는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이러다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못해보고 노인이 되는 것은 아닌지.. 이렇게 살아가면 정말 나중에 후회가 없을지.. 걱정하면서 시작은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결국에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라서 두려움이 더욱 커지는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더라도 잘되어야 가족이 행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가족의 행복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민이 되고 선 뜻 도전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혼자라면 잘되지 못해 넉넉하지 못한 현실에도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아간다는 행복한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순 있을 테지만..        

<늘 내게 행복한 이유를 알려주는 아들>

“아빠 걱정 마세요. 하시고 싶은 일.. 그냥 하세요.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야 행복한 거예요! 저는 아빠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아내가 마트에 장을 보러 가고 나는 피곤해서 아들과 함께 차 안에서 기다리며 아들의 꿈에 대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아빠도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라며 시작한 이야기가 아들과 진지한 대화의 시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들이 올해 11살이 되었는데.. 요새 11살의 아이들의 지적 성숙함은 나의 11살 시대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꼈습니다.  

  

많이 듣던 말이었죠.. 늘 내가 아들에게 버릇처럼 하던 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아들이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중요해.. 그래야 아들이 행복해질 수 있어!”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제법 많던데요.

이제 그 말을 제가 듣고 있습니다. 비록 저는 지금 당장 하고 싶어 하는 일은 못해도 행복했습니다. 아들이 나의 생각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에.. 그리고, 적어도 지금의 나처럼 현실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물론, 훗날의 일이기는 하지만 아들이 훌쩍 자란 어느 날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얽매여 살더라도 적어도 그전까지는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도전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느새 훌쩍 자라 초등학교 4학년을 앞둔 아들이 조기 학업경쟁 시대의 경쟁 속에서 우위를 점해 우수한 스펙을 쌓고 우수한 대학교에 진학하여 성공을 해야 한다는 무거운 짐이 혹여, 아들의 꿈을 억누르지는 않을까.. 지금의 내가 이러한 것을 걱정하는 이유조차도 아들에게 말해주었던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이라는 말을 스스로 왜곡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두렵기도 합니다.   

  

<행복할 수 있는 이유>

내가 아들의 꿈을 응원함과 같이, 아들도 언제나 저의 꿈을 응원해준다는 사실에 대화시간 내내 행복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일단, 마음의 여유부터 찾아야 할  같습니다. 가끔은 잠시 과감하게 모든 걸 내려놓고 하루 정도는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부터 시작해봐야겠습니다. 하루 정도 방학은 괜찮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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