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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벗 Apr 23. 2020

마음의 준비를 위한 준비

항상 준비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여행을 갈 때는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여행코스에 있는 맛집도 찾아보고 경치가 좋은 곳도 찾아보고 파워 블로거들의 후기가 적힌 곳을 적어가며 여행 계획을 꼼꼼히 채워 여행을 시작했었습니다.


 여행이라는 문제를 풀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정답을 찾고 있는.. 뭐랄까.. 마치 수학 문제를 풀어보려 하지 않고 인터넷에 떠도는 공식을 통해 답을 뒤적거리며 미리 찾고 있는 느낌? 사이즈가 정해진 틀에 퍼즐을 이 사람 저 사람의 여행 조각을 가져다가 한 조각씩 맞춰 저의 여행 그림을 만든다고 하는 기분이랄까?

(무작정 시작하기 보다 가볍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나름대로 철저한 준비를 해야 완벽하게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이번 여행은 정말 별로였어!' 이 말이 두려워 결국 다닌 곳은 인터넷 후기들의 후기였고, 그들이 느낀 것과 조금 다르거나 같은 것을 느끼며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이었습니다.


저는 검증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새로운 길을 가거나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한다는 것이 큰 부담감으로 작용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바보같이 당연한 것이 두려워 늘 새로운 것을 꿈꾸고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찾아 여행을 계획하면서 결국 남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이라니.. 뭔가 이상한 느낌입니다.


"일단 그냥 떠나도 될 것 같아. 목적지는 어차피 돌아오는 것이고, 정해진 날짜에 오기만 하면 돼. 어딜 가더라도 네가 가는 그 여행 길이 여행이라는 자체로 의미가 있는 거야.. 여행이 재미있고 재미없고는 중요하지 않아. 시작을 했고 돌아왔을 때 가벼운 마음이면 되지 않을까?"


살아가면서 닥칠 일들에 대비해서 여러 가지를 준비하면서 살아갑니다. 보험도 가입하고 저축도 하고 그런데 우리 삶은 항상 예측하지 못한 일들의 연속이고 그때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올 정도로 고민을 하고 해결방법을 찾습니다.


매번 고민하고 결정하고 또, 생각하고 결정하고의 연속입니다.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습니다. 딱히, 정답도 없습니다. 항상 만일에 대비해서 준비하며 살아가지만 마음 만은 준비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람도 언젠간 늙어 병들어 세상을 떠나게 되는데 이 마저도 알고 있지만 마음은 늘 준비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삶에 저항하지 마라. 순리를 따르되 삶에 저항하지 마라'

'삶은 사는 게 아니라 살아지는 것이다. 삶에 자신을 맡기고 열심히 사는 지혜로운 사람이 돼라.'

- '법정_행복한 삶' 김옥림 지음 -


정말 가슴에 와 닿는 말입니다. 그냥 순리에 따라 삶은 살아지는 것이니 굳이 마음 쓰지 말고 열심히 살아가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마음처럼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들이 마치 아버지의 삶의 무게였던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병상에 누워있는 아버지께서 두 차례 큰 수술을 했을 때에도.. 수술을 하고 회복 중이신 지금도 저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가보지도 못하고 어머니께 아버지의 안부를 전화로만 계속 여쭈어보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대유행인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현실만 탓하고 있습니다. 병시중으로 지친 어머니께 늘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어머니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순리를 거스르면 어차피 힘든 건 당연한 거고 나이가 들면 병들고 쇠약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야.. 다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말고 네 삶에 더 최선을 다해주었으면 좋겠어.."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날 밤 너무도 생생한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아버지와 차를 타고 어디인지 모를 장소를 갔는데.. 아버지께서 꿈속에서 말씀하시길..

"돌아갈 때가 오면 누가 찾아오는 법이야.." 라며 말씀하시면서 자리에서 일어서셨는데.. 그 말소리가 너무도 생생했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아버지의 발을 바라보았는데 까맣게 변해버린 아버지의 발이 보였고 그 발을 움켜잡고 미친 듯이 울었습니다. 그러다가 잠에서 깨었는데 쿵쾅 거리는 심장소리가 저의 귀까지 들렸습니다. 새벽 04:55분이었습니다. 심호흡을 하며 물 한잔을 마셨지만 이내 자리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난 뒤 다시 자려고 누웠지만 날을 꼬박 새우고 출근했습니다.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직은..


마흔 중반이 되어 정밀 건강검진을 받으라고 우편물과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느덧 나도..

그런데 차일피일 검진일을 미루고 있습니다. 바쁘기도 하고.. 아니.. 두려운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아내는 위 내시경도 하고 대장 내시경도 하라고 성화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아내의 마음을..

이번에는 미루지 않고 용기 내어 가보려 합니다.

(아직은 마음놓고 가도 된다. 뒤에 내가 있으니..)

순리대로 살아지도록.. 다만, 후회 없는 삶이 되도록 항상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싶습니다.


"훗날, 아들.. 너도 어쩔 수 없이 항상 알고 있고 준비는 하고 있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 닥칠 때..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고.. 그런 상황이 오든 오지 않든 매일 하루하루를 소중한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그로 인한 행복함 속에서 살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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