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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벗 Aug 08. 2020

괜찮아, 할 수 있어

혼자라서 많이 미안해..

강해진다는 건.. 익숙해진다는 말


아침 출근하는 길에 아들의 등교 길을 함께하며 데려다주고는 합니다.

학교에 도착해서 아들을 내려주고 늘 아들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아들! 아빠는 항상 아들을 응원하는 거 알지? 사랑해! 오늘도 파이팅!"

"파이팅!"이라며 웃으며 학교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한참 지켜보다가 출근을 하러 갑니다.


그때마다 항상 여러 가지 감정이 뒤죽박죽 섞여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더 넓은 곳에서 너의 꿈을 펼쳤으면>

벌써 초등학교 4학년.. 어느새 이렇게 커버렸을까.. 가방이 많이 무겁지는 않을까?


아침부터 괜히 심란해지고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늘,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학교를 가기 위해 집에서 나올 때는 꼭 책가방은 차에 탈 때까지 제가 들고 갑니다. 그냥 미안한 마음이라고 할까? 책으로 무거운 가방이 마치 살아갈 삶의 무게처럼 느껴져 대신 들어줍니다.


부모의 마음이란 다..

차에 타서 학교에 도착 전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고는 합니다. 학교 친구들의 이야기, 미래의 꿈에 대한 이야기.. 어느덧 학교에 도착해서 내려주면 가방을 메고 학교로 들어가는 모습에 마음이 아파옵니다.


어릴 적 내가 가방을 메고 학교에 등교할 때 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부모님도 그런 마음이셨을까..

<엄마, 아빠는 늘 네 곁에 있을거야>

아들이 하나입니다. 형제가 없습니다. 제가 너무 이기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형제끼리 지내는 친구들을 보면 아들에게 더욱더 미안해집니다. 훗날 나와 아내가 세상에 없을 때 혼자서 모진 삶을 살아가야 하고, 그 힘든 모든 것들을 의지할 형제 없이 혼자 버텨내야 할 아들의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져 옵니다.

학교를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면 때론 눈물까지 날 때가 있습니다.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들어가는 아들의 뒷모습은 마치 무거운 삶의 무게를 지고 혼자 걸어가는 듯 한 안타까운 감정에 마음이 아파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늘 아들에게 입버릇처럼 사랑한다는 말을 지나칠 정도로 많이 하고 볼에다 뽀뽀도 지나칠 정로 많이 합니다. 늘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안한 마음이 도무지 가라앉지가 않아서 인 것 같습니다.  

<엄마, 아빠는 너의 꿈을 늘 응원해>

얼마 전, 축구클럽에 다니는 아들에게 6학년 형들의 지나친 장난으로 저와 아내가 화가 났던 일이 있었습니다. 클럽 감독님과 통화를 하면서 자초지종을 설명을 듣다 보니 더 화가 났습니다. 장난이 정도를 지나쳤던 것입니다.

다니던 축구클럽을 그만두고 이 기회에 다른 곳으로 옮겨주려고 마음을 먹고 클럽 감독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혼자 이동을 했습니다. 가는 길에 아들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아빠! 저 축구클럽 옮기지 않을래요!"

"왜? 아빠는 아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나쁜 형들 때문에 상처 받아서 축구가 싫어지게 되면 어쩌지.. 걱정이 되는데?"

"힘들 때마다, 제가 피하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이 앞으로 더 많을 텐데.. 제가 더 강해질게요"


기특하기는 하지만 또 다른 마음 한구석으로는 먹먹해짐을 느낍니다. 예상치 못한 아들의 대답에 당황스러웠습니다.

살아가면서 배워도 되는데.. 벌써 이런 걸 알아갈 필요는 없는데.. 아직은 부모의 품에서 어리광을 피우면서 옮겨달라 차라리 떼를 써주면 오히려 마음이 편하겠건만..


강해진다는 건 아마도 그런 상황에 무감각해지거나 무던해지는 게 아닐까.. 결국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 익숙해져 별 느낌이 없어진다는 것 아닐까? 강해지는 것보다 유연 해지는 것이 더 좋을 듯싶기도 하고..

좀 더 아들이 크면 설명해줘야겠습니다.


며칠 전 아들과 목욕을 하다가 아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아들! 넌 형제가 없는데 심심하지 않아? 동생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예전에는 그런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왜? 심심하잖아!"

"지금은 익숙해져서 괜찮고, 동생이 생기면 엄마, 아빠가 힘들잖아요!"


한 동안 아무 말을 못 했습니다. 혼자인 것이 익숙해졌다는 말에 미안한 마음으로 말을 할 수 없었고, 동생이 생기면 엄마, 아빠가 힘들 거라는 말에 더 미안했습니다. 어쩌다 혼자인 게 벌써 익숙해졌을까?

<늘 아들과 함께할게.. 영원히>

익숙해졌다는 말이 이렇게나 마음을 무겁게 할 수 있던 말이었을까? 난 아직도 아빠라는 위치에 익숙해지지 못했고, 내 직업에도 익숙해지지 못했고, 삶에도 익숙해지지 못했는데..


아들을 재우고 아들의 자는 모습을 바라보면 늘 기특한 마음과 무거운 감정이 교차합니다.

머릿속이 이내 복잡해지면 제 자신에게 말합니다.

'괜찮아! 할 수 있어.. 좋은 아빠 그리고 친구 같은 아빠.. 내가 해줄 수 있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잠을 청합니다. 어쩌면 익숙해져야 하고 강해져야 하는 건 아들보다 제가 더 급한 문제일 수도 있겠습니다.

<푸른바다처럼 밝게 빛나는 삶을 살아갔으면..>

훗날 이렇게 끄적여 놓은 아빠의 글들을 아들이 자라 성인이 되어 살아가며 지칠 때 아빠의 글들을 보며 아빠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고 이런 고민들이 있었다는 걸 보면 정확한 삶의 대한 정답은 아닐지라도 조금은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고 좀 더 나은 삶의 방향성을 잡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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