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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럼버스 May 16. 2019

'비욘드미트'가 감추고 싶은 것들

콤플렉스에 감춰진 맛의 비밀 

좋은 기업가나 투자자라면 기업의 가치에 포장이 없는지, 지나치게 과장돼 있지 않은지, 화장을 짙게 한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뚱뚱한 사람은 큰 옷을 입고, 키 작은 사람은 키높이 깔창을 깝니다. 자신의 콤플렉스를 감추고 싶은 게 인간의 본능이죠. 대개 사업성이 부족한 기업일수록 유명인의 투자를 받았다든가, 경제적 가치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다든가 하는 포장을 심하게 합니다.


때론 부풀려진 기업이라도 작은 실체·내실이 그럴듯한 포장과 만나 대박 성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욘드미트(Beyond Meat)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미국의 ‘식물성 고기’를 만드는 스타트업입니다. 콩 등 식물성 원재료를 이용해 만든 고기입니다. 정확히는 햄버거용 패티입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설립자와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같은 명사들이 투자한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https://www.beyondmeat.com



이달 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나스닥에 상장했습니다. 공모가는 25달러였는데, 현재 주가가 90달러(15일 기준)까지 치솟았습니다. 단숨에 기업가치가 50억 달러에로 치솟았습니다.



앞으로 비욘드미트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 월가의 분석도 적지 않습니다. 육류의 밸류체인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도 한번 구입해 먹어봤습니다. 푸드테크 쪽엔 문외한인데, 정말로 고기맛인지 궁금해졌습니다.


비욘드미트는 동원F&B가 직수입하고 있고, 마켓컬리·GS샵·헬로네이처 등 여러 이커머스 회사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 제품은 햄버거용 페티로 2장짜리(총 227g)세트가 1만3000원 안쪽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100g당 5720원꼴로 투플러스 한우 등심과 가격이 비슷합니다.




일단 고기를 포장에서 꺼내면 여느 다짐육처럼 선홍빛 빛깔을 자랑합니다.


정육점에서 파는 다짐육보다 더 잘게 갈린 느낌이고, 점성은 꽤 높은 편이라 어지간한 조리에도 고기의 형태가 잘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포장을 뜯으면 향신료 냄새가 강하게 풍깁니다. 


일단 약한 불에 달궈진 프라이팬에 얹어 앞뒤로 각각 3분가량 구웠습니다. 고기에서 적지 않은 육즙이 나와 팬에 따로 기름을 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구울 때 냄새는 특이합니다. 향신료와 콩, 고기 굽는 냄새가 동시에 납니다. 그다지 식욕을 당기지는 않는데 묘한 매력은 있는 향입니다. 




조리를 마치고 보니 생김새는 영락없는 고기입니다. 두께도 두툼하고, 내용물도 실합니다. 한입 베어 물면 육즙이 많이 흘러나옵니다. 식물성 재료만 사용했는데 어떻게 이 정도 양의 육즙을 낼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맛은 없었습니다. 개개인마다 취향 차는 있겠지만 대중적으로 소구력 있는 맛은 아닙니다. 콩 비린내가 심하고, 이 냄새를 감추려 쓴 향신료 향과 어우러져 묘한 맛이 났습니다.


직화구이 고기나 쉑쉑버거 등 유명 햄버거 프렌차이즈의 고기 페티와는 사실 동일선상에 놓기는 어려웠습니다.


다만 질감만은 확실한 고기였습니다. 우물우물 씹으면 간고기의 질감과 씹을 때마다 흘러나오는 육즙 양에 놀랐습니다. 




결론적으로 혀와 코보다는 치아와 뇌로 먹는 음식이었습니다. 맛의 만족감 측면에서는 실제 고기에는 상당한 격차가 있었습니다.





비욘드미트는 엄연히 고기를 제품의 타깃군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맛과 가격 측면에서는 기존 쇠고기에 한참 부족합니다. 현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번지는 가치관의 변화는 이 부족함을 상쇄시켜주는 포인트로 삼고 있습니다. 


채식주의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고, 소·돼지를 기를 때 나오는 방대한 양의 오·폐물과 환경오염 문제, 지속가능성장. 당장의 고기가 주는 쾌감을 쫓기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소비자 욕구를 겨냥한 거죠. 


가심비를 공략한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비욘드미트는 사회적 기업과 같은 이미지를 줍니다. 현재까지 이런 전략은 충분히 잘 통하고 있습니다. 상장 직후 치솟고 있는 기업 가치가 이를 증명합니다. 



https://www.nasdaq.com/symbol/bynd






아래는 비욘드미트에 쓰인 재료입니다.



※재료
▶분리완두콩단백
완두콩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건강식품이나 헬스보조식품 등에 많이 쓰임.
▶분말셀룰로스
섬유소를 가루낸 것으로 식품의 결착·팽윤·증점·유화제 등으로 사용. 
▶메틸셀룰로스
식품의 점착성 및 점도를 증가시켜 식품의 물성 및 촉감을 향상시키는 식품첨가물. 유화·안정·증점제 용도로 쓰이며 빵·아이스크림, 샐러드 등에 분산제로 이용.
▶말토덱스트린
녹말을 묽은 산 또는 아밀라아제로 분해해서 생기는 덱스트린 중 맥아당이 되기 전까지의 저분자 덱스트린. 
▶효모추출물
액체, 분말, 과립 또는 페이스트 상 물질의 천연첨가물로 양조, 베이커리 제품, 환자식, 수산 연제품의 향미증강제.
▶글리세린
관장·윤활·보습 등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약물로 공기 중의 수분을 흡수해 관장약·윤활제·크림제·점안액·주사제 등에 사용.
▶아라비아검
식품의 점착성 및 점도를 증가시키고 유화안정성을 증진해 물성 및 촉감을 향상시키기 위한 식품첨가물.
▶변성전분
식품의 점착성 및 점도를 증가시키고 유화안정성을 증진해 식품의 물성 및 촉감을 향상시키기 위한 식품첨가물
▶안나토색소
비타르계 천연 색소로 염착력이 우수하며 적갈색의 액체, 페이스트상 또는 분말이고 약간의 냄새가 있다.
▶정제수 ▶카놀라유 ▶정제 코코넛오일 ▶감자전분 ▶천연향료 ▶정제소금 ▶해바라기유 ▶건조효모 ▶감귤추출물 ▶비타민C ▶비트과즙추출물 ▶초산 ▶호박산







맛보고 재료를 보고 생각해 본 비욘드미트가 앞으로 해결할 과제들을 정리해봤습니다. 



①맛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제품의 경우 품질이나 맛이 떨어져도 소비자가 상당 부분 양보를 합니다. 사회적 가치 형성에 기여한다는 자기만족 때문입니다. 다만 맛이 상당히 미국적이었습니다. 육즙이 지나치게 많아 느끼하며, 거칠었습니다. 맛을 사람으로 비유하면 비만인 미국 남부의 40대 남성과 같았습니다. 이런 맛은 비욘드미트의 외연 확장에 방해가 됩니다. 채식주의와 환경오염 방지 등의 사회적 가치는 남성보다는 여성에 소구력 있는 메시지이며, 비욘드미트의 주요 소비 타깃층은 20~40대 도시 생활 여성이어야 적합합니다. 되레 고기스럽지 않은 맛이 이 타깃에는 더 적절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채소를 기피하는 어린이나 청소년을 주요 소비계층으로 삼아야 하는데, 부모로서 그다지 먹이고 싶지 않은 맛입니다. 아이를 짜고 기름진 입맛에 길들이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또 미국 소비자들을 상대로는 시장성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국인 입맛에는 맞지 않는 맛입니다. 



②재료 및 공정

대중의 가심비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비욘드미트가 친환경을 지향하는 제품임과 동시에 사람에게 건강한 먹거리라는 점을 어필해야 합니다. 비욘드미트의 홈페이지를 찾아보면 '고기와 유사한 맛'에 대한 홍보는 짙지만 건강한 먹거리라는 포인트는 살리고 있지 않습니다. 식물성으로 제작했으니 건강에 좋을 거란 인식은 깔려있지만요. 물론 미국 식약청이나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질 기준은 통과했으니 신체에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다만 건강식과 친환경 제품이라는 점을 홍보하려면 당국 기준보다 높은 기준을 소비자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재료인 콩이 GMO인지 아닌지, 원산지는 어디인지 등을 공개하는 것이 마케팅 측면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비욘드미트는 단백질 분리 방식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단백질 분리 방식에 따라 분리 공정 후 폐수에 단백질 함유량이 높아져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③기술 

비욘드미트의 주력 제품은 햄버거 페티, 소시지, 타코용 간고기 등입니다. 모두 다른 식재료와 배합해 먹는 것들입니다. 비욘드미트의 향신료 향이나 부족한 맛을 감추겠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주변에 분자요리를 전공한 셰프님에게 여쭤보니, 기술적으로 적당 선에서 타협을 본 것 같다고 평가하셨습니다. 미국은 한국처럼 생고기를 구워 먹는 경우가 적고 대부분의 경우 강한 양념과 함께 빵·또띠아 등 탄수화물 음식과 섞어 먹습니다. 강한 향과 콩 비린내, 짠맛 등이 중화됩니다. 식물성 고기는 단백질 분리나 점도를 높이는 게 중요한 기술인데, 고기의 형태를 유지하다 보니 본래 맛보다는 향신료에 많이 의존하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비욘드미트는 더 기술 개발을 하기보다는 미국인들의 식습관을 고려해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한 것 같습니다. 



비욘드미트의 창업자이자 CEO 이선 브라운. 출처=포브스


④가격


소비자들이 비욘드미트를 정기, 장기 구매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가격이 비싸서입니다. 고기는 쉽게 물리고 가격이 비싸 자주는 못 사 먹는 음식입니다. 그런데 가격이 투플러스 한우 가격과 비슷하면 장기 지속적인 구매 행위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거라 생각합니다. 가격을 낮춘 새로운 제품군이 필요해 보입니다. 



⑤이미지


올해~내년에 걸쳐 비욘드 미트와 비슷한 기업이 미국에서만 3~4곳 이상 등장할 거라고 봅니다. 제품 개발에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채식주의 트렌드에 맞춰 유사한 기업이 더 등장할 것입니다. 비욘드미트의 여러 경쟁을 이겨내고 장기 경영이 가능할까 의문입니다. 사회적 가치를 표방한 기업은 대체로 수명이 짧습니다. 경제적 가치는 내 삶과 생활을 보호해준다는 측면에서 선사시대부터 중시돼 왔지만 사회적 가치란 그때그때 사회상과 사람들의 생각에 따라 바뀌기 때문입니다. 유행과도 같습니다. 환경오염과 채식주의 등은 오랜 시간 이어지고 있는 가치지만, 이 역시 유행처럼 끓어올랐다가 식기를 반복합니다. 때문에 사회적 가치를 통해 기존 밸류체인 변화를 지향하는 기업들은 휘발성 높은 캐치프레이즈를 걸었기 때문에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다 먹든가, 무너지든가. 최근의 사회적 가치 추구는 20년 전과는 달리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굳게 자리 잡고 있어 비욘드미트가 순식간에 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기존 육가공 산업에 위협이 될만한 존재가 되려면 조금 더 큰 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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