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재입사자를 만나 이야기를 듣다
이 인터뷰는 “경력직이 더 만족하고 좋아하는 회사” 라는 BAT 대표인 준규님의 한 마디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경력직은 신입직원과 달리 다른 일터에서 문화와 업무 스타일을 경험한 게 특징입니다. 그 후 입사한 곳에서 기존의 경험에 빗대 옮긴 회사의 면면을 따져보는 시간을 거쳐 ‘이 회사 좋아’ 라는 판단을 내리죠.
구성원들이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유는 무엇일지 궁금했습니다. 에이전시이자 설립 5년된 스타트업이 가진 강점과 저력은 무엇일지 말입니다. 이를 찾아보는 데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BAT엔 퇴사 후 재입사자들이 계시거든요.
서용원 콘텐츠 에디터, 이건용 브랜드 디자이너, 강승호 퍼포먼스 AE를 모시고
다시 선택한 BAT 안에서 치열하고 알차게 지내는 이야기와 각오를 들어보았습니다.
Editor Hyein Seo
Photographer Inae Lee
서용원 에디터(이하 ‘용원'): SNS에 올라온 콘텐츠 에디터 채용 광고로 처음 회사를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내 브런치의 글을 읽어봤는데요. 복장부터 근무시간, 외근 및 재택근무 제도, 자유로운 휴가 사용 등 여러 사내문화와 즐거운 분위기를 소개하는 글이 진정성 있게 느껴졌어요. 자유롭고 수평적인 근무환경이 잘 갖춰진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모습이 인상적이라 지원했고 채용돼 근무했지요.
흥미로운 건 이 문화를 직접 겪어보니 처음엔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수직적인 곳에서 첫직장을 다닌 터라 그랬던 것 같아요. 점차 문화에 동화되었습니다.
이건용 디자이너(이하 ‘건용'): 3년 전 8월, 10명 남짓의 스타트업일 때 합류했어요. 당시 회사를 다니며 틈틈이 제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포트폴리오를 보고 준규님이 함께하고 싶다며 직접 연락을 주신 게 시작이었지요. 당시 직장도 다니고 있고 부담스러워서 거절했는데, 이후 재차 러브콜을 주셨고 감사함과 책임감이 생겨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말했듯 당시 BAT는 초기 스타트업 그 자체였어요. 개인이 각개전투로 업무를 완수해야 하는 상황이었지요. ‘야생’적인 느낌이었달까요. 저는 주로 일을 혼자 해보고 터득하는 성향이 강한 편이어서 그게 좋더라고요.
강승호 AE(이하 ‘승호'): 업무 커리어를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시작했어요. 도출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기획하는 일이 재밌었지요. 일을 잠시 쉬며 구직 활동을 하던 중 첫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분이 BAT에서 퍼포먼스 마케팅 조직을 세팅한다더라고요. 빨리 실무자로 몰입해서 일하고 싶었는데 하던 일과 비슷한 포지션을 채용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원해 입사했습니다. 재밌을 것 같았어요.
첫번째 입사 당시엔 갖춰진 것이 거의 없어서 무에서 유를 만들었는데, 쉽지 않은 시기를 보냈습니다.(웃음)
용원: 저는 글 기반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사람이에요. 당시 비에이티는 디자인그룹을 필두로 브랜딩에 주력하고 마케팅과 퍼포먼스 쪽 기틀을 세워 성장시키는 단계였는데요. 상대적으로 제 분야 업무 기회가 많이 주어질 것 같지 않았어요. 고심 끝에 콘텐츠 전문 대행사로 옮겼습니다.
건용: 이 회사 특징이 낮은 연차에 비해 좋은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볼 수 있다는 점인데요. 그래서 일을 하던 중 좋은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어요. 잘 다니던 중이었지만 거절하면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내부 만류도 있었지만 큰 결심을 하고 이직했습니다.
승호: 인하우스에서 퍼포먼스 마케팅을 해보고 싶었어요. 내부 직원이라면 아무래도 데이터를 자세히 보고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결과를 만들 수 있잖아요. 에이전시에서 접하는 데이터는 어느정도 한계가 있고요. 그런 경험을 하고 싶어서 인하우스로 이직했습니다.
용원: 좋은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같이 하며 정이 많이 쌓였어요. 다들 사회에서 만났지만 친구처럼 지냈죠. 평소 취미생활을 함께 할 정도로요. 회사를 옮긴 후 방향성이 맞지 않아 이직을 고민중이라는 얘기를 지금 동료들에게 털어놨었어요.
당시 BAT에서는 콘텐츠 관련 빅 프로젝트가 진행중이었고 상황이 잘 맞아 다시 입사하게 됐습니다.
승호: BAT 동료들은 평소에 자주 보던 사이였어요. 늘 그렇듯 격없이 만나는 자리인 줄 알았는데, 어느 날은 준규님이 나오셨더라고요. 편히 제 상황을 말씀드렸습니다.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 최우선으로 고민하는 지점과 제가 우선순위로 두는 부분이 달라 업무에 몰입하기 힘들다고요. 당시 BAT에선 제가 열심히 하고 싶은 부분을 준비하는 시기라고 하시더라고요. 때가 맞아 올 수 있었어요.
건용: 예전에 합을 잘 맞췄던 멤버에 대해선 꽤 신뢰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그만두고 친하게 지낸 동료가 있었어요. 대기업으로 옮긴 후 몇 달이 지나 고민하던 시점에 제 얘기를 듣고 내부에서 기회를 주셨습니다.
용원: 두 가지예요. 첫 번째는 BAT의 조직문화가 그리웠고, 두 번째는 콘텐츠 제작 분야가 많이 성장한 것입니다. 수직적이고 보수적인 조직문화에 힘들어 할 때, BAT가 SNS 채널 운영 프로젝트를 수주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저는 원래도 조직문화는 만족스러웠지만 양질의 ‘업무’가 고민이었는데요. 그게 충족되니 좋아요. 현재 프로젝트는 넘칠 정도로 많고 즐기며 하고 있습니다. 업무 만족감이 커요.
승호: 리더십을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다른 회사를 다니던 시절 BAT에 디렉터로 광수님이 오셔서 그로쓰 그룹이 준비되고 본격적으로 달릴 준비 중이었어요. 그때 제게 중간 관리자 역할을 제안해 주시더라고요. 보통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퍼포먼스 팀에서 중간 관리자는 경력이 오래된 분들이시잖아요. 제가 그 자리까지 가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까 싶었어요. 리더십 경험은 빨리 해보면 좋겠다 싶어서 흔쾌히 결정했지요. 즐겁게 다니고 있습니다.
건용: 대기업에 이직했을 때 든 생각은 ‘버릇이 잘못 들었나봐’였어요. 그간 자유롭게 일한 게 마치 마약 같은 기분이더라고요. 다니는 내내 할 수 있는 역할이 한정되어 있는 수직적인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그릇이 작아지는 것 같고 스스로 성장을 멈출 것 같단 불안감도 들었고요.
결국 제게 중요한 건 기업 규모가 아니라 일하는 상황에서의 책임감, 도전정신이었던 것 같아요. 회사와 얘기를 잘 마치고 아쉬운 마음 없이 나왔습니다. 아, 연말성과급까지 포기한 건 조금 아쉬워요.(웃음)
지금은 BAT에 온지 한달 정도됐는데요. 이전과 달리 소모적인 커뮤니케이션 등이 없어서 마음은 편해요. 단, 업무 난이도는 예전보다 어려워져서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생각하고 있어요.
용원: 2년전만 하더라도 준규님과는 지금보다 더 자주 보고 살갑게 지냈어요. 그래서 재합류할 때도 크게 민망하진 않았죠. 제가 다니던 회사에도 오셔서 한 번씩 티타임을 가졌으니까요.
승호: 저도 그랬어요. 일이 많아 바쁘던 시절이라 팀원들이 구세주로 봐주시더라고요. 감사했어요.
건용: 저는 아직 조금 민망해요. 나갈 때 눈물파티를 했거든요. (웃음) 그럼에도 저희 그룹 디렉터인 다솜님 덕분에 이겨내고 있어요. 다시 돌아오니 정말 좋아해 주시고 격려해 주셨거든요.
제 능력을 인정해주고 믿어주시는 분이 조직에 한명이라도 계시니 돌아온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용원: 첫 입사 당시 20명 전후가 다니던 곳이 재입사를 했을 땐 40명 정도 되는 규모로 커졌어요. 이후 7달이 지난 현재는 100명에 육박해요. 빠른 성장중이죠.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 준규님이 ‘BAT는 콘텐츠부터 디자인, 영상, 퍼포먼스까지 아우르는 실력을 갖춘 브랜드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첫 입사와 재입사를 비교해보면 그렇게 되어가는 것 같아서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도 이전의 기업 문화는 남아있는데 사람은 많아진 만큼 체계가 잡혀 있더라고요. 지금은 더 발전 중이고요. 출근 첫날 HR팀에서 점심 메이트 매칭 및 식사까지 마련해주시잖아요.
건용: 일단 다양한 직무의 인재가 채용된 것도 놀랐지만, 영상 PD와 포토그래퍼, 모션그래픽 디자이너 등도 계실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그래서인지 조직 간 TF를 꾸려서 필요한 분을 투입해 한 팀으로 일하는 방식 등이 초반의 각개전투 스타일과는 다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론 전문적인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기대감도 커졌고요. 결과적으론 CEO의 경영감각이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방향성에 맞게 조직문화를 잘 꾸려가는 등 밸런스를 잘 유지하는 것 같아요.
승호: 예전에는 0에서 1을 만들던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1에서 2가 만들어진 기분이에요. 적절한 시기의 인재 영입, 빅 프로젝트 성사 등 호재가 생기면서 시너지도 일어나는 것 같고요.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매일 확인하는 중이에요.
용원: 잡지기자 출신 대표가 창업해 SNS 콘텐츠에 특화된 곳이었어요. 운좋게 큰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업무를 경험했죠. 당시 BAT에 다녔다면 당장 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텐데 지금도 그걸 해본 것이 뿌듯하다 생각합니다. 업무 방식도 많이 배웠어요. 여러 프로덕션과의 협업, 커뮤니케이션과 기획 제안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지금 일할 때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건용: 제가 다녔던 곳은 오프라인 상품을 디자인하는 회사라서 기본적인 업무 외에 인쇄 후가공 등 여러 아날로그적 과정이 많았어요. 시각디자인을 전공해서 실제로 출시되는 상품 디자인은 처음 접했는데 관련 지식이 쌓이는 기분이라 좋았습니다. 훗날 BAT에서 무언가 생산할 때 이 경험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또 규모가 큰 기업에서 경험한 문화를 바탕으로 현재 대기업 클라이언트와 더욱 소통이 잘되지 않을까 싶네요. (웃음)
승호: 제가 다녔던 회사는 DB구축이 잘 돼있었고 이걸 마케터에게도 흔쾌히 공유해줬어요. 그걸 바탕으로 데이터를 더욱 체계적으로 분석해보는 등 해보고 싶던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었어요. PM, 마케터, 개발자 등 모두가 한 곳에 모여 있으니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한팀으로 다양한 맥락과 배경을 들으며 근무할 수 있었던 것도 즐거웠습니다. 이 경험이 지금 BAT의 업무 문화인 ‘TF’에도 많이 녹아들었다 생각해요.
용원: 대행사를 기피하는 이유는 십분 이해하고 동의해요. 그렇지만 대행사를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우선 전 싫증을 빨리 느끼는 편이에요. 그래서 에이전시 일이 잘 맞아요. 현재 3, 4개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업무 방식 및 주제가 다양해서 지루하지 않거든요. 하다가 잘 안 풀리면 다른 프로젝트를 하는 등 제 업무를 조절할 수 있어서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 같아요.
특히 대행사와 스타트업 중엔 유기적인 조직문화를 갖춘 곳이 많고, 젊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조직이 작으니 제너럴리스트로 성장가능한 기회도 주어지는 것 같고요.
사실 단점이 없는 회사는 없는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이 대기업과 공무원 조직이 천국 같은 근무환경을 갖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처럼요. 어디서든 하기 나름이라고 봅니다.
건용: 제가 생각하기에 스타트업은 언제 망할지 몰라서 무섭고, 기업은 언제 잘릴지 몰라서 무서운 것 같아요. 안정적인 고용 구조를 요즘 세상에 꿈꾼다는 건 무리가 있다 생각합니다.
실제로 전직장에선 10년 넘게 다닌 분들을 보기 힘들었어요. 디자이너로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게 목표가 아니라 관리자가 목표여야 할 것 같았지요.
전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즉 어디서든 홀로서기 능력을 키워두는 게 커리어 상 최고의 보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면에선 BAT가 적격이라고 믿어요.
승호: 마케터도 비슷한 것 같아요. 저도 깊게 파는 것을 좋아하지만 좋아하는 분야는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걸 선호합니다. 아무래도 대행사에 있다 보면 다양한 경험을 해보게 되지요. 그게 좋더라고요. 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원하는 커리어로 경험을 쌓기엔 에이전시가 알맞다고 생각해요.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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