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2년 1월 18일
A. A. 밀른 (A. A. Milne)
1882년 1월 18일, 영국의 겨울은 길고 조용했으며, 그날 태어난 아이는 훗날 아이의 언어로 어른을 위로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는 세계를 바꾸는 이론을 쓰지 않았다. 대신 세계가 부서지지 않도록 붙들어 주는 말을 남겼다.
『위니 더 푸』로 대표되는 그의 작품들은 어린이를 위한 동화처럼 보이지만, 실은 성인이 잃어버린 감정의 속도를 되찾아주는 문학이었다.
밀른이 인류에 남긴 가장 큰 업적은 이것이다.
약함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세계.
곰은 똑똑하지 않아도 괜찮고, 당나귀는 늘 우울해도 괜찮으며, 토끼는 예민해도 괜찮다.
그는 문학을 통해 존재의 결함을 결함으로 남겨두는 윤리를 보여주었다.
그의 책은 전쟁 이후의 세계에서 특히 오래 살아남았다.
부서진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영웅이 아니라, 함께 앉아 침묵해 줄 친구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신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오후를
지켜보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아직
조금은 사람으로 남아 있다
그는 원래 어른을 위한 글을 쓰던 사람이었다. 풍자와 희극, 전쟁의 기록들. 말은 정확했고, 문장은 단단했다.
그러나 전쟁을 지나오며 그는 알게 되었다. 말이 아무리 정확해도, 사람을 살리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아이와 숲을 걷던 어느 날, 그는 멈추었다.
아이가 붙잡은 곰 인형은 낡았고, 움직이지 않았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는 그 곰에게 말을 걸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처럼.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상상은 도피가 아니라 존재의 또 다른 방식이라는 것을.
이후 그의 문장은 느려졌다. 사건은 줄어들고, 감정은 낮아졌다. 대신 침묵이 많아졌다. 숲과 강, 오후와 기다림 같은 단어들이 자주 등장했다.
그는 평생 한 가지 질문을 붙들고 살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우리는 충분히 살아 있는가?”
말년의 그는 조용했다. 자신의 성공이 아이에게 그림자처럼 드리워졌다는 사실 앞에서 기뻐하지도, 완전히 슬퍼하지도 못했다. 다만 그는 알고 있었다.
이야기는 사람의 손을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그의 생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많은 사람의 하루 한가운데에, 지금도 가만히 앉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