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너무 진지했다. 농담으로 한 얘기 조차 허투루 듣지 않았다. 내가 사는 방식이었다. 누가 그렇게 시킨 것도 아닌데 나는 관심이 가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습관이 있다. 학교에서는 수업하는 선생님 눈을 그렇게 바라보았는데 그 덕분에 선생님들은 나를 유난히 집중 잘하는 아이로 인정해 준 것 같다. 공부를 잘 한 비결이 있다면 아마 이것이었을 것이다.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이 습관은 계속되었는데 내 이런 태도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고지식하다, 뭘 모른다... 뭐 이런 말들로 나를 평가한 것 같다.
어찌 되었든 고지식한 나는 타인의 말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좋은 말이라면 실천하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말이란 참으로 모호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아는 게 병이다(모르는 게 약이다)와 아는 것이 힘이다, 꿈을 가지고 살 아라와 집착을 버리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다라는 말은 서로 모순된다. 물론 이런 말들은 그 말이 나오는 앞 뒤 맥락을 따라 적절히 달리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살면서 우리는 모순되는 그 말의 경계에 서게 된다. 어느 때 꿈이 욕심과 집착이 되는지, 알고자 하는 것을 멈춰야 하는지 판단해야 하는 순간 말이다. 어느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열심히 자신의 믿음을 타인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그 경계의 기준을 비틀고 흩트린다. 그러나 듣는 사람들 중 일부는 곧 그의 의도를 알아챈다. 진정성이 없다고 느낀다. 그렇게 서로 엇갈리면서 불신도 쌓이고 혼란스러워진다.
다른 사람의 말을 너무 진지하게 듣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 장황해졌다. 말이 가지고 있는 모호성 때문에 휘둘리기 십상이다. 재판에서도 증거가 중요한 이유가 말(주장)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을 잘하는 사람들이 모두 사기꾼은 아니지만 사기꾼 중에 말을 못 하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보아 말을 잘하는 사람들은 일단 경계 대상 1호라고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