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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희 Nov 20. 2021

느슨해지는 인연(?)

이사를 하면서 취사용 가스관에 타이머를 달았다. 20분이 지나면 자동으로 꺼지는.

내가  이런 신식 액세서리가 필요한  나이가 되었음을 실감하면서 나름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


오늘 아침 계란을 삶으면서 타이머가 13분을 가리키는 걸 보면서 물 끓이는 시간 3분, 계란 익는 시간 10분... 완숙이 다 됐다고 생각하고 불을 껐다. 껍질을 까 보니 계란이 물컹했다. 그때서야 타이머가 13분을 표시하면  남은 시간이 13분이고 끓인 시간이 7분으로 계란 익히는 시간은  4분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계를 사용한 지 7개월이나 지났고 시간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실수를 하다니...


노화의 과정이 이렇구나... 최근에 악력이 떨어져서 물병 따는 게 힘들기 시작했는데, 몸도 마음도 느슨해지고 있나 보다.


세상 만물이 인연으로 모였다 인연이 다 되면 흩어지는 것이고 특별한 다른 이유가 없다고 하더니 나의 세포들도 해체 과정이 시작되었다고 알려주는 것 같다. 이미 한참 전에 시작되었고 이제야 내가 감지한 것이겠지만.

아직은 할 일이 많은  꿈 많은 하미( 할머니)께서 벌써  이러시면  안 되는데... 정신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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