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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디럼; 아타카마의 추억을 소환하다

by 보리차

영화 ‘마션’에 나오는 화성의 모습을 어디에서 촬영했는지 아시는지? 1년 전 이맘때 나는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에 있었다. 아타카마 사막 ‘달의 계곡’의 선셋을 배경으로 인생샷을 남기며 흐뭇해했었다. 영화 ‘마션’에 나오는 화성의 모습을 아타카마 사막에서 촬영했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한국에 돌아와 ‘마션’을 보게 되었고, 촬영지가 아타카마 사막의 모습과 비슷은 하지만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찾아보니 ‘마션’은 요르단의 ‘와디럼’에서 촬영된 것이란다. 아타카마 사막에 달의 계곡이 있고 이곳에도 달의 계곡이 있다. ‘와디’는 아랍어로 ‘계곡’이란 의미이고 ‘럼’은 ‘달’이란 뜻이니 결국 와디럼이 바로 달의 계곡이다. 두 곳이 ‘마션’의 촬영지로 사람들에게 헷갈리게 인식되는 이유, 그리고 이곳에서 화성을 촬영한 이유가 모두 설명이 된다.


한국에서 출국할 때까지 요르단을 방문할지 말지 망설였으나 예루살렘에서 맞이한 첫날 오전부터 찾아간 곳이 인상과 마음이 좋은 마이크 아저씨가 운영하는 여행사 마이크 센터(Mike’s Center)였다. 그리고 5일째 되던 날 요르단 투어를 예약하였다. 투어라고 하지만 요르단 도착 이후부터 요르단을 떠나기 전까지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정도다. 예루살렘 중앙 버스 터미널에서 아침 7시 버스를 타고 11시 15분 이스라엘 남단의 휴양 도시인 에일랏에 도착한다. 그리고 택시로 갈아타고 국경에 도착한다.


드디어 육로로 걸어서 국경을 넘는구나. 이전에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이렇게 걸어서 국경을 넘어 본 경험은 있다. 국경을 육로로 걸어서 넘을 때는 왠지 모르게 살짝 긴장감이 돈다. 더구나 이스라엘은 주변 아랍 국가들과 적대적 관계인 탓에 요르단과 이집트를 제외하고는 이스라엘을 다녀온 외국인의 입국을 거부하고 있다. 이번에 이스라엘에 입국할 때 비자에 입국 도장을 찍는 대신 입국 기록 증서를 제공한 것은 비자에 도장이 남으면 아랍 국가의 입국이 불가능해지는 외국인에 대한 배려인 셈이다.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국경은 한산하고 국경 넘기는 너무나 간단하다. 국경 통과 의례처럼 이스라엘 쪽에서 한번, 요르단 쪽에서 한번 사진을 남긴다. 사진 속의 국기가 바뀔 뿐이다. 이내 기다리고 있던 여행사 직원을 만나 한 시간을 차를 달려 와디럼에 도착한다. 그리고 지프차와 가이드를 섭외하여 와디럼 투어를 시작한다.

20190206_113559.jpg 걸어서 요르단으로 들어간다


광활한 붉은 사암 사막. 다양하고 독특한 지형, 거대한 규모, 그리고 인간의 간섭을 거의 받지 않은 듯한 원시적 장엄함으로 와디럼을 설명할 수 있을까. 2시간 내내 지프차로 와디럼을 탐색하는 동안 몰아치던 모래바람에 입과 코를 막고 겨우 눈을 뜨고 다니긴 하였어도 그 순간은 분명 벅찬 감동으로 기억될 것이다. 영화 ‘마션’의 포스터에서 주인공 마크 와트니가 고독하고 비장하게 앉아 있던 그 장소에서 그와 똑같은 모습의 포즈를 취해 본다. 아타카마 달의 계곡이 아니라 바로 이곳이 ‘마션’의 화성이라는 사실을 되새기면서. 고독하고 비장하게.

20190206_133236.jpg 우리를 태우고 다녔던 지프와 베두인 드라이버


와디럼을 빠져나온 후 북쪽으로 달려 숙소가 있는 와디무사 마을로 오는 데 2시간이 걸린다. 그 길 중간에 ‘라지프(Ragif)’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영어로는 ‘cold’라는 뜻이라고 기사 아저씨가 설명한다. 잠시 차에서 내려 도로 아래로 펼쳐져 있는 장관을 내려다본다. 아무 기대감 없이 맞닥뜨린 그 광경. “와!”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것이 요르단이다. 생각이 과거로 흐른다. 1986년 우리나라에서 아시안 게임이 열렸을 때, 학교에서 친구들과 잠실 체육관을 방문하여 농구 경기를 관람했던 기억이 있다. 요르단과 일본이 맞붙은 경기였고, 우리들은 모두 합심하여 “요르단!” 짝짝짝 “요르단!” 짝짝짝 하며 요르단을 응원하였고, 우리의 바람 덕분이었는지 73:70으로 요르단이 이겼다. 그때 나는 요르단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몰랐고, 33년 후 요르단을 여행하고 있으리란 건 더더욱 몰랐다.

20190206_161703.jpg 라지프에서 내려다 본 요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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