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에르떼 Jan 06. 2025

웨딩홀 정하기 대작전

길일도 받아왔겠다 이제는 정말로 본격적인

결혼식 준비에 들어갔다. 마침 그 주에

결혼 박람회가 있어 후다닥 예약을 하고 방문했다.

최근에 결혼한 친구가 알려준 업체에서 진행하는

박람회였다.


비대면 플래너 형식이라 비용도 합리적이고

카페에 후기를 쓰면 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도 주는 일석이조의 업체였다.

결혼 박람회는 말로만 듣던 스드메, 예복, 허니문까지 우리가 필요한 모든 것들이 다 있는 신세계였다.

직원분께서 우리를 가장 안쪽에 앉아계신 플래너님

자리로 안내해 주셨다.


우리는 결혼식에는 많은 돈을 투자할 생각이 없었다. 결혼식은 그저 식. 세레머니 일뿐이었다. 결혼식 이후 우리의 삶이 더 중요했다. 현실은 드라마에서처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로 끝나지 않으니 말이다.




우리의 의견을 들은 플래너님은 예산에 맞게 계획을 짤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우선 길일에 예약할 수 있는 웨딩홀을 살펴보았다. 다행히 일요일 예식이라 자리는 있었다. 웨딩홀 자리가 없을까 봐 노심초사했는데

한 시름 덜 수 있었다.


신상 웨딩홀과 가성비 웨딩홀 두 곳에 자리가 남아

있어서 직접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그 두 곳은

블로그로 후기를 열심히 찾아보며 마음에 담아뒀던

곳이라 더 반가웠다. 신상 웨딩홀은 아직 완공 전이었지만 신상 베뉴라서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게다가 오픈 전 특가라니! 무조건 가야만 했다.


가성비 웨딩홀은 20년이 넘은 곳이었지만 몇 년 전

리모델링을 한 곳이었다. 베테랑 직원분과 합리적인 가격이 장점이었다. 결혼 카페의 후기들을

눈이 빠지게 정독하며 마음이 저울질을 시작했다.

내 마음은 점점 신상 웨딩홀로 기울고 있었다.




결혼박람회에 다녀오자 진짜 결혼식 준비를 시작하는구나 실감이 났다. 그분과 여러 번 결혼에 대해 이야기하고 결혼 생활을 상상하며 까르르 웃기만 했지 제대로 된 결혼식 준비는 처음이었다.


양가 가족분들과 친인척, 직장 동료, 지인들을 모시는 뜻깊은 자리. 우리가 하나 됨을 선언하는 날. 결혼이 아닌 ‘결혼식’ 준비는 말 그대로 큰 행사였다. 이 큰 행사를 준비하는 건 정말 쉬운 게 아니었다.


생각보다 많은 항목들을 챙겨야 했고 신경 쓸 부분이 많았지만 다행히 그분과 의견 충돌은 없었다. 서로

배려하며 의견을 함께 나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딱히 없어서 강력하게 어떤 걸

주장하는 경우도 없었다. 그런 나에게 한 가지 로망이 있다면 그건 바로 단독홀이었다.




30분 만에 후다닥 해치우는 공장형 결혼식은 하고 싶지 않았다. 내 결혼식이 거행되고 있는 중인데 바로 옆 방에서도 또 다른 결혼식이 진행되는 건 원치 않았다. 손님이 섞여서 어지러운 것도 싫었고 오로지 우리의

손님들만 받고 여유롭게 식을 진행하고 싶었다.


그런 나의 로망을 그분은 고맙게도 공감해 줬고 이해해 줬다. 그리고 하나밖에 없는 나의 로망을 꼭 이뤄주고 싶어 했다. 그분의 배려심에 나는 또 감동을 받았다. 우리는 신상 웨딩홀을 먼저 방문했다.

아직 공사 중이라 컨테이너 박스에서 상담을

진행했다. 조감도는 이미 완벽했다. 그 조감도대로만 나온다면 더할 나위 없었다.


상담을 진행해 주신 분은 이 업계에 20년 넘게 있었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하우스 웨딩을 하고 싶어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완공 전이라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어느 정도 올라온 건물을 꼼꼼하게 살펴보니

불안감이 조금 가셨다.




예쁜 신상 베뉴에 오픈 전 특가! 게다가 야외 결혼식의 느낌도 낼 수 있는 하우스 웨딩에 포토 부스의

혜택까지 있는 이곳을 보니 내 마음은 더 확고해졌다.

아직은 흙바닥에 건물이 올라가고 있는 중이지만

이미 내 머릿속에는 완공된 그곳을 걷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예식 시간이 3시간인 점도 매우 마음에

들었다. 시간에 쫓기듯 서둘러서 진행하는 결혼식이 싫었던 내게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었다.

물론 가격적인 면에서는 가성비 웨딩홀이 훨씬

나았겠지만 세월의 흔적이 다분한 건물 외관이

신경 쓰였다.


결혼식 준비를 최대한 가성비 있게 진행하고자 했지만

막상 선택지가 주어지니 더 예쁘고 좋은 곳으로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도 일생에 한 번뿐인

결혼이라는 마법의 문장에 빠져버린 것 같았다.


웨딩홀 상담을 마치고 우리는 차로 돌아와서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완공 전이라는 불안함은 있지만 오픈 전

특가여서 가격도 괜찮아서 이곳이 마음에 든다고

솔직히 이야기를 했다. 다행히 그분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우리는 가성비 웨딩홀은 과감히 포기하고

이곳에서 당일 계약을 진행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