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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에르떼 Dec 23. 2024

낙동강 오리알

추적추적 비가 오는 호수공원 주차장에서

그분과 결혼에 대해 더 내밀한 이야기를 나눈 후

나는 내 마음에 좀 더 솔직히 다가갈 수 있었다.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하던 혼잡한 내 마음은

깔끔하게 정돈이 되고 원하는 게 분명해졌다.


나도 그 분과 결혼이 하고 싶었고 그 시기가

내년 가을이든 봄이든 간에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건 그분도 마찬가지였다.

진지한 대화 끝에 우리는 내년 봄에 결혼을 하기로

뜻을 합쳤다.


양가 부모님께 우리의 뜻을 전해 드렸고 우리는 이제 본격적인 결혼 준비에 들어가야 했다. 내년 봄까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말 그대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후다닥 준비를

해야 했다.




괜히 마음이 조급해졌다. 어서 하나씩 준비를

시작해야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았다. 그런데

우리에겐 아직 넘을 산이 하나 남아 있었다.

엄청나게 높고 험준한 에베레스트급의 산이었다.


그 산은 바로 의식주 중 가장 중요한 집이었다.

우리가 함께 살 집이 준비가 되어야 본격적인 결혼

준비에 들어갈 수 있었다. 같이 살 집 없이 결혼식을

준비할 순 없었다.


여기저기 집을 알아봤지만 생각보다 집값은 비쌌다.

여기도 이 정도인데 수도권에서 신혼집을 구하기란

하늘에 별따기겠구나. 내 코도 석자인데 수도권의

예비부부들을 걱정하고 있다니.

나도 참 걱정도 팔자다.




각종 부동산 사이트를 찾아보며 집을 알아봤다.

아파트, 오피스텔 등등 닥치는 대로 이곳저곳을

찾아봤다. 지갑사정에 딱 맞는 마음에 드는 집은

찾기가 어려웠고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다들 자기 집이 있는데 우리만 집이 없는 것 같았다.


이대로라면 결혼을 미뤄야 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우리에겐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었다.

허리띠를 있는 대로 졸라매서 좀 더 좋은 집을 사는 것. 아니면 형편에 맞는 집에 들어가 살면서 함께 돈을

모으는 것.


뭔가 둘 다 탐탁지 않았다.

빚과 함께 하는 게 결혼준비라고 하지만

최대한 빚 없이 평탄하게 시작하고 싶었다.

무리한 욕심이었을까? 현실과 타협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보였다.

그 빛은 구원투수이자 핑크빛 미래로 가는

급행열차였다. 심장이 마구 요동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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