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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에르떼 Dec 09. 2024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그분은 그런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걱정하고 있는 부분들을 다 이해한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결혼을 해서도 내 이름을

부르고 싶다며 본인은 그게 더 좋다고 했다.


그분은 울고 있는 내 손을 잡고 많이 힘들었겠다며

다독여줬다. 그분의 따뜻한 말 한마디는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위로가 되었고 그분의 따스한 눈빛에서 알 수 없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꼈다.


자기도 희생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며 그런 모습을 보면 속상할 것 같다고 했다. 서로를 위해 희생하기보단 배려를 하며 살자고 했다. 누군가가 자기를 위해 희생한다면 그건 너무 미안한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어진 그분의 말.




“OO 씨는 아직 희생과 배려의 경계에 있는 것처럼 보여요. “

그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현재 내 모습을 다시 되돌아봤다. 아직 그때의 모습을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지만 그래도 그 경계까지는 갔구나.

다행이라는 생각과 더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희생만으로는 절대 건강한 관계를 이어나갈 수 없다.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희생을 한다면 희생하는 쪽은

시간이 지날수록 현타가 오고 상대방을 원망하게 될 거다. 희생을 받는 쪽은 처음엔 고마워도 시간이

흐를수록 부담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더 커질 거다.


나는 그분과 건강한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었다.

한쪽으로 무게가 쏠린 불안정한 관계 말고 서로서로

시소를 타는 것처럼 상대방이 배려하면 배려받고

또 내가 배려해 주면서 건강하고 바른 관계를

형성하고 싶었다.


그래서 난 예전의 내 모습을 고치고 싶었고 더 나은

나로 바뀌고 싶었다. 문득 내 옆에서 나를 세심하게

관찰해 준 그분이 참 고맙게 느껴졌다. 나의 미묘한

감정선까지도 다 파악해 주는 사람. 서운한 부분들을 말해주면 같은 일은 절대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 그분은 참 고마운 사람이었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겠다며 호기롭게 떠들고 다니던 중학생 시절, 일가 친척분이 결혼을 했다.

그 어린 마음에도 어떻게 결혼을 마음먹게 될까?

호기심이 생겼다. 시간이 지나 고등학생이 된 어느

명절날, 나는 그분께 결혼할 결심이 어떻게 생겼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주 담백한 답변이 돌아왔다.


자기가 결혼을 할 시기에 주변에 있던 사람이었고

마음과 타이밍이 맞아 결혼을 했다고. 운명적인

사랑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 생에 마지막 사랑 같은

유일무이한 사람이어서가 아닌 이렇게 현실적이고

무미건조한 이유라니... 제 3자인 내가 듣는데도

너무 서운한 이유였다.


그런데 지금 그분과 결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그때 친척분의 말이 문득 떠오른 건 왜일까? 나도 그 이야기에 어느 정도 공감이 될 나이가 되어서가 아닐까.




어릴 적 나는 서로가 없으면 죽지 못할 만큼 간절한

사랑을 해야 결혼하는 줄 알았다. 하루라도 안 보면

죽을 것 같고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절절한 사랑 정도는 해야 결혼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정말 철없던 생각이었다.

결혼은 드라마 주인공의 해피 엔딩처럼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결혼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었다.

그 시작은 매우 신중하고 심사숙고가 필요했다.

결혼은 이성이 마비된 감정적인 사고로 결정할게

아니었다. 매우 이성적인 현실 감각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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