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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에르떼 Nov 30. 2022

풀빵 같은 사랑

찬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간식들이 있다. 호떡, 붕어빵, 국화빵 등 다양한 간식들이 후각을 자극한다. 그리고 나에겐 겨울이 오면 생각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중학생 때 선생님께서 보여주셨던 다큐멘터리이다.


풀빵 엄마라는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풀빵이 뭔가 했다. 보다 보니 풀빵이 국화빵을 일컫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픈 몸을 이끌고 한겨울의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풀빵을 팔던 그분... 보는 내내 눈물이 펑펑 나서 휴지로 코를 막은 채로 본 기억이 있다.


건강한 몸으로도 하기 힘든 일을 성치 않은 몸으로 하다니… 엄마란 저런 것일까? 내 몸 아픈 것보다 내 자식이 먼저고 눈 감을 때도 내 자식이 생각나 편히 눈을 못 감는 그런 지극한 마음은 엄마여서 가능한 걸까?


나에게도 자식같이 키우고 있는 강아지가 있다. 나에게 내 강아지 깜순이는 하나밖에 없는 내 딸이자 온 마음으로 사랑하는 귀중한 존재이다. 내가 나의 강아지를 사랑하는 마음도 크지만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깊고 넓은 걸까.


본가에 가서 동생과 내가 엄마께서 해주신 밥을 맛있게 먹고 있으면 아빠가 오셔서 흐뭇하게 바라보신다. 그리고 내 논 밭에 물 들어가는 거와 내 자식 입에 먹을 거 들어가는 거 볼 때가 가장 배부르다고 하시며 맛있게 먹으라고 하신다.


어렸을 때는 그 마음을 잘 몰랐다. 내 배에 음식이 들어가야지 배부른 거 아닐까?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내가 사 온 음식을 부모님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며 그제야 그 감정이 뭔지 알 것 같았다. 맛있게 드시고 계시는 모습만 봐도 내 배가 불러오는 느낌이었다. 마음속에 행복이 차오르는 느낌.


‘아 우리 부모님도 이런 마음이셨구나.’  


부모님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나는 깜순이가 사료를 오물오물 씹어먹는 것만 봐도 흐뭇하게 미소가 지어진다. 순이가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이 먹는 것만 봐도 행복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맛있게 잘 먹는 자식을 보는 부모의 마음도, 사랑하는 연인이 잘 먹는 모습을 보는 사람의 마음도, 자기 반려견이 잘 먹는 모습을 보는 견주의 마음도 다 같은 것이겠지. 사랑은 거창한 감정이 아니다. 그저 저절로 샘솟는 애정의 결정체다.


추운 겨울이 오고 거리에 국화빵이 보이기 시작하면 나는 풀빵 엄마가 생각난다. 풀빵 엄마의 눈물겨운 모성애, 그 사랑이 생각난다. 그 사랑을 우리 부모님께 받고 있으니 나는 얼마나 복 받은 사람인가. 찬연한 태양빛같이 무한한 사랑을 주시는 부모님이 계셔서 나는 정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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