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ew Oct 30. 2022

결국은 49:51의 선택

미국이냐 한국이냐,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미국에서 사는 시간이 1년, 2년씩 매년 늘어날수록 한국에 있는 주변 친구와 지인으로부터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미국에서 사는 거 좋아?"

"한국보다 미국이 좋아?"

"평생 미국에서 살 거야?"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항상 같다.


"응, 지금은 미국에서 사는 게 좋아. 근데 인생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르지. 나중에 한국에 다시 갈 수도 있는 거고."


한 치 앞을, 당장 1시간 후에 나에게 들이닥칠 일도 모르는데 내가 평생 미국에서 살지, 나중에 다시 한국으로 갈지 어떻게 알겠는가. 중요한 사실은 지금 나는 미국에 살고 있다는 것이고 미국에서의 삶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이전 회사에는 한국인 인턴이 많았는데 대부분 대학생 혹은 대학교를 막 졸업하고 미국으로 인턴십을 온 친구들이었다. 그 친구들은 대게 1년의 비자를 받아 오는 경우가 많다. 1년, 어찌 보면 짧고 어찌 보면 긴 시간이다. 1년이란 시간 안에 한국으로 돌아갈지, 미국에 더 남아있을지 결정하기는 여간 고민되는 일이 아니다. 일단 비자 기간이 만료된 이후 합법적으로 미국에 더 남아있으려면 비자를 바꾸거나 영주권을 스폰해줄 회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비용도 시간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본인이 살게 될 '나라'를 선택하는 문제는 인생에서 정말 중대한 선택이다. 아무쪼록 미국이냐 한국이냐의 고민의 경계에 있는 친구들이 미국에 와서 영주권을 받고 계속 살고 있는 나에게 참 많이 물어봤었다.


"미국에 있는 것 후회 안 하세요?"

"미국에 더 있을지, 한국에 돌아갈지 너무 고민돼요."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역시 항상 같았다.


"미국에 더 남아있을지 한국에 돌아갈지 결정하는 것은 결국엔 49:51의 싸움이야. 어떤 걸 선택하더라도 아쉬움은 남을 거야. 그러니까 아주 조금이라도 너 마음이 더 향하는 쪽을 선택해."


처음부터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어린 나이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온 케이스라면 이런 고민을 할 이유가 없다. 가족도, 친구도 모두 미국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처럼 그리고 질문하는 그들처럼, 성인이 된 이후에 미국에 온 경우라면 당연히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문화, 언어, 환경이 익숙하지 않은 낯선 땅 미국에서 가족, 친구와 떨어져 미국에 살기로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어찌 보면 정말 큰 선택이다. 특히 1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인생에서 매우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하니 더더욱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위와 같이 소위 '미국이냐 한국이냐'에 대해 내게 고민 어린 질문을 했던 수많은 동생들에게 나의 대답은 최선이었다. 어쩌면 그들은 내게 좀 더 명확하고 확실한 대답을 들을 수 있길 기대하며 물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시도 아닌, '어떤 나라에서 사느냐'는 인생에서 매우 큰 선택이며, 그 선택으로 인해 인생의 방향 자체가 완전히 바뀔 수 있다. 그렇기에 내 경험을 토대로 조언은 해줄 수 있지만 한국, 미국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아쉬움은 남을 것이며 결국에 선택은 본인이 해야 한다. 결정을 내리는 그 순간까지 49:51의 싸움이 될 수도 있다.



미국, 한국 어디에 있든

미국에서 사는 것은 좋은 점이 정말 많지만 결코 쉬운 것만은 아니다. 가족, 친구와 떨어져 낯선 땅에서 살며 생각보다 외로움이 더 빨리, 쉽게 찾아올 수도 있다. 향수병을 매일 약처럼 달고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다. 비싼 의료비와 총기 소지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주제이다. 미국의 생활방식과 문화가 좋아 미국을 선택했고 5년 가까이 살고 있는 나만 봐도 그렇다. 가족과 친구는 늘 보고 싶고 한국의 거리와 풍경이 눈앞에서 아른거릴 때도 있다. 또 먹고 싶은 한국 음식은 말해 뭐하겠는가. 그렇지만 '그럼에도' 나는 지금 미국이 더 좋기 때문에 미국에 사는 것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미국의 회사생활 환경이 잘 맞다고 느끼며 관계에 있어서도 때에 따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배려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덜하고 편하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삶을 사는 미국 사람들의 가치관도 나와 잘 맞다. 어딜 가든 북적이지 않고 맑은 자연과 날씨가 주는 행복감도 크다. 또 미래의 자녀 교육을 고려했을 때 미국이 낫지 않을까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갖고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미국에서 살고 있다. 그렇지만 수년 후, 혹은 시간이 더 흘러 이런 나의 생각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에 와서 살아보니 미국이나, 한국이나 결국 사람 사는 것은 모두 비슷비슷하다는 것이다. 문화와 사람, 생활방식과 가치관의 다름으로 인한 변수는 존재하지만 어느 쪽이 100% 더 나은 것은 결코 없다. 인생이란 여정에 100%가 어디 있겠는가. 한국, 미국 어느 곳이든 각자 가진 문화와 성격이 다를 뿐 인생의 희로애락은 어디서든 동일하다. 


미국이 더 좋은지, 한국이 더 좋은지와 같은 사람들의 질문에 정답을 얘기해줄 순 없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나는 미국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한국 어느 곳에 살든 나는 매 순간 나의 선택에 항상 책임을 다할 것이며 내게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전 15화 영어, 한평생 같이 가자 친구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