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연결하는 것, 좋은 음악을 안내하는 것
지금에 와서 돌아보니 그 모든 일들이 모여 현재의 내가 하고 싶은 일(음악 처방)을 가리킨다는 것을 알았지만, 정확하게 깨닫고 구체적으로 실천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건 올해(2025년)였다. 대략적으로 그려둔 서비스 초기 안이라든지, 형태 정도야 있었지만 늘 '언젠가 할 여유가 생기겠지'라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하고 싶다는 일일지에 대한 자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늘 하고 싶은 것도, 잘 해내고 싶은 것도 많았던 나였으니 말이다.
그중에 나를 약간 망설이게 했던 지점은, 바로 '전문성'에 대한 것이었다. 음악 모임을 할 때에도 내가 '음악 평론가'나 '음악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 아닌데 괜찮을까 라는 우려가 마음 한 구석에는 존재했다. 대중문화 영역에서 학위 개념이란 모호하기 때문에 그 당시 내가 생각하던 음악 전문가는 필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평론가, 음악 칼럼니스트가 대표적이었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혹은 음악/엔터 산업의 A&R, 공연 기획자 등으로 오랜 기간 종사한 분들도 포함해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중음악이라는 분야에서 굳이 전문가 여부를 따져야 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 보면 매우 취향의 영역이니, 폭넓은 음악에 대한 열린 마음을 지니고 다방면의 음악 경험을 지닌, '음악 애호가'인 나로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애초에 내가 목표로 했던 것은 장르적인 지식이나 평론 방법론을 강의하는 게 아닌, 좋은 음악을 안내하고, 사람들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건네고, 음악을 매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벅스 뮤직PD'라는 경험으로 음악 모임장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넷플연가 모임장이 된 이후에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나의 음악 열정(?)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었다. 어찌 됐든 대외적으로 어필을 하고, 모임 모객을 하려면 퍼스널 브랜딩에 대한 부분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인스타그램도 비공개 계정으로만 운영했고, 개인 플레이리스트 구독자 수도 100명이 채 안되기 때문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 자체가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개인 SNS를 알리고, 키우는 것은 여전히 하고 있는 고민이자 작업이기도 하다.
그리고 음악 애호가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내적으로 많이 애썼다. 음악 관련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고, 음악 관련 글을 쓰며, 장르적인 지식을 함양하려고 했다. 해외 매체도 살펴보고, 현업 평론가/에디터 분들의 인스타그램을 훔쳐보며(?) 어떤 곡들을 들으시는지 따라가기도 했고, 언급되는 앨범은 일단 체크했다. 예전 같았다면 듣고 흘렸을 음악도 한 번쯤은 더 확인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요즘에는 레이더(?)에 들어온 곡 중에서 두 명 이상이 언급한 곡은 시간을 내서 꼭 들어본다. 그리고 왜 추천을 한 것일까, 어떤 점에서 의미가 있는 곡일까 하는 생각까지 해본다. 특히 연말에는 각종 국내외 매체에서 올해의 노래를 쏟아내곤 한다. 2023년 말의 나와 2025년 말의 나를 비교했을 때, 해가 거듭할수록 연말 결산에서 아는 아티스트나 공감되는 부분도 많아지고 이견도 제시할 수 있기에 소기의 성과가 있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약 두 달간 정병욱 평론가님이 진행하는 음악 장르에 관한 수업을 수강하며 대중음악에 대한 지식을 정리하고, 쌓아갔다.
외적으로는 개인 채널을 키우려고 노력했다. 음악 처방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2024년에 오픈한 '음악약방' 플레이리스트 유튜브에 2주에 1개의 영상을 업로드하려고 했다(늦어진 적은 있지만 멈추지는 않았다!). 브런치를 통해서도 좋았던 노래나 공연, 혹은 음악에 대한 단상을 남겼다. 진행했던 모임 기록을 남기며 회고하기도 했고.
넷플연가에서도 정기 모임 외에 연간 음악 결산 및 음악 감상회와 같은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모임장으로서는 모더레이터(진행자)의 역할에 좀 더 방점을 찍는 편인데 이벤트에서는 조금 더 음악 모임장 다운 무언가를 전달하려고 했다. 서로가 한 해 즐겨 들었던 음악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더해, 그 해의 음악 트렌드를 정리한다든지 말이다.
- 정기모임
인천부평문화재단,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만들기
넷플연가, 취미는 선곡
넷플연가, 내 인생의 주제가 찾기
넷플연가, 음악이 흐르는 술집 (1)
넷플연가, 음악이 흐르는 술집 (2)
- 이벤트/강연
신촌 서른살롱, 음악과 함께 돌아보는 나의 20대, 다가올 30대
둔촌도서관, 음악 취향 여행
문토, 2025년 상반기 회고 모임
넷플연가, 유별난 음악 감상회 #여행
넷플연가, 유별난 음악 감상회 #시작
넷플연가, 2024년 나의 멜로디 (음악 연말 결산)
넷플연가, 2024년 상반기 회고 모임
넷플연가, 2023년 나의 멜로디 (음악 연말 결산)
문토, 2023년 회고 모임
2023년~2025년 진행했던 모임/강연들
결론적으로 나는 음악 전문성, 즉 내가 음악에 관한 것들을 자신 있게 다룰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예전보다 덜 고민하게 되었다. 내가 규정한 나의 정체성은 '취향 안내자'에 가깝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추천하고, 좋은 음악을 소개하고, 안전한 모임을 통해 음악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까. 음악을 혼자 듣고 생각을 끄적이는 것도 좋았지만, 모임을 하면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나아가 새로운 음악과 그들을 연결하는 것도 즐거웠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팝(pop), 즉 대중음악이다. 알앤비, 힙합, 록, 일렉트로닉 모두 좋아하긴 하지만 특정 장르를 깊게 파지는 않는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로 Taylor Swift, 구름, Destiy Rogers, Sasha Alex Sloan, 옥상달빛, 음성녹음, Clairo, Men I Trust와 같은 팝(인디) 아티스트를 꼽지만 동시에 Gemini, THAMA, Hope Tala, Sailorr(R&B/hiphop) 등도 좋아한다. Oklou나 Effie처럼 요즘 호평받는 아티스트들도 즐겨 듣는다. 결론적으로 어느 정도 연성화된 장르, 대중적으로 소구 하는 부분이 있는 노래들을 좋아한다. 대중적인 취향을 지녔다는 것이 이런 류의 일(음악 처방)을 할 때에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나 자체가 영향력이 이미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했던 나로서는 0에서부터 '내가 이런 사람이에요'라는 걸 만들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일단 인스타그램 개인 공개 계정부터 헐레벌떡 개설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반응도 없지만 무언가를 계속 말하고, 축적해 나가는 것, 정말 쉽지 않다.
그래도 2025년 하반기부터는 이런저런 흔적을 더욱 남겨보려고 노력 중이다. 특히 인스타그램에서 공연 후기나 음악 이벤트, 방문한 공간, 감상 등을 아카이빙하고 있다. 요새는 자신의 취향을 잘 가꾸어서 보여주는 게 중요한 시대 같다. 비슷한 사람을 만나기도, 또 새로운 기회를 찾게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아티스트에게도 좋다는 감상을 직접 전달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올해는 더욱 자주, 크게 말하기로 했다.
청소년 시절부터 대학생활, 지난한 취업준비 과정을 거쳐 험난한 사회초년생 시절까지. 나를 버티게 해 준 팔 할은 음악이었다. 하루하루 지친 일상에서 음악을 부여잡고 다시 일어나고, 기대했다. 때론 그냥 흘렸다. 그리고 이런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도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 일을 시켜주지 않는다면]
00. Prologue
01. 벅스 뮤직PD가 되던 날
02. 그래, 이걸 해야겠어!
03. 먼 훗날 완성될 나의 점묘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