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앞니맘 Apr 11. 2023

마지막 인사


나와 남편의 소중하고 귀한 아이들이 장례식장 계단으로 내려오면서 어리둥절해했다. 사고라면 병원으로 가야 하는데 장례식장으로 안내하는 삼촌의 뒤에서 아이들은 걸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봤다. 명절에도 모이기 힘든 친가 외가 가족들이 다 모여서 삼 남매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엄마.~"

아이들도 나 같은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원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동생들은 이들을 집에 보내는 것이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 잠잘 곳을 따로 정하라고 했지만 아이들은 집으로 가겠다는 의사를 정확하게 밝혔다. 아빠가 나쁜 사람도 아니고 무섭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큰아들은 동생들을 데리고  집으로 갔다.  큰 남동생이 삼 남매와 함께 행을 했다.

"엄마도 자려고 해 봐."

큰아들의 말에 나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새벽에 올게."

"아니야. 전화하면 애들 데리고 와. 아직 장례준비가 하나도 안 돼서 어찌 될지 모르니까 애들 잠이라도 자게 해 줘. 내일부터는 애들도 못 자."

나는 동생들의 대화를 듣고만 있었다.


아이들을 보내고 동생의 손에 끌려 상주들이 사용하는 방으로 들어갔다. 장례식장에 온 것이 날짜로는 이틀째가 되는 새벽이다. 누웠지만 단 1초도 잠이 오지 않았다. 몸이 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몸속을 채우고 있는 모든 것이 빠져나가는 느낌과 같았다. 꿈같기도 하고 환상 같은 세계를 오가는 기분이었다. 믿기지 않은 현실 오답 없는 남편과 나 스스로에게 던져대는 질문과 의문은 나의 잠을 쫓고 있었다.


"언니 지금 못 자면 잘 시간이 없어. 조금이라도 눈을 붙여봐. 그러다가 쓰러져."

자 보려 노력만으로 잠이 오지는 않았다. 잠이 들어야  꿈이라 깨기라도 할 텐데 그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물이라도 마셔야 한다고 가져다준 물 시기 힘이 들었다. 그렇게  날이 밝았다. 날씨가 추워지고  남편이 싫어하던 비가 내리고 있다.


아무것도 없던 제사상단에 남편의 사진이 띄워졌다.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에 검은띠가 둘려져서 나를 바라보고 있 모습이 한없이 눈물을 쏟게 만들었다. 얼마 전에 친정으로 떠났던 가족여행에서 동생의 새집 소파에서 다섯 식구가 찍은 사진에서 남편의 얼굴만 따온 사진이다. 마지막 가족사진인 줄도 모르고 모두가 즐거웠다. 상단에 사진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물었다.

"그렇게 좋아."

난처한 상황이면  늘 그랬던 것처럼 남편은 대답대신 웃 있다.


정식으로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는 경찰서에서 보내는 확인서가  필요다.  만약에 문제점이 발견되면 장례를 치를 수가 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부고 문자를 보낼 수도 정확한 발인 날짜를 정할 수도 없이 기다렸다. 오전이 다 지나고 있었지만 경찰서에서 소식이 없다. 주말에 일어 난 사고라서 처리에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언니, 아직 지인들에게 연락도 못했는데 내일이 발인이야. 형부를 이대로 보내는 건 아닌 것 같아."

나도 동생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보고 싶은 사람들 다 보고 가게 해줘야지. 형부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을 ..."


우리는 4일장을  결정했다. 하지만  지문으로 잠긴 남편의 핸드폰을 열 수가 없었다. 결국 나와 시동생이 아는 남편 지인들에게 먼저 안내 문자를 보내야 했다. 정신을 못 차리는 나를 대신해서 동생들이 모든 일을  알아서 처리해주고 있어서 나는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었다.


상복이 도착했다. 스므살이 넘어서 처음 입는 양복이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상복이라니 기가 막혔다. 검은 상복을 입은 나와 아이들은 남편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막내딸은 어려서 보지 말라는 말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나도 아빠가 보고 싶어. 마지막이잖아."


남편은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있는 듯 우리를 맞이했다.  다시는 볼 수 없는 남편아빠 그리고 하나뿐인 형을 울지 않고 편안하게 보내 주겠다는 서로의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아빠 그동안 사랑한다는 말도 많이 못 하고 뽀뽀도 안 해줘서 미안해. 그래도 내가 아빠 많이 사랑했어. 아빠 사랑해. 잘 가."

막내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각자의 인사는 끝이 났다. 이제 더 이상 남편의 얼굴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것이다. 


생맥주 500cc를 마시고 쓰러져서 실없이 웃기만 하던 애 때고 투명할 만큼 순수했던 91학번 후배는

이제 그의 흔적 나에게  남기고 처음 왔던 곳으로 돌아갔다.


곱디고운 베옷 입고  꽃신 신고 가는 님아
이승의 짐 훌훌 벗고 고이 가소 정든 님아













이전 04화 인정해야 하는 시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