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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레인지타임 Mar 11. 2021

나는 특별하지 않다.

"아 저 한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대학교 다녔어요"

"아 진짜요? 어디요?"

"영국에서요"

"우와. . . "


만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 맺을수록 서로의 사적인 정보를 조금씩 공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타인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사적 정보들이 있다. 그것은 대개 듣는 이의 반응에 따라 결정된다. '이 얘기를 하면 상대방은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질문에 기초해, 자신이 드러낼 것들과 숨길 것들을 가려낸다. 상대방이 부정적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다분한 자신의 '약점'을 덮으려 애쓰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내가 영국 런던에서 대학교를 다녔다는 사실을 공개할 때, 듣는 이의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그러나 나는 그 사실을 언급하기 꺼리며 최대한 피하려 한다. 내가 먼저 그 사실을 밝히는 일은 일절 없으며, 상대방과의 소통에서 그러한 기회가 생기더라도 최대한 얼버무리고 화제를 돌리려 한다. 듣는 이의 반응도 좋고, 약점도 아닌데 나는 도대체 왜 그럴까?


부득이 내 유학 생활을 얘기할 때면, 상대방은 십중팔구 호기심과 신기함으로 가득 찬 표정과 질문으로 화답한다. 이것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후에 그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에 있다. 그들은 보통 나를 굉장히 특이하고 뛰어난 사람으로 여긴다. 이것은 내가 감사해야 마땅한 칭찬이지만, 나에겐 너무 과분한 칭찬이다. 너무 과분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고, 심지어 '내가 그들을 속이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의심마저 든다. 나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그들의 기대 언저리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들은 흔히 '유학생 프레임'을 나에게 씌운다. 이 프레임에 갇혀 나는 평가받고 대접받는다. 이것은 대개 이런 것들이다. 


"너는 틀림없이 부자일 거야"

"너는 틀림없이 영어를 잘할 거야"

"너는 틀림없이 자유분방할 거야"

"너는 틀림없이 한국 문화에 대해 비판적일 거야"

"너는 틀림없이 개방적일꺼야"

. . .


이와 같은 수많은 편견들 중에, 내가 해당되는 사실도 있고 해당되지 않는 거짓도 있으며, 부분만 맞는 불완전한 사실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사실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 내가 극구 부인해도 그들은 믿지 않는 경향이 있다. 내가 그저 겸손하다고만 생각한다.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그곳에서 살면서 오랜 시간 동안 직접 겪고 부딪힌 것들을 그들이 제대로 알아야, 온전한 공감을 이끌어 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페나 술자리에서 하는 나의 변론은 뜻대로 먹혀들지 않았다. 단편적인 정보는 그들의 예상을 더 확신시켜줬고, 나는 더 비범한 사람이 되었다. 


나는 이제 실상을 제대로 말하고 싶다. 유학 생활엔 분명 꿈같고 화사한 측면이 있다. 낯설고 모든 것이 새로운 외국에서의 삶이란 신기함과 흥미로움의 연속이다. 하지만 신선함이 항상 행복과 즐거움만을 동반하지 않는다. 타지의 낯섦은 외로움, 두려움, 슬픔, 걱정, 위험과 같은 부정적인 요소들도 지니고 있다. 다만 경험자들이 이러한 어두운 측면보다는 밝은 측면을 알리는데 좀 더 관심이 있어 덜 알려져 있을 뿐. 


그래서 난 내가 겪고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말해보려 한다. 간혹 그것들이 불쾌한 것들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내가 유학 생활동안 겪은 '나쁜' 경험이 약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어두운 경험들이 현재의 좀 더 성숙한 나를 만들었기에, 오히려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추억팔이를 하고자 하는 이유는 비경험자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완화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그보다는 예비 유학생 또는 예비 이민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환상에만 젖어 무작정 해외로 날아가는 친구들을 많이 봤고, 예상과 많이 다른 현실에 힘들어하고 때로는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친구도 봤다. 그들의 유학 의지를 꺾으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나는 여전히 유학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정말 느끼고 배울 점이 수두룩해 천지에 깔려있다. 나는 그저 그들이 유학 결정을 내리기 전에, 현실을 제대로 알고 그 현실을 바탕으로 한 번 더 고뇌를 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뿐이다. 타지에서 산다는 것과 잠시 머무는 것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유학 생활을 여행의 관점에서 보지 않고 삶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들이 좀 더 냉철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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