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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Oct 27. 2022

걷지 않으니 길을 잃다.

제주생활 7일 차 - 방황하다 찾은 곳은 결국

who. 나는

파도소리에 일찍 잠이 깬 나는 커피 내려주겠다는 지인이 있는 야영장으로 산책했다. 커피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지인은 휴양림 쪽으로 야영을 가기로 난 오늘 하루는 올레길 걷기를 멈추고 쉬어가는 것으로 각자 갈길로 헤어졌다. 협재에서 1박 금능에서 2박을 잘 머물렀다. 꽤 편한 차박지였지만 계속 나만 차지할 수는 없기도 하고 다음 올레길 코스는 이곳에서 걷기에 동선이 너무 길다.


what. 다음 차박지 찾기

무엇보다 3일 연속 걸었더니 발가락 상태가 말이 아니다. 신발이 안 맞는 것인지 양말이 문제인지 내 발이 문제인지 물집이 잘 생긴다. 이것저것 다 바꾸어봐도 소용이 없다. 어젠 거의 절뚝거리다시피 마지막 길을 걸었으니 발을 좀 쉬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다음 차박지도 알아보기도 하고 필요한 물품도 사야 하니 드라이브하는 마음으로 주변을 돌아보자는 생각으로 오전 느지막하게 출발해본다. 


where. 싱게물

차박 장소로 싱게물이 얘기가 되기에 한 번 가보기로 했다. 내 기억으로 이곳은 좀 외져 있는 곳이라 편의시설 찾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기억했는데 차박지로 추천이 되고 있어서 실제 가보기로 했다. 5월 중순의 제주의 햇살은 꽤나 따갑다. 며칠 전만 해도 추워서 겨울옷을 가져왔어야 했나 할 정도로 쌀쌀했는데 지금은 한여름 날씨 같다. 주차장에 주차를 했는데 주차장은 바다 쪽 길 건너에 위치하고 있고 언제 생겼는지 언덕 위에는 커다란 베이커리 겸 카페가 자리를 하고 있었다. 샤워는 오는 길에 들렀던 농협 하나로마트 목욕탕을 이용하면 되긴 하지만 화장실이 문제다. 내겐 그늘도 없고 주변 편의시설도 부족한 땡볕 아래 싱게몰은 차박 장소로 적당해 보이지 않았다. 하얀색의 풍력 발전소와 길게 뻗은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거나 일몰을 보기에는 최적의 장소이지만 말이다. 


when. 제주 카페 오픈 시간 

대체로 11시 이후부터 카페 문을 열다 보니 잠시 싱게물에서 산책해봤는데 뜨거운 태양에 돌아보는 것이 쉽지 않다. 마침 넓은 정자가 있어 그 아래 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이것 참 그늘 아래 들어오니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니 땡볕과 또 다른 느낌이다. 갑자기 오늘은 어디서 자야 하나 생각이 든다. 올레길 13~11코스 시작 지점과 끝 지점은 숙박시설도 많지 않고 제한적이다. 카페 오픈하는 시간에 맞춰 클랭블루라는 곳을 찾아 제대로 쉴 수 있었다. 충전도 하고 인터넷을 이용해서 차박지를 찾아봤다.


why. 차박지를 찾지 못하다.

싱게물이 차박지로 적당하지 않으니 13코스 시작과 12코스의 끝 지점인 용수포구에서 차박을 해볼까 하고 옮겨갔다.  포구 쪽은 아무래도 거친 느낌이 난다. 편의점이 하나 있었고 평일이라 몇 안 되는 식당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바다 쪽으로 차를 주차하기에는 적당한 주차장이 없었다. 뭔가 이곳도 애매하다. 배는 고픈데 식당들은 모두 문을 닫아서 결국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배를 채운다.  그렇게 있다 보니 이 편의점은 모든 올레꾼들이 거쳐가는 곳인 듯하다. 한 무리의 올레길을 걷는 이들이 잠시 머물며 그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며 걷는 모습이 여럿이 걷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how. 방황하다 결국 서귀포 호텔로

오늘 하루를 쉬기로 했는데 올레길을 걷지 않으니 그것 참 뻘쭘하다. 카페를 찾아 다시 멍 때 리거나 숙박지를 찾아 주변을 배회하거나 해야 하는데 이도 저도 되지 않은 상태다. 일단 걸어보자 뭐!! 결국 주섬주섬 걸을 준비를 해서는 12번 역주행으로 걷기 시작했다. 너무 늦어지면 중간에 나와서 다시 돌아오는 것으로 일단 가보자. 오후 늦게 시작하니 해는 한풀 죽어 좋기는 하다. 바람이 불어 더위도 식혀주기도 했다. 12번 길은 수월봉까지 멋진 제주 남쪽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길이다. 용수포구의 해안선은 참 아름다웠다.


P.S

결국 이날은 올레길도 제대로 걷지 못했고 계획했던 지역에 차박 또는 숙박지를 찾지 못해서 서귀포로 넘어오게 되었다. 이날 싱게몰에 도착해 받은 한 통의 전화로 인해 마음이 편치 않은 하루였다. 떠나왔던 그림자가 여기까지 뻗어온듯 하다. 걷지 않았더니 더 방황하고 길도 잃어버렸다. 몸도 마음도 쉴 장소가 필요했다. 그렇게 호텔을 찾아 씻고 제대로 저녁을 챙겨먹고 기운을 차려본다. 앞으로 걸어갈길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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