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만들어 보는 실습
그림책 '바람 운동화'를 만들며
쏟아지는 그림책, 흔하디 흔한 그림책, 휘리릭 읽고 덮어버리는 그림책,
쉽다고 생각해서일까, 공공기관에서 그림책 만들기가 유행이다.
내가 해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법!
처음에는 대다수가 이런 비스무리한 생각들을 하지 않을까, 나만 그랬을까.
몇 글자 끄적이고 쉬릭쉬릭 그림 몇 장 그려서 나도 이 기회에 그림책 한 권 만들어볼까?
일단은 글을 만든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려니 쉽지가 않다. 그래서 일기를 먼저 쓴다.
마른 바람이 많이 부는 오월의 어느날 아침, 산책하러 나가서 시골길을 걸었던 일기를 가볍게 쓴다.
그날 아침 우연히 우리 집 개도 줄을 끊고 나처럼 산책을 나갔다.
내 일기에 우리집 개 이야기를 첨가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면서 수정한다.
제목은 '바람 운동화'
바람 부는 날에는 나도 우리집 개도 바람 운동화를 신고 중력장을 벗어나, 끊고서 가볍게 날아오르듯 걷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해 본다.
조연으로 논두렁에 한가로이 앉았다 하늘가로 날아오르는 흰 새, 왜가리도 출연 시켰다.
파란 하늘에 커다란 날개를 활짝 편 흰 새라니, 그림이 눈부실 것 같다.
글을 완성하고 그림을 그리기 위해 이수지 작가님의 그림책 한 권을 샘플로 빌려왔다.
헉, 달리는 사람을 어떻게 그리지? 새가 두 날개를 펴고 나는 모습을 어떻게 그리지? 바람이 어떻게 불더라? 걷는 느낌이 들도록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개가 뛸 때 다리는 어떤 모습일까? 등등.
동작과 움직임, 그 자리에 피어있는 나무와 꽃까지 하나를 온전히 그려낼 수가 없었다.
그럴수록 그림책을 넘기며 그림을 보는 내 시선에 놀라움이 스몄다.
'아이들이 어쩜 이리도 생기발랄한지, 아이들의 에너지가 이토록 생생하게 느껴지다니!"
스케치가 어찌하든 끝이 나서 채색을 하는데 내가 지닌 색연필로는 단순한 하늘 느낌도 들지 않았다.
후~~~후~~~~괜한 입바람만 내보낸다.
같이 하는 분들도 그림책을 만드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닫는 중이었다.
어떤 분은 하루에 다섯시간씩 꼬박꼬박 작업을 하고 계시다고 했다. 힘든 대신 선물로 난생 처음 미술가의 마음이 생겨나지 않았을까 상상도 해 보았다.
손 끝에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작업들이 새삼 내 마음에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일명 흙손이라고 해야 할까, 달리 재주가 없던 손끝을 지닌 내게도
그림책의 그림체들이 예사롭게 넘겨지지 않았다.
내가 직접 해 보고 나서야 새삼 새로이 느껴본다.
우리는 누구든 손끝으로 발끝으로, 몸으로, 마음으로, 머리로 아름다움을 창조해내는 생명체들이다.
학교 다닐 때 그림책 몇 권을 만들어 보았다면,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실습을 더 해보며 자라났다면, 하고 부질없이 상상해 본다.
뜻하지 않은 그림책을 만들어보며 괄호 하나를 열었다.
그리고 창조적인 괄호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물임을 깨닫고 괄호를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