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퍼 국립공원 여행기
TV 프로그램 ‘삼시 세끼’를 볼 때는 몰랐다. 그게 우리 일이 될 줄이야. 그것도 캐나다에서. 남이 밥해 먹느라고 고생할 때는 웃고 즐기며 봤는데 막상 직접 하려니 너무 고되었다. 밥해 먹는 것이 일이라고 가끔 내뱉고는 했는데 진짜 ‘일’이 되어 버렸다.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자 오늘 가장 중요한 일.
캠핑장 안에 공용 주방이 있을 줄 알았다. 오산이고 착각이고 망상이었네. 장작을 피워야 했다. 돈을 지불하고 잘라진 나무 장작을 필요한 만큼 챙겼다. 나뭇가지와 잎사귀도 야무지게 챙겨 기세 등등하게 우리 데크로 돌아왔다. 그러나 도시 촌년들은 불 피우는 법을 당연히 몰랐다. 와이파이 하나 없는 곳에서 불 피우는 방법을 검색할 수도 없기에 TV에서 봤던 불 피우는 장면을 떠올리며 감으로 시작했다. 아무리 부채질해도 입김을 불어도 살아나지 않는 불씨. 관광 안내소에서 챙겨 온 무료 신문지를 뭉쳐서 넣으니 활활 타올랐다.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가까스로 밥을 하고 보니, 옮겨놓을 그릇이 없었다. 밥을 옮겨야 그 냄비에 국을 끓일 수가 있는데 말이다. 시야에 보이는 쿠키 상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부딪친다고, 우리에겐 마지막 쿠키 그릇이 있소이다. 쿠키 그릇은 국립공원 여행 내내 우리의 소중한 밥그릇이 되었다.
그다음은 찌개. 칼은 우리에게 사치였다. 기내에서 받은 일회용 칼로 재료를 썰었다. 갖은 야채를 넣고 팔팔 끓이니, 보기에 썩 괜찮았다. 평소보다 더 많은 노고와 시간이 드린 요리라서 그런지 더 맛있었다. 사람이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다 하게 되어있다더니, 그 말이 딱 맞다.
매일 같이 똑같은 생활 패턴이다 보니, ‘자, 밥 먹을 시간이다’라는 비장한 눈빛을 주고받으면 각자의 자리로 스탠바이. 일사불란하게 한 명은 쌀을 씻고 한 명은 불을 피우고 한 명은 재료 손질. 이렇게 손발이 착착 맞을 수가. 날이 갈수록 김병만화 되어 가는 우리. 정글의 법칙에 당장 나가도 될 만큼 생존 스킬이 늘었다. 첫날엔 몇 시간 걸려 겨우 밥 하나 찌개 하나를 완성했다면, 이제는 1시간 안으로 먹고자 하는 음식을 해 먹는 우리였다. 박수 짝짝짝. 매일 장착 타는 냄새가 옷에 다 배었지만 나무가 타들어가는 소리가 참 좋았고 불을 보며 멍 때리던 시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