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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순 Aug 27. 2020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지

평화로운 아침, 댓츠 노노

평온한 아침이다. 햇빛이 창문을 두드리고 이름 모를 새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은 뭔가 잘못됐다는 신호다. 나의 아침이 이렇게 평화로울 수 없다. 이렇게 날이 밝아서도 안 되는 게 나의 아침이다. 핸드폰을 집어 드니 이미 시계는 노동의 시작을 알리는 8시에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매일 아침 샤워를 하지 않으면 몸에 가시가 돋는 듯 행동하는 나지만 오늘만큼은 그럴 새가 없었다. 씻기는커녕 화장실에 발을 디딜 새도 없이 의자 위에 대충 걸쳐 두었던 옷을 집어 들고는 거의 몸에 감은 상태로 뛰쳐나갔다.


아침 출근시간에는 택시가 지하철보다 더 빠를 수 없다는 것을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기에, 닫혀가는 지하철 문 사이를 비집고 들어서서는 핸드폰으로 사수의 카톡을 찾았다. ‘선배님, 이제 일어났습니다. 30분 정도 더 걸릴 것 같은데 최대한 빨리 가겠습니다. 죄송합니다ㅠㅠ’


심장이 뛰었다. 나에게 날아올 흉기 같은 말들을 떠올리며, 아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지하철 안에서 죄지은 사람처럼 한쪽 구석에 고개 숙이고 서 있었다. 가능만 하다면 기관사님께 빨리 가달라고 따블을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까톡- ‘야 팀장님 회의 가셨으니까 그 사이에만 와라. 가방은 밑에 두고 오고’.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사람은 대게 두려운 상황에서 도움을 받았을 때 감동과 감사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런 선배의 따뜻한 한마디, 아니 따뜻하게 느껴졌던 그 한마디가 그동안 회사에서의 모든 설움을 어루만져 주는 듯했다.


회사에 도착해서는 선배의 조언대로 가방을 헬스장 사물함에 두고 태연하게 자리로 갔다. 나의 위대하신(?) 선배님께서 이미 친절하게 컴퓨터까지 켜 주신 상태였다. 조용히 자리에 앉아 서랍을 열며 존경하는 선배님께 간사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선배님 오늘 식사는 제가 모시겠습니다.”


 “야 됐고 다음부터 늦지나 마라” 젠장. 대답까지 섹시하다. 그렇다. 돌아보면 나의 회사 생활은 행운의 연속이었다. 실력 좋고 마음까지 따뜻한 좋은 선배들이 있었고 많은 배려를 받았다. 분명 힘든 일도 많았지만, 지금도 연락하고 잘 지낼 수 있는 건 회사생활이 나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그래도 백수가 된 지금, 늦잠을 잘 수 있는 지금을 더 행복해하며, 다시 한번 다짐했다. 지킬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다짐을.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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