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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엔 통곡의 벽과 계단이 있다.

이곳은 집인가 실내 워터파크인가!

by 다정한 똘언니

우리가 돈이 얼마 있는지 그 사람은 알 수 없었다.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말을 할 이유도 없었고 해야하는 이유도 사실 몰랐다. 해외에서는 내가 가진 모든것을 내비치는 순간 나는 모든 사람들의 타겟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 사람을 이민카페에서 알게된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그 한 달밖에 안된 시간동안 우리에게 보여준 모든 행실은 신뢰가 바닥을 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와의 강제결별을 우리가 먼저 시작을 했고 후회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사실 확고했다. 한달에 월세 7만원이라며 저렴하고 첫 집으로 시작하기 좋다고 이야기 하는 한국인. 그런데 막상 들어가보니 흙바닥에 짓다 만 공사장. 이런집에서 아이까지 있는 상황에 망하고 싶지 않으면 이런집이라도 감지덕지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이상한 소리를 하는 이상한 사람.


결별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지난 사진에 이어 이번 사진도 다소 충격적이다. 글을 쓰는 지금도 다시 봐도 충격이긴 하다. 하지만 블로그에 올려놨던 예전 사진을 다시 퍼오고 저장된 핸드폰 사진을 보면서 참 황당하고 어이가 없지만.. 다시 한번 남은 랜선집들이를 시작하겠다.

집이 아니라 남의 집 창고에 몰래 숨어 살고 있는 사람들 같은 기분이었다.

우리가 자는 방에서 비닐을 뜯지 않은 매트리스 위에 누운채 볼 수 있는 옥상으로 가는 계단과 그리고 진한 회색의 시멘트 벽. 벽지도 페인트도 하나 발라진거 없이 정말 말 그대로 콘크리트벽 그 자체였다. 두들겨보면 빈틈이 하나도 없어 못 하나도 박을 수 없는 그런 벽 말이다. 한국도 60-70년대까지만해도 이렇게 단단하게 벽을 만들곤 했었지.

비닐도 끼어있고 시멘트는 전부 덕지덕지 끼어놓은 느낌.

안방이라고 그 사람들이 말해줬던 (아마 자기들끼리 정한 것같지만) 그 벽은 다소 충격적이긴 했다. 그 외의 방들 중에서도 안방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여기는 기존에 미혼모가 사용하던 방이었는데 어디서 줏어온 매트리스 한장밖에 없었다. 그 미혼모분은 아기와 함께 몸만 빠져나갔다. 매트리스는 방에 버리고 갔다. 특이하게 여기는 시멘트 벽이 아니라 벽돌로 쌓아올린 벽이었는데 전문가가 와서 지은게 아니라 이모부라는 사람이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집인데 온 벽에서는 강풍이 불고 물이 들이치고 워터파크도 아니고 우비를 입고 살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도 그럴것이 바닥은 흙바닥이요, 벽은 벽돌에 시멘트가 발라진 틈새가 들쑥날쑥 균형이 하나도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옥상에서부터 내려오는 물빠지는 파이프가 하나 있었는데 보통 건물을 건설할 때는 저런 수도관들은 매립을 시키거나 보이지 않게 감싸서 설치를 하곤 하는데, 그걸 생각을 못한건지 아니면 안한건지 모르겠으나 벽돌과 벽돌 사이에 파이프를 꼽아놨다. 그리고 빈틈은 시멘트 남은걸로 다 덕지덕지 끼워맞춰서 발라놨다. 그 틈새로 바람이나 비 등이 엄청 들어왔다. 다시말하자면 틈새가 너무 많다보니 비가 오면 틈새로 다 들이쳐서 이불이나 옷, 땅바닥 등 다 젖어버린다는 이야기다. 천장만 존재할 뿐 집의 역할을 하나도 못 하고 있었다.

물이 흐르지면 못본채로 불을 켰다가 파바박 하는 소리와 함께 스파크에 놀라 얼른 전등을 껐던 기억. 다시 생각해도 끔찍하다.

페루의 수도 리마는 비가 잘 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 외의 고산지대들은 더 높은 경우엔 눈이 오기도 하고 한국만큼 추위가 오기도 한다. 장마나 태풍은 없지만 시시때때로 비가 오기도 하고 소나기, 스콜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 말인즉슨, 비가 자주 온다는 이야기다. 집이라고 돈을 받고 내어준 이 공간의 우리가 침실로 사용을 시작한 방 천장에서 어느날 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고작 이곳에서 4일 밖에 있지 않았지만 비오던 어느날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천장에 아무런 장치없이 방치가 되어 있던 전등이었다. 전기선이 연결되어 있어 불을 켜면 실제로 불이 켜지는 전등이었는데 아무런 장치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았고 천장은 스티로폼/시멘트/스티로폼/시멘트 이 상태였기 때문에 시멘트의 틈새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 바로 아래는 전선이 연결된 전등이 있었고 그 전등은 결국 빠지직 빠지직.. 합선이 되는 소리까지 들렸다. 그 이후로 우린 불을 켜지 않았다. 마트에서 구매한 초를 켜고 지냈다.

통곡의 벽 옆에는 통곡의 계단이 존재한다. 쇠로 된 프레임은 다 녹슬었다. 저 집은 그대로일까?

천장 전체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전등에서 합선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면 벽은 통곡의 벽이 되어가고 있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우리가 자던 침실은 (침실이라고 표현하니까 뭔가 좀 웃기다.)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선명하게 자리하고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그 부분과 연결되어 있는 창문이라는 공간에서 통곡의 벽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우앙까요는 거의 3일에 한 번씩은 비가 왔었는데 3일에 한 번씩 계속해서 통곡의 벽이 만들어진다는 것.

도대체 저 창문은.. 얼마나 슬픈일이 있길래 통곡의 벽이 되는걸까?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쪽에서 물이 줄줄 흐르고 창문틈에서도 함께 소형 폭포가 생성이 되곤 했다. 다른 사진을 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 자리는 우리가 한국에서부터 가지고 온 이민가방이 3개나 서 있던 공간이었다. 그 외에도 이사하면 사용하려고 아이들용 매트도 구매를 해놓은 상태였는데 물벼락을 맞고 가지고 있던 짐들 중 일부는 해가 뜨던날 말려야 하기도 했다.


박스에 담아놨던 물건들도 몇 가지가 있었는데 종이상자가 다 젖어버리는 바람에 짐을 담아둘 공간조차 사라지고 이런 난리가 없었다. 월 7만원이라고 했지만 말도 안되는 공사가 중단된 버려진 공사장 같은 공간을 내주면서 집이라고 돈을 받고 사람을 그것도 다른 나라 살던 사람을 그런곳에 있게 하고 싶었을까? 과연 그 사람들은 (바로 아래층에 살고 있었다.) 자기들도 아이키우는 입장에서 그 집에서 살라고 했다면 살았을까? 그리고 그런곳이란걸 알고 있었던 한인은 본인은 가게 안에 있는 작은 침실에서 혼자 지내고 애랑 엄마는 자기들 말짱한 집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본인에게 우리같은 공간에서 지내라고 한다면 과연 지냈을까? 하긴, 본인이 혼자 우앙까요에 있을 때 길에서도 잤었고 노숙자처럼 생활을 했었다는걸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며 우리도 살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던 사람이니까, 어쩌면 그 사람은 자기가 살아온 그 삶이 정답이라고 생각을 했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람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와 삶의 방식이 다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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