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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에서의 발품팔이

호흡곤란이 일어나기 직전에 발견한 두 번째 집.

by 다정한 똘언니

페루의 Huancayo(우앙까요)는 고산지대다. 그렇다보니 조금만 걸어도 금방 숨이 차 오른다. 잠을 자다가도 숨이 차오르고 산책을 하다가도 숨이 턱 하고 막히기도 한다. 중간중간 쉬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마라톤, 뜀박질 같은건 안해야 하는 그런 곳이다. 고산지대는 우리가 아는 곳과는 다르게 처음 도착을 하면 적응하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2일에서 길게는 일주일까지 걸리기도 한다. 우리 김오빠는 다른 고산지대에서 3일간 앓아 누웠던 기억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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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에 있는 유일한 내 현지인 친구가 있었다. 지금이야 지내온 시간들이 있어서 여러 친구들이 있지만 그때만해도 아는 사람이라고는 딱 한 명이 전부였다. 그래서 현재 내 사정을 다 설명을 해줬더니 정많고 걱정많은 페루사람은 날 돕기위해 나섰다. 이곳저곳 이 동네에서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할 줄 아는 사람을 찾았고 그 사람과 나를 재빠르게 연결해줬다. 쇼핑몰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약속을 잡고 만난뒤, 다행인건 한국어를 적당히 할 줄 아는 친구였다는게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신문에서 집을 하나 찾아서 바로 주인에게 연락을 했더니 집을 보러 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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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는 어느 지역이던 독특한 건축물의 특징을 알 수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건물과 건물 사이의 틈이 없다는 것. 불의고리라는 지진 위험지대에 위치한 곳이라서 내진설계를 최대한 단단하게 들여 건축을 한다. 그리고 건물과 건물을 전부 붙혀서 건설을 한다. 한쪽이 흔들려도 다른 쪽에서 지탱을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리마에서 살때는 지진을 한 번 경험을 해보기도 했었는데 지진이 일어나는게 생각보다 정말 무서운 일이었다. 아무튼 그렇다보니 건물의 층이 잘 안 맞아서 들쑥날쑥하면 건물의 벽 옆의 휑한 부분을 다 봐야한다는 미관상 안 좋은 모습도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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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우앙까요에서 우리를 도와줬던 도리스. 한국어를 배우게 된 계기는 무료로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어서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아주 잘 하는건 아니지만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천천히 말하면 다 되서 수월하게 이야기를 하며 집을 보러 갈 수 있었다. 우리가 보러 갔던 집은 그 일대에서 가장 층이 높은 건물이었다. 옥상도 보여주시고 집주인분께서 너무 친절하셨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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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앞전의 내 글을 보신 분들은 잘 아실거다. 우리는 바닥에 흙이 가득있던 공사장에서 며칠째 투숙을 하고 있었는데, 이런 반짝거리는 깨끗한 바람이 안 들어오는 창문이 있는 집을 오랜만에 보니 너무 밝고 맑고 기분이 좋았다. 집주인분께서는 예전에 한국인 선생님을 세입자로 받아보신적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외국인들이 집을 구하고 있는거라고 했을때 너무 편하게 받아들이셨던 것 같다. 지금은 어디에 살고 있는지를 물어보셨을때 우리는 사실 말할 수 없었다. 말했다가는 이 나라 사람들도 엄청나게 놀랄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쨌든 집구경을 그렇게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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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바로 넓은 거실이 눈에 보이고 옆으로 화장실이 있었다. 욕실이 두개라서 쓰기가 편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도 무려 3개나 됐는데 우리가 잘 방과 옷을 갈아 입을 수 있는 옷방, 그리고 공부나 등등의 방을 쓰면 될 것 같아서 무척이나 설렜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서도 월세살이를 하던 우리들은 지구 반대편을 와서도 월세살이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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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페루에서는 특이한게 집주인에게 필요한 부분을 이야기 하면 그걸 웬만해서는 거의 들어준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세탁기가 필요해요, 가스렌지가 필요해요 라는 말을 하면 사오는건 아니겠지만 어딘가에서 세탁기랑 가스렌지를 구해온다. 그래서 넣어주기도 하고 이거는 필요없다 라고 이야기를 하면 그걸 또 빼서 가져가기도 한다. 세입자들의 의견을 거의 수용해주는 편인 것같다.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하면 거절을 하는걸 사실 못 보고 못 들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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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페루의 평균 급여는 2017년 당시 우리나라 돈으로 30~35만원 정도였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2025년도에는 약간 올라서 40여만까지도 받는다고는 들었다. 일 하는 시간에 비해서 인건비가 너무 저렴해서 고생을 엄청 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런데 또 그렇게 악착같이 번 돈들로 몇년간 모아서 해외여행을 가기도 하고 이사를 가기도 하는 등의 생활을 한다. 이렇게 건물이나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보통 부모님세대부터 차근차근 재산이 내려온 집안이다. 그러다보니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재산도 적당히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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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인테리어도 하고 관리를 하면서 지내는 분들이다.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생각을 할 때는 개발도상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지능도 낮고 직업군도 안 좋은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건 그냥 평균적인거고 이렇게 건물이나 집이 있는 사람들은 한 달에 월세로만 버는 돈이 원화로 200만원 이상도 벌고 자기 개인의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교사, 교수 등으로 재직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이 나라 자체가 돈이 돈을 부르는 정말 부익부 빈익빈이 너무 현명하게 드러나는 그런 나라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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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사를 하려고 하는 이 집도 씻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욕실에 전기 샤워기가 달려있다. 이 전기 샤워기로 말 할 것같으면... 지난회차에서 보셨듯이 찬물이던 따뜻한 물이던 일단 처음 물을 틀었을때 온수 방향으로 틀게 되면 1차 전기 찌리릭, 그 후부터는 물 안에 계속 약한 전류가 흘러서 계속 전류를 맞아가며 샤워를 해야하고, 샤워기를 끄려고 할 때 내 손이 젖어 있다보니 다시 온 몸에 전류를 맞아야 하는 최악의 샤워기다. 지금은 페루를 안 간지 몇년이 되서 아직도 저런 전기 샤워기를 사용하는지 사실 알 수 없다. 하지만 지방에서는 여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주인과의 이야기가 아주 잘됐다. 다소 부끄럽지만 지금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줬고 우리가 여기에 온 것에 대해서도 설명을 하게 됐다. 어쩌면 아직까지 우앙까요에 있었다면 이 집주인분들과 다소 도움을 주고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살다보면 우리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나만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할게 아니라 누군가 나를 이해해주는 나를 받아들여주는 그런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지금 이 집주인과 우리를 도와주는 도리스 이 두 명이 우리를 받아들이고 우리를 이해해주는 사람들인 것 같다. 날 이해해주는 이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함께 잘 지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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