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2n년차, 전지적 편의점 알바 시점 - 진상손님

이 세상에는 아주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by 뿌뿌


사실 내가 20대 초반 (약 20년 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할 때 별의별 일이 다 있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이런 것들을 감당하기가 아주 힘들었다. 무섭기도 해서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1) 라이터 도둑 사건

예전에 알바를 할 당시 편의점에서 조리푸드를 팔았었다. 그래서 손님이 주문을 하면 내가 안쪽에 있는 전자레인지 쪽에 가서 그 음식을 데워서 내어주는 그런 일이었다.

(상당히 귀찮아서 안 시켰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 당시 편의점이 1층이었는데, 2층은 PC방이라 고등학생 친구들이 많이 왔다.

어느 때처럼 열심히 알바를 하던 중, 고딩 무리들이 와서 정신없게 편의점을 돌아다녔다.

워낙 학생들이 많이 오기에 ‘또 시끄럽게 구네’하며 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중에 그 친구들이 와서 꼬치를 주문했다.

난 꼬치를 가지고 안쪽으로 가서 데운 후 그 친구들에게 줬다. 멀쩡하게 계산도 잘하고 갔다.

그 정신없는 무리들이 우르르 나가고 멍 때리며 ‘라이터’가 진열되어 있는 쪽을 쳐다봤는데 라이터 몇 개가 없어진 거다.

이걸 어떻게 알았냐? 내가 그 친구들이 오기 전에 라이터를 새 박스로 채워 넣어서 꽉 꽉 차있어야 정상이었다.

근데 그 친구들이 오고 나서 몇 개가 없어졌다? 그럼 그 고딩무리가 훔쳐간 거 아니겠나?

그때 무슨 용기였는지 모르겠는데 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다. (지금이었어도 그랬을라나?)

경찰이 왔을 때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CCTV까지 확인하니 그 친구들이 가져간 게 맞았다.

경찰들은 바로 PC방으로 그 친구들을 찾으러 갔다.

그때부터 ‘경악’할 만한 일이 일어났다.

내가 신고한 걸 뻔히 알았겠지만 나랑 대면하게 하는 게 말이 되나?

경찰은 그 친구들을 데리고 다시 편의점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내 앞에서 ‘웃으며’ 그러면 안 된다며 그들을 타일렀다.

경악스럽고 무서웠다.

피해자 앞에 가해자를 데리고 오는 느낌이었다.

내가 만약 지금이었으면 경찰에게 바로 따지고 들었겠지만 그때는 사고회로가 정지되어 어떤 행동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경찰이 과자 몇 개를 계산하여 그 친구들에게 주며 부드럽게 타일렀다.

모르겠다. 더 나쁜 길로 빠지지 않도록 그렇게 한 걸까.

경찰에 신고한 사건을 듣고 달려온 사장님도 그냥 라이터 값을 받고 그들을 보내줬다.

그때 처음으로 ‘경찰’에 대한 편견이 생겨버렸다.

물론 그 ‘경찰’의 친절함(?) 덕에 그 친구들이 더 나쁜 길로 빠지지 않았길 바란다.


2) 거스름돈 사건

어떤 할머니가 와서 5000원짜리 지폐를 내고 500원짜리 물건을 샀다.

나는 4500원을 거슬러줬다.

그랬더니 갑자기 ‘악다구니’를 쓰며 자기는 10000원을 냈다는 것이다.

아니다 나는 분명 5000원을 받았다.

그래도 내가 ‘착각’을 했을지도 모르니 그 자리에서 바로 ‘시제점검(돈통에 있는 돈과 시스템에 있는 돈이 맞는지 맞춰보는 것)‘을 했다.

착오는 없었다. 그러니 나는 5000원을 받았던 것이 맞았다.

그때부터 그 할머니는 떼를 쓰기 시작했다. 어린 나에게 고성방가 악다구니를 쓰며 돈 내놓으라고 난리를 쳤다.

하지만 나는 돈을 내놓을 수 없었다. 왜냐? 내가 잘못 계산한 게 아니니까.

그 할머니에게 ‘돈 못 드려요. 5000원 내셨고 4500원 거슬러드린 거면 제가 맞는 거예요 “ 하고 다음 손님을 계산하기 위해 비켜달라 했다.

하지만 아랑곳 않고 계속 난리를 쳤고 그때 뒤에 있는 커플 중 남자가 할머니에게 한 소리를 했다.

‘할머니 5000원 내신 거 봤어요. 왜 아르바이트 생을 괴롭히세요’

갑자기 눈물이 났다. 남자가 큰 소리를 내니 할머니는 갔고 그 할머니가 간 후 그 커플분들은 이상한 사람 다 있다며

2+1 하는 음료 중 하나를 나에게 건네고 가셨다.

그분들이 가고 나서 나는 계속 울었다. 아까 그 상황이 너무 무섭기도 했고, 서럽기도 했고, 그 커플들이 고맙기도 해서

하염없이 울었다.


그 외에도 더 많았지만 가장 기억나는 사건은 저 두 사건이다.

만약 내가 지금 저런 상황을 겪었더라면 좀 더 어른스럽게 처리했을 수 있었을 텐데

그때는 참 어리숙했다.

그러던 중 ‘현재’ 알바를 하는 상황에도 어김없이 진상이 찾아왔다.


한눈에 봐도 거나하게 취해 보이는 아저씨였다.

입가에 하얀 찌꺼기 같은 것들도 묻어있었다. 더러워 보였다.

하지만 난 ‘아르바이트’ 생이기에 반갑게 웃으며 ‘어서 오세요’를 외쳤다.

냉장고 코너에 가더니 막걸리를 들고 오길래 바코드를 찍고 얼마입니다 이야기를 해줬다.

난 보통 얼마라고 이야기할 때 손님 눈을 마주치려고 한다.

그들이 날 안 쳐다보면 안 쳐다보는 데로, 쳐다보면 쳐다보는 데로 그냥 내 습관이 그렇다.

이번에도 여느 때처럼 가격을 이야기하고 입꼬리를 올리고 그 아저씨를 쳐다봤다.

그랬더니 갑자기 나에게 ’왜 웃냐 ‘는 것이다.

그냥 스몰토크라 생각해서 또 그냥 말없이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내가 웃기게 생겼어요? 왜 웃어요?”

아.. 이거 그냥 하는 스몰토크가 아니구나. 시비구나.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냥 그때부터는 정색하고 계산하고 카드를 줬다.

“왜 웃냐고요. 내가 개그맨 닮았어요? “

진짜 조온나 짜증 난다. 그냥 가던 길 가세요 아저씨.

그러더니 “왜 마트보다 막걸리 가격이 비싸요?”

18 욕이 절로 나온다 점점. 하지만 난 아르바이트 생이기에 참고 또 참으며

“그러게요”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계속 비슷한 류의 실랑이가 벌어지길래 알바의 신분이고 뭐고 열이 받아서 잘리면 잘리라지 라는 심정으로 이야기했다.

“아저씨 비싸면 다른 데 가서 사세요. 제가 막걸릿집 사장이에요? 환불해 드릴 테니 마트 가서 사세요 “

진짜 온갖 인상 다 쓰면서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또 꿍시렁대더라.

그냥 취해가지고 더 진상 부리는 것 같아서 나가시라고 했다.

혹시나 더 큰일이 생길까 봐 까딱하면 또 경찰에 신고하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더 세게 지랄을 했다.

“취했으면 집에 가서 주무세요. 시비 걸지 마시고. 나가세요 오지 마세요 여기“

다행히 세게 한 게 먹혔나 보다.

싸가지없다면서 지랄을 하더니 나갔다.


모르겠다. 내가 저렇게 지랄을 해서 나중에 점장 있을 때 와서 주말 오전 알바 싸가지없다고 이야기해서

내가 잘린다? 그럼 그냥 잘리지 뭐!!!!!!!

최저시급 받는 것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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