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잘 키운다는 건, 명문대를 보내는 걸까

앙리 루소의 그림을 보니 웃음이 나네.

by bbulddae


'요즘 똑똑한 사람들이 하나같이 모여서 하는 일은, 1분 1초라도 더 대중의 눈을 잡아두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이 말인즉슨 (자칭, 타칭) 똑똑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 유튜브를 한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유튜브를 하며 어떻게 하면 1초라도 더 보게 만들까를 연구하며 그런 콘텐츠를 만들어낸단 것이었고.


아이를 키우고 있다보니 자연스레 육아 콘텐츠에 눈이 간다. 본격적으로 유튜브에 '구독'버튼을 누르기 시작한 것도 임신을 하면서부터였다. 친구들 중 가까이에 남은 이들은 하나같이 미혼, 비혼이었다. 결혼하고 애 낳은 친구들은 이적지 연락이 끊긴 참. 형제들 중 아이를 가진 건 내가 처음인데다, 엄마는 임신에 대한 정보를 기억하시기엔 너무 나이가 드셨던지라 내가 어떻게 변화하고 뱃속 아이는 어떻게 자라며, 그래서 나는 무엇을 준비하고 뭘 먹어야 하는지 하나도 몰랐던 나는 검색에 검색 끝에 유튜브에 도달했다.


이미 유튜브에는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한 콘텐츠가 차고 넘쳤었다. 구독을 하고 알림까지 설정하며 출산을 대비했다. 결과적으로 출산까지는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육아 단계에 접어들며 나는 다시 유튜브에서 멀어졌다. 내 아이는 유튜브에서 알려주는대로 울지 않았고, 자지 않았고, 먹지 않았다. 그저 다 때려치고 아이만 보았다. 어떤 아이인지, 어떻게 재우고 어떻게 달래고 어떤 걸 먹여야할지를 아이가 알려줄 거라 믿었다. 신기하게도 말 못하는 아이를 1년 넘게 키우다 보니 저절로 알 수 있었다. 우리 아이는 이런 아이구나- 엄마이기에, 부모이기에 저절로 깨달을 수 있는 '노하우'였다.


그럼에도 어쩌다 마주친, 눈이 가는 콘텐츠는 여전히 육아다. 그리고 요즘 영상들은 어찌나 제목을 잘 뽑는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아이 잘 키우는 방법'이라는 1차원적 접근이 아니라, '아이를 잘 키운 부모는 이 말을 절대 하지 않는다'라거나, '아직도 모르세요? 영재들의 공통점' 같은 제목들 말이다. 아이를 영재로 키울 욕심이 없음에도 호기심에 못이겨 클릭할 수 밖에 없는 기가 막힌 제목들이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성공한 육아'를 가르쳐주겠다는 콘텐츠에서 의문이 들었다. 아이를 '잘' 키웠다는 건 무엇일까. 기준이 있을까. 기준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한 걸까. 궁극적인 의문을 제기한 이유는 '성공적인 육아'를 했다며 인터뷰에 나선 엄마의 기준이 아이를 명문대에 보낸 것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아이 둘을 서울대, 카이스트에 보낸 엄마. 아이를 과학고등학교에 진학시킨 엄마의 교육법, 뭐 등등등. 내로라하는 고등교육기관 이름이 즐비하다. 좋은...대학을 가면 좋겠지만 과연 그것이 다일까란 의문을 품은 나에겐 조금은 기이하게 보였다.


물론 이 엄마들의 교육법은 훌륭했다.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게 하고, 혼자 생각해서 표현할 줄 알게 유도하고, 감정을 읽어주고, 자율성을 보장하고. 나도 저렇게 성장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사람, 훌륭한 사람이 되었겠지 싶었다. 그러니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성장해 상위권 대학에도 철썩 붙었겠지. 하면서도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아이를 잘 키웠다는 기준을, 아이의 정서와 마음, 공감능력, 배려심에서 찾고자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학업성적과 운빨이 동시에 필요한 대학입시만으로 육아의 결과를 가늠하기엔 부족하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정서에 독립적이고 자신감 있는 아이, 시련과 상처에도 쉽게 좌절하지 않는 아이, 옆집 아이의 비싼 장난감 자랑에 주눅들지 않는 아이, 무엇보다 자신의 가족과 친구, 선생님을 사랑할 줄 알고 그 사랑을 무람없이 표현할 줄 아는 아이.


나는 내 아이가 그런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가 커서 학교에 들어가고 입시에 돌입하면 나 또한 다른 엄마들처럼 성적으로아이를 쥐잡듯 잡을지도 모른다. 그럴 가능성이 사실은 농후하다. 그러나 지금으로썬 다만, 아이의 내면을 잘 키워 지금의 나처럼 쉽게 상처받지 않고 남에게 휘둘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1순위다.

그런 아이로 키우는 방법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누가 알려줄까. 조회수나 좋아요 숫자를 끌어올리는 게 목적이 아닌, 순수하게 자기 노하우를 알려줄 '육아 실천가'는 어디 있을까. 오늘도 애타게 부르짖고 싶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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