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의 단점.은 왜 아무도 안 알려주는거냐.

by bbulddae


이제 예정일을 60일 남겨둔 친하고 아끼는 동생과 요즘 자주 연락을 한다. 이 친구도 궁금한 게 많지만, 나는 또 뭐 그리 해주고싶은 말이 많은지. 평생토록 누군가에게 '조언'하는 걸 극도로 꺼리며 살아왔는데 애 낳은 여자가 애 낳을 여자를 보니 말해줄 것들이 너무 많다. 이것 역시 또 다른 형태의 꼰대겠지.


그러면서 나도 새록새록. 이미 35개월 전의 일인 막 출산했을 때의 기억이 자꾸 난다. 앞서 밝혔지만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사람은 내 주변에 없었다. 붙임성 있게 연락 뜸하던 누군가에게 전화해 '출산한다'고 자랑하며 질문을 던질 반죽도 아닌지라, 그저 혼자 (아직은) 조용한 일상을 즐기며 가끔 생각나는 궁금증을 인터넷으로 해결했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강의를 찾아보고, 책을 읽을수록 나는 '꼭 모유를 먹이리라' 다짐했다. 모유에 대한 환상?이랄까. 우리 엄마도 4남매를 모유로 키우셨고 나는 '자연', '본질'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어 아이에게 가장 좋은 건 엄마젖이고, 그건 엄마에게도 마찬가지라는 말을 맹신했다.


그래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모유 수유, 흔히들 '완모'라는 것에 성공했다. 분유가 아닌 모유로만 아기를 키웠고, 아이가 어린이집 등원이 결정된 18개월이 될 때까지 젖을 물렸다. 지금 생각하면 지난하고도 미련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당시엔 대안이 없었다. 그저 그게 맞는 건 줄만 알았고 나는 (축복인지 재앙인지) 조리원에서부터 모유가 쭉쭉 잘도 나왔다. 아이는 젖을 잘 물고 잘 먹었고, 내가 너무 힘들어 분유를 좀 먹여보자 했을 때도 젖병을 거부했다. 엄마젖만 찾는 아이에게 울며 겨자먹기로 계속 젖을 물리며, 나는 18개월 동안 매운 거, 기름진 거, 술이 일절 없는 시간을 보냈다.


처음엔 자의로, 6개월 이후부턴 타의로 모유를 먹였지만 나는 예비 엄마에게 '엄마젖이 제일 좋아, 그러니 모유를 먹여'라고 말해줄 생각은 없다. 좋은 게 있으면 나쁜 게 있는 법이다. 수 많은 선택지 중 장단점을 비교해 자기에게 가장 필요한 것, 잘 맞는 걸 선택하는 게 좋다. 그러나 유독 육아세계에서 '모유수유', '자연분만'에 대해서는 단점을 말하는 이가 없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건지, 정말 모르는 건지. 하나 낳아 직접 해본 나도 이렇게 잘 알겠는데 왜 인터넷에서조차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걸까.


가장 큰 단점은 수유텀을 늘리기 힘들다는 것과, 아기가 아빠와도 애착을 쌓을 기회가 적다는 점이다. 모유를 먹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기는 엄마젖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 엄마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엔 젖먹을 시간만 젖을 물리지만 점차 젖물리는 회수가 많아진다. 나중엔 아이가 먼저 배고플 때 뿐 아니라 졸릴 때, 심심할 때, 화가 날 때,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엄마젖을 찾는다. 엄마도 아이를 재우고 싶을 때, 달래고 싶을 때물리게 된다. 두 사람 모두에게 쉽고도 가까운 방법이니까. 그러나 엄마젖은 빨면 또 (모유가) 나온다. 아이는 채 3~4시간 간격이 되기도 전에 약간이라도 모유맛을 보고 결국 1~2시간 간격으로 (미량이라도) 젖을 먹는 꼴이 된다. 이 패턴이 굳어지면 이유식을 먹는 시기가 되어서도 식사시간에 밥을 배불리 먹지 않고 조금씩, 자주 먹게 된다. 우리 아이가 그렇다. '뱃고리'라고 하는 위장 늘리기가 어찌나 힘든지.


그리고 아기 입장에서도 자기에게 젖을 주는 건 오로지 엄마뿐이기에 아빠라는 존재에 정을 줄 필요가 없어진다. 우리 아이는 두 돌이 넘어서도 아빠와 친하지 않았다. 우리 남편은 광진서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다정하고 가정적이고 아들껌딱지인 사람인데도 말이다. 분유를 먹이면 엄마아빠가 교대로 아이를 먹일 수 있고, 아이는 일찌감치 아빠와도 애착을 쌓을 수 있지만 말이다.


모유수유의 단점은 이뿐만이 아니지만, 너무나 구구절절 늘어놓기엔 내 손가락이 아파 그만하겠다.


아이를 가지고, 낳고 키우며 내가 가장 절절히 느낀 건, 대자연 입장에서 여자의 몸은 그저 '아이를 가지고 낳고 키우면 그만인 일회용'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 정도로, 여자인 내 몸은 이제 아이를 낳고 얼마만큼 키우고 나니 아무것도 남지않은 빈껍데기가 되어 버렸다. 지금 몸무게는 임신 전보다 10kg이나 줄어들었고(한창 먹일 땐 이전보다 15kg이 빠졌었다), 피부며 머리카락이며, 유두며, 온 몸의 근육과 관절이며 뭐 하나 성한 것이 없다. 아이를 18개월 간 먹이며 내 몸의 모든 '좋은 것, 조금이라도 쓸만 한 것'은 모조리 아이에게 간 모양이다. 출산보다 육아 단계에서 체력이 급 소모되는데, 아이가 젖을 (억지로, 울며불며, 진짜 단유할 때 아이와 나 우리 둘다 서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떼고 나니 이미 내 체력은 쓰레기가 되어있어 난감했다.


나홀로육아를 감당하다 정신과를 찾았을 때 정신과의사는 '아기가 15개월인데 아직도 젖을 먹인다고요?'라며 화들짝 놀랐다. 그러면서 '너무 오래 먹이셨다. 이제 그만 끊으시라. 약이든 상담이든 젖부터 끊고 시작하자'고 진단했다. 순간 억울함이 몰려왔다. 나는 초면인 남자의사에게 "그럼 선생님, 왜 전문가들은 모유를 두돌 될 때까지 먹이라고 하는건가요!"라고 소리쳤다. 그랬더니 의사는


"그건 원시시대에나 맞는 말이고요. 먹을 게 없으니 엄마젖을 오래 먹인 거에요. 지금 시대와는 맞지 않아요. 엄마도 살아야죠."


했다. 그간의 내 인고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느낌. 허탈했다. 그리고 이젠 모유수유의 단점을 알리고 싶다. 농경시대엔 엄마만 아이를 키우고 육아를 감당했고 모유수유는 그 시대에 적합한 방법이었을 지 모른다. 지금은 엄마와 아빠가 함께 아이를 키우고 돌본다. 엄마는 출산과 육아로 인생이 끝나지 않고, 그 후에도 남은 인생을 한 인간으로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분유수유도 좋은 방법이다. 결코 뒤지지 않는다. 열등감 느낄 수준은 아니라 본다. 나는 모유를 오래 먹인 걸 절대 후회하지 않고, 다시 돌아간다 해도 그대로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되도록 사실적인 정보를 많이 알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 '모유 신화'에 호도되거나 어쩌면 세뇌되어 이끌려가지 않도록 말이다. 조선시대에 세운 열녀문을 보고, '와... 조선시대엔 열녀가 많았구나'라고 생각해선 안된다. 그 시대에 열녀가 보편적이지 않아서, 흔치 않기에 '너희 열녀문 세워줄게 수절 좀 해봐' 하며 성리학 위정자들이 권장하고자 열녀문을 세워준거다. 모유수유에 대한 장점만 강조하는 건 그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우며, 엄마의 희생이 필요한 지를 방증한다. 내 주변의 누구도 아이에게 3개월 이상 모유를 먹인 사람이 없다. 두 돌까지 완모? 난 그런 엄마를 여지껏 인터넷에서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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