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괴물이 된 사회

당근이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하며 오늘도 아이의 최애캐릭터 득템!

by bbulddae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한창 회사를 다니던 때, 친한 취재원과 자괴감 대회를 한 적이 있다.


취재원 A는 국내 내로라하는 대학을 나와 대기업을 다녔었다. 인터넷이 막 활성화하던 시절에는 인터넷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 장관상을 받았고, 그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해 대기업 투자를 받아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를 세웠고, 잘 나가다 IMF를 맞아 사업을 접고 한국에 들어왔다. IMF는 우리나라 모든 국민에게 공무원 열병이 들게 했었다. 영원한 건 없다는, 특히 먹고사는 생계에 있어 '영원한 데'는 없다는 현실을 깨달은 A는 대기업보다 좋은 게 전문직이란 생각이 들어 뒤늦게 보건의료계열 대학에 입학했고, 전문직 면허를 취득해 우리사회 전문직에 편입했다.


똑똑하고 잘난 사람이 넘치는 전문직집단에 속해 소위 돈 잘 벌고, 대우받는 사회인으로서 자괴감을 가질 틈이 있었겠나 싶었지만,


"우리나라에서 학벌에 제일 컴플렉스를 가진 애들이 누군지 알아? 지잡대? 듣보잡?같은 말도 있지만, 실은 고대연대 학생들이야. 걔네들은 대부분 서울대를 가려다 연고대를 간 애들이라 서울대에 대한 학벌컴플렉스가 엄청난거든." (실제 연대고대/고대연대 관계자분이 계시다면 사실여부와 관계 없이 양해의 말씀 드립니다.)


라는 충격적인 말이 있는 만큼, 잘난 사람의 자격지심과 컴플렉스는 실로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였다. A 역시 잘나고 잘난 사람에, 잘난 집단에 속했음에도 자괴감이 적지 않았다. 사실 잘난 사람이 모였다고 그 조직이 무조건 훌륭하단 보장은 없으니까, 나도 A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건 '내가 속한 조직이 거지같을 때 느끼는 자괴감이 최고'라는 거였다.


"아...내가 이 정도 수준의 조직에 속해있구나. 조직의 수준이 이 정도면, 내 수준도 이렇겠지."



예비엄마가 되었을 때 이미 '맘카페'의 악명이 높았다. 나는 성향 상 무리짓는 걸 꺼리기도 하지만, 그 악명 때문에 필요한 정보가 있어도 맘카페를 찾지 않았다. 맘카페 뿐만 아니라 조직을 만들어 우위를 점하고 타인에게 위력을 행사하려는 행동 자체에 거부감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맘'이 되었고,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극도로 조심하게 됐다. 혹시라도 내 작은 행동이 '맘충'으로 보일까봐서다. 맘충이 되어 비난받지 않기 위해, 그로인해 우리 아이가 상처받지 않도록 극도로 몸을 사리는 중이다.


교사들이 연이어 목숨을 끊으면서, 엄마를 향한 분노가 굉장하다. 내가 요즘 유독 관련 기사를 모조리 찾아보는 이유가, 나는 그런 엄마들이 아님을 안심하기 위해서는 아닐까. 내 주변의 엄마들은 극대다수가 선량한 사람들인데, 저 괴물같은 엄마아빠는 어디서 튀어나와 애 키우는 사람 전체를 주눅들게 하는걸까. 우리 아이가 커서 내가 학부모가 되면, 내 주변 엄마들도 학부모가 되면 그 중에 저런 괴물같은 인물이 나올까.


어느 조직이나 선량한 대다수가 있고 문제를 일으키는 소수가 있다. 기사를 읽으며 어떤 한 줄만이 "대다수 어머니는 예의 바르고 선생님을 존중한다. 그렇지 않은 극소수로 모든 학부모가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을 뿐, 그 문장 하나를 제외한 모든 기사가 '엄마'를 싸잡아 비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른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만큼 독한 행동과 욕심, 악의는 어디에서 나온걸까. 과연 그걸 내 자식에 대한 사랑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엄마'를 향한 대중의 손가락질이 마치 미래의 학부모가 될 나에게 꽂히는 게 아닐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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