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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꿈 Sep 17. 2022

시간아 잠깐만

현꿈의 글 '아흐레'


     우리들의 글자국, 여섯 번째




        나의 공간에 나의 글을 남깁니다.





시간아 잠깐만


                    현꿈


지나가는 시간

다 붙잡고 싶다

나는 지금 좋은데

아니 나는 지난날 더 좋은데


너무 빨리 도망가

나는 못 잡겠다


지난날 좋았는데

라떼 찾는 나는

아날로그


그리움

추억으로 남아

단지 그것뿐이다


어플 은행보단 집 앞 은행

전자 계약보단 종이 계약

스트리밍보단 앨범 CD

휴대폰 사진보단 인화 사진


엄마도 그게 더 좋다고 했는데

나도 그런 엄마 닮았나 보다





지금 몇 시야? 우리 시간에 대해 써볼까?

 이번 주제는 ‘시간’이었다. 좋았던 시간, 힘들었던 시간, 추억하고 싶은 시간, 옛날, 지금 이 시간 모두 ‘시간’이다.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져 지금, 이 순간에도 누리고 있는 것이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시간’에 대해 마음껏 시로 표현해보자고 했다. 이번 주제도 쓰고 싶은 내용이 많았는지 어려워하기보단 쉽게 써 내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모든 시들이 아이들의 개성으로 채워졌다. 하얀색 빈 종이였던 곳에 시와 여러 모양의 시계들이 여기저기 그려져 있었다. 다 다른 시였지만 공통되는 생각 하나는 있었다.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아이들이 많았다. 시간을 돌렸으면 좋겠다는 아이도 많았다. “너희도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 지난날이 좋을 때가 많아?” 물으며 앨범 CD, 인화 사진에 관해 이야기하니 우리 반 아이들도 왠지 직접 안 가고 인터넷이나 앱으로 계약하는 건 위험할 것 같단다. 휴대폰보다는 액자에 걸린 사진이 멋지단다. “선생님이랑 마음이 통했구나! 너희도 아날로그가 좋아?”하니 아날로그가 뭐냐고 되물었다. 아날로그는 모르지만,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우리 반이다.  



붙잡고 싶은 시간, 이대로 멈춰라!

 지금도 가는 시간 어떨 땐 되돌려놓고 싶다며 1분이라도, 아니 30초라도 되돌려놓고 싶다고 쓴 아이가 있었다. 소중하게 여기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멈췄으면 좋겠다고 시간에게 멈춰달라고 말을 걸기도 했다. 행복했던 기억은 쉽게 잊혀 아쉽다며 이 순간 이 시간이 영원히 멈추면 좋겠다는 아이도 있었다. 시간을 더 돌려서 어린 시절 엄마는 하하 호호 나는 배시시 웃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아이도 있었다. 내 시간은 행복했던 시간과 힘들었던 시간으로 꽉 차 있다며 더 많은 추억을 쌓고 쌓아 나의 시절을 더 행복한 시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설레는 바람까지 썼다.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고 지금 이 시간도 멈추고 싶다는 걸 보니 다들 과거에 좋은 추억이 있나 보다. 과거에 행복했었나 보다. 현재도 행복한가 보다.  


이런 감동 가득한 시도 있었지만 유쾌한 시도 많았다. 시간은 게임할 때는 빨리 가다 공부할 때는 느리게 간다며 게임할 때는 1시간이 10분처럼 느껴지고 공부할 때는 1시간이 3시간처럼 느껴진단다. 시간은 이상하다는 마지막 행까지 아이의 귀엽지만 진지한 고민이 엿보였다. 공부하는 것보단 노는  좋은 11살다운 시였다. 늦게 자는 토요일이 반복됐으면 좋겠다는 아이도, 학원 다니라 바빠 나도  쉬자며  시간이 필요하다는 아이도, 엄마는  시간은 금이다 말하는데  때는 골든타임이라며 시간이 금인 것을 안다고 하는 아이도, 시간은 돈으로   없다는 아이까지 시간에 대한 자기만의 고민이 있었다.



빨리 달리는 건 시간 마음

 시간은 쉬지 않고 계속 흘러가지만, 자신도 시간을 따라 달린다며 어떠한 순간에도 달린다고 표현했다. 지루한 순간에는 더 빨리 달리고 싶지만 빨리 달리는 건 시간 마음이라 했다. 그렇다. 시간 가는 건 시간 마음이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이 아이는 시간은 내가 되돌릴 수도 빨리 가도록 할 수도 없다는 것을 절실히 알고 있었다. 시간은 유한하기에 더 소중하고 값지다는 것을 아이들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동그란 시계의 바늘들이 한 바퀴를 돌고 있다며 시계를 그린 아이들 눈에는 시계 안 시침과 분침이 앞 다투어 빨리 달리는 것처럼 보이나 보다.




시간


지금도 시간은 가고 있다.

시간은 지나가고

흘러가지만

시간은 멈출 때가 없다.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아봐야지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아봐야지

하지만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지난날이 좋았는데...

내일은 어떨까?

그래도 되돌릴 수 없다.

미래로 갈 수도 없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시간...



그리운 과거, 그럼 지금은 어때?  

 시간은 지나가고 흘러가지만 멈추지 않는다는 말에 아쉬움이 담겨있는 듯했다. 지난날이 좋았는데 되돌릴 수도 없고 미래로 갈 수도 없어 시간에 대한 안타까움과 원망이 느껴졌다. 지난날에 후회되는 일들 후회 안 되게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다는 아이들이 많았다.


‘현재를 즐겨라’라고들 하지만 사실 과거는 그립고 미래는 더 찬란하면 좋겠다는 게 사람 마음인 것 같다. 지금 당장의 현실을 과거나 미래와 비교하게 되고 불만족하며 보게 되는 것 같다. 욕심일까? 아이의 말에 나를 한 번 돌아보았더니 항상 미래를 염두에 두고 지금보다 나을 거라고 지금보다 좋을 거라고 생각하며 미래를 기다렸다. 현재에 만족하고 즐거워하기보다 더 나은 미래를 꿈꿨던 과거를 반성하게 되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해야겠다. 현재를 즐겨야겠다.




나의 시간


나의 좋은 시간, 꿈같았던 시간이 달린다.

놓치기 싫었는지, 힘든 몸 부둥켜안고 내가 따라간다.

헉헉, 헉헉

시간을 쫓으며 거의 다 잡았을 때

내 행복한 시간을 안고 싶었을 때

또 놓쳐버린다.

또 눈을 떠버렸다.

거울 보니, 두 눈에 눈물 고여 있다.

결국 또 놓쳐버렸네. 아아. 혼잣말한다.

그래도 괜찮아

내 행복한 시간은 지금 내게 와 있으니까



지금, 이 순간을 살며

 아침 시를 쓸 때면 흰 종이를 받자마자 자로 선을 정확하게 그어 시를 쓸 준비를 깔끔하게 해두고 시작하는 아이다. 똑 부러지고 매사 성실한 아이다. 이 아이는 시에서는 한없이 감성적이다. 풍부한 감수성으로 오늘도 멋진 시를 완성해냈다. 좋은 시간, 꿈같았던 행복한 시간을 안고 싶어 잡으려 하지만 결국 놓쳤다 아쉬워했다. 하지만 내 행복한 시간이 지금 내게 와있으니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시였다. 가장 반짝이고 행복했던 과거를 그리워하며 슬퍼했지만 사실 지금 이 시간이 또 행복한 시간이다. 과거에 머물러 과거에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지금도 행복하다고 따뜻이 어루만져 감싸고 달래는 마지막 구절이 내 마음에도 와닿았다.


누구나 가장 멋지고 황홀했던 과거가 있다. 하지만 과거는 추억의 대상일 뿐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다. 그러니 추억으로 남아있을 과거에만 묶여 있을 수는 없다. 추억의 과거가 아니라 미련의 과거라면 족쇄와도 같다. 우린 현재를 살아가며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 이 시처럼 과거로 돌아갈 순 없으나 지금 행복하니 괜찮다. ‘괜찮아. 괜찮아’하며 행복한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겠다.


다시 돌아간다면 개학 날로 돌아가 친구들과 선생님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시도 있었다. 1학기가 끝날 때 벌써 절반이나 시간이 흘렀다며 곧 끝날까 아쉽다 한 아이들이 많았는데 4학년 개학 날로 돌아가 우리 반이 함께하는 1년의 시간을 다시 보내고 싶나 보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크게 느껴지는 예쁜 시였다. 다음 날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가야 하기에 시간이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더니 다음날 아침이 되어 막상 학교에 오면 재밌다는 시도 있었다. 아침에 학교 오기는 힘들어도 학교 오면 좋아 이제는 시간이 멈추면 좋겠다며 학교가 오면 즐거운 장소라 참 다행이었다.  




내 마음이 궁금해? 내가 쓴 시를 봐

 아예 모르거나 아무 감정도 없었던 사람의 글이라도 그 글을 계속 보고 있으면 그 사람이 궁금해진다. 그 사람이 왜 이런 글을 썼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그 사람의 마음이 궁금해진다. 없던 관심도 생길 판이다. 아이들이 집으로 간 뒤 교실에 남아 아이들의 시를 찬찬히 읽고 있으면 아이들의 마음이 느껴지다 내 마음이 느껴진다. 내가 생각보다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구나. 아이들을 많이 생각하고 있구나. 이 아이들을 많이 사랑하는구나. 낯간지러워 평소에는 사랑한다는 표현도 못 하는 선생님이지만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늦은 밤 나의 시를 쓰고 또 아이들이 쓴 시를 읽고 또 읽으며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 아이들과의 시간을 곱씹어보고 시를 쓴 마음을 헤아리려 노력한다. 한 자씩 정성 들여 쓴 아이들의 시를 읽으며 우리 반에 대한 애정이 더 커지는 순간이다.

 




아직은 글쓰기가 낯설고 어렵지만,


이런 글 자국 하나하나가 모여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현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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