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닥타닥

현꿈의 글 '이틀'

by 현꿈

타닥타닥, 아파하는 소리


현꿈


타닥타닥

자판 두드리는 소리

오늘도 내가 글 쓰는 소리


오늘은 누구에게 말을 걸어볼까

아 못 참겠네

내가 한 마디 해주지

이제 속이 시원하네


어? 그냥 한 마디 했을 뿐인데

노크도 없이 들어와 버렸다네

아무 소리 없이 들어와

온 마음을 부숴 버렸다네

무너져버렸다네


나는 그냥 두드려 본 건데

그냥 두드렸을 뿐인데

집으로 답장이 왔네


나는 아닌데

그럼 아닌 거지

왜 말들이 많은 건지

또 마음에 안 드는 게 하나 더 생겼네




타닥타닥, 좋아하는 소리


현꿈


타닥타닥

자판 두드리는 소리

오늘도 내가 글 쓰는 소리


타닥타닥

타다다닥

꼭 말이 달리는 것 같아


탁탁

톡톡

누르면 튀어 오르는 게

꼭 두더지 같아


귓가에 맴도는 이 소리도

손 끝에 느껴지는 이 촉감도

기분이 좋다

그래서 오늘도 글을 쓴다


아무도 모르겠지

내가 오늘도 글 쓰는 건

쓰는 걸 좋아해서

쓰는 걸 잘해서


아닌데

타닥타닥

아닌데

타다다닥


이 소리가 좋아서

하얀색이 검은색으로 채워지는

이 소리가 좋아서

그뿐인데





이 시는 컴퓨터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면 나는 소리를 좋아해 쓴 시이다. 노트북 앞에 앉아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같은 ‘타닥타닥’이란 이 소리가 어쩌면 누군가를 아프게 하는 소리가 될 수도 누군가를 기분 좋게 하는 소리가 될 수도 있겠구나. 내가 지금 글을 쓰며 듣는 이 소리가 기분 좋더라도 내가 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남긴 반응은 기분이 썩 좋진 않을 수 있겠구나.


연필로 글을 쓰는 ‘사각사각’이란 소리는 악성 댓글 소위 악플의 소리를 지니고 있지는 않았다. 인터넷으로 소통하는 시대가 되며 컴퓨터 자판, 휴대폰 자판을 두드리는 시간이 많아졌고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아 세상을 마주한다. 인터넷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더 대담해지고 타인에게 무감각해진다.


얼굴을 마주 보지 않으며 내 이름도 밝히지 않으니

지금까지 하고 싶었던 말, 아니 그보다 더 심한 말까지 스멀스멀 꺼내 놓는다. 베일에 싸인 오늘도 쉽게 쉽게 ‘타닥타닥’ 자판을 두드리며 댓글을 남긴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을 보고도 그저 가볍게 자신의 생각을 첨언하곤 한다. 이는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이는 조언과 충고가 아닌 비난과 악의로 닿는다. 빠르게 날아가 한 번에 비수로 꽂힌다.

학창 시절 귀가 닳도록 들은 악성 댓글의 위험성, 사이버 범죄의 심각성을 자연스레 습득했나 보다.

이렇게 이런 시를 쓴 걸 보니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이 소리를

여전히 좋아하는 날들로 계속 채우고 싶다.



-오늘도 현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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