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나드 쇼 묘비명에다가 대입해 본 메멘토 모리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 비평가, 한편으로는 독설가인 버나드 쇼는 그가 남긴 작품과 에피소드만큼이나, 묘비명으로도 유명하다.
당대엔 작품으로, 후대엔 묘비명으로 영원히 세인들의 뇌리 속에 남아있는 ‘난 사람’이다.
든 사람, 된 사람, 난 사람 중에 가장 실속 있는 시람은 단연 난 사람이다.
묘비명 하나 의미 있게 남겨도 영원히 세인들의 머릿속에 기억될 수 있으니, 지금부터라도 어떤 묘비명이 내게 어울릴 까? , 심각한 고민에 빠져 봐야겠다.
어찌 됐든 간에 그가 남긴 묘비명은 현대인들에게 있어서는 선의의 경종이다.
울림이 있는 것이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본론, 그의 묘비명으로 되돌아간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참 멋지다. 멋진 묘비명이다.
“원래의 의미에서 벗어났다.”, “의역이 심했다.”, 심지어는 “오역이다” 등등 한국에서는 그의 묘비명을 두고 입방아 찧는 소리가 요란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어찌 됐든 간에 멋진 묘비명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 한국에서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여기에 어울리는 독특한 한국말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원문은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이다.
“ 정말 오래 버티다 보면( 나이가 들면) , 이런 일(죽음 일)이 생길 줄 알았다니까”
가 올바른 번역이다.
이것이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로 엉뚱하게 거듭난 것이다.
짝퉁이라면 짝퉁인 이 의역이 그런데 정말 기똥차다.
잠깐 글의 흐름을 본궤도에서 벗어나 본다 외도를 의미한다.
골프장에서 한 골퍼가 우스갯소리로 일행에게 “가짜가 진짜보다 더 좋은 게 무엇일까?라고 물으니 , 그중 한 명이 대뜸 “첩”이라고 말했단다. 웃고픈 농담이다
정답은 ‘가라 스윙( 일명: 연습 스윙)이었건만 여기다가 ‘본 마나님’(진품)을 제치고 ‘첩’(짝퉁)을 들이대고 만 거다.
짝퉁이 진품보다 낫다는 것인데… 바로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 딱 이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이 짝퉁 묘비명은 그러나 사연이 있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것이다.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회사 광고가 모태다.
당시 모이동통신회사가 ‘쇼(show)’라는 신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발음이 비슷한 ‘조지 버나드 쇼 (George Bernard Shaw)’를 끌어들였다.
그래서 버나드 쇼가 스폿 라이트를 받게 하기 위해 묘비명을 의도적으로 오역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역이 감칠맛이 너무나도 난다.
오역이라면 오역인데 왜 더 맛깔나게 느껴지는 것일까?
몸에 안 좋은 불량식품이 입에는 더 맞는다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1925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가 스스로 서술한 인물평은 다음과 같다.
"나, 조지 버나드 쇼는 위대한 연설가, 소설가, 비평가, 극작가, 채식주의자, 무신론자, 다윈의 신봉자, 입센의 숭배자, 생명력의 철학자, 창조적 진화론자, 페이비언 회원이다"
그는 재치 발랄한 독설가로도 유명하다
당시 인기 절정이었던 무용가 이사도라 던컨이 "저와 같이 빼어난 용모의 여자와 당신처럼 뛰어난 자질의 남자가 결혼하여 2세를 낳으면 훌륭한 아기가 태어날 것입니다" 하는 내용의 구혼 편지를 보내오자, 버나드 쇼는 "나처럼 못생긴 용모에 당신처럼 멍청한 여자 사이에서는 이상한 아기가 태어날 수도 있지 않겠소" 하며 거절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이렇게 오만하고 익살을 부리며 명성을 떨쳤던 버나드 쇼는 94세까지 장수하며 자신의 소신대로 살았다. 성공한 인물이다.
그의 묘비명을 다시 찬찬히 들여다본다.
마지막 순간에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며 살았다고 후회한 걸까?
아니면 그냥 우스개 소리로 한 것일까?
오래 살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누구나 죽는다는 삶의 유한성 즉 메멘토 모리를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죽음을 벗 삼은 그의 예지가 돋보인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말 맞다나, 아쉬울 것 하나 없어 보이는 그 역시
자기의 삶을 되돌아보며, ‘우물쭈물’했다고 자평하는 자신도 나무에서 떨어져 본 적이 있음을 고백한 것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기서 가수 고 프랑크 시나트라가 부른 그 유명한 노래 ‘마이 웨이(my way)’가 떠오른다.
“벌써 끝이 다 됐네.(And now the end is here)
후회는 좀 있다네.(Regrets I`ve had a few)
친구들,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내 방식대로 했어. 그래 그게 내 길이었어.(My friends, I’ll say it clear, I did it my way. Yes, it was my way)”
우라 모두 다음의 밀물 한번 기억해 두지.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