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출근할 시간, 나는 24시간 식당에 간다.

어느 퇴사자의 아침 풍경

by 쑴이

이제는 '퇴사자'라기보다는 '무직자' 혹은 '구직자'가 더 맞을지 모르겠다.

나는 퇴사 후 긴 여행을 마치고 여독이 풀리고 나서 처음 몇 주간은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다. 18년 동안 직장생활을 했었던지라 출근하지 않는 아침은 익숙하지 않았다. 처음엔 구직 기간이 이렇게 길어질지 모르고 그저 매일 아침이 주말인 것처럼, 명절 연휴인 것처럼 그렇게 지냈었다. 그러다 몇 주 전부터는 나름의 루틴이 생겼다. 루틴을 만드는 것은 이 생활을 지속하고 멘탈을 지탱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이전 직장에서는 재택근무를 제법 했었기 때문에 사실 그때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날씨가 흐려서 몸이 찌뿌둥할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겹게 일어나느냐 다시 이불을 덮고 눕느냐만 다를 뿐이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모닝커피를 마시면서 이렇게 브런치 글을 쓰기도 하고 온라인 강의를 듣는다. 요즘은 아침 공기가 좋아서 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다. 나는 역시 이른 아침 시간에 집중도 잘되고 컨디션이 좋다. 보통 아침밥은 집에서 간단하게 바나나에 샐러드, 삶은 달걀 등을 먹는데 오늘은 24시간 국밥집을 가기로 했다.


나는 지금 낯선 동네에 살고 있다. 이 동네에서 한 달 동안 머무를 예정이다. 주택은 아주 어릴 적 외에는 살아 본 적이 없는데 골목길, 근처 전통시장을 돌아다니는 것이 재미있다. 오전 7시 58분, 시장은 오픈 준비로 분주하다. 출근하는 것으로 보이는 몇몇 젊은 사람들과 중년 여성분들이 지하철역으로 바쁘게 발걸음을 옮긴다.


KakaoTalk_Photo_2025-09-10-11-13-39.jpeg 아침 치고는 좀 거하네


이 시간 24시간 국밥집에는 혼자 식사하는 사람들만 있었다. 우리는 각자 밥 먹는 것에 열중하고, 창밖의 사람들은 무심히 제 갈길을 간다. 식당 안은 고요하고 창밖의 아침 풍경은 분주하다. 직장인의 아침이 120 bpm 음악이라면 나의 음악은 60 bpm으로 흐른다.


돌아오는 길, 집 앞 편의점에서 4개에 11,000원 하는 국산맥주를 샀다. 가격을 보지 않고 그때그때 먹고 싶은 맥주 조합을 사던 내가 이번 달부터 바뀐 점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내가 서너 달 일을 하고 하지 않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일을 하지 않을 때 시간을 어떻게 보내냐이다. 직장생활을 할 때에도 바쁘다는 핑계로 게을러지면 가끔 죄책감이 들곤 했는데 지금이야말로 후회하지 않을 시간을 보내야 할 때가 아닐까...


KakaoTalk_Photo_2025-09-10-11-33-59.jpeg 매일 아침 풍경, 고요하고 느리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버티고, 그리고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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