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꽃

개나리의 아픔

by 홍삼이

● 봄날의 기억


개나리 꽃은

아픔이고 희망이었다


허리에 책보자기 두르고

가난한 발걸음으로

세상을 이기겠노라며


이른 아침

논둑길을 따라 쫑알대며

한무리에 아이들이 뭉쳤다


노란 꽃잎 사이로

여전히 봄이 흐른다


- 어느 봄날 개나리 꽃을 바라보며 -


화사하게 핀 개나리 꽃

어린 시절,

개나리 꽃을 보며 희망을 배웠다.


노란 봉오리의 개나리가 만발하는

초등학교 5~6학년 어느 날, 등교시간.


학교 운동장 앞, 논둑길에 아이들의

발걸음이 몰려온다.


저 멀리 개나리 꽃이 멋들어지게

핀 조그마한 동산 어귀에는

뾰족하니, 애광원(고아원)이

하나 서 있다.


거기에 사는 친구들은 너무나

형편이 어려웠다.


3층 교실에서 내려다보면,

등굣길이 마치 외줄 타는 광대들의

흐느적거림과도 같았다.


어깨와 허리에 책보자기 두르고,

닳고 해진 검정 고무신을 찍찍 끌며,

미끄러지고 뒤뚱거리면서


까만 얼굴에 하얀 이를 드러낸 채

나름대로 웃고 떠들지만,

축 처진 어깨를 늘어뜨린 채

몰려오는 친구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린다.


소사(小使) 아저씨는

교무실 옆에 걸린 종(鐘)을 때린다.

그중에서도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제일 싫었다.


도시락을 싸 오지 못한 친구들은

조용히 교실을 빠져나갔고,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병아리처럼 물 한 모금으로

하늘만 쳐다봐야만 했다.


개나리는 종(鐘)의 모양을 닮았다.

그 울림은 희망의 메아리였지만,

한편으론 슬픔이었다.


" 그 시절, 배고픔을 견디며

함께했던 친구들아, "


" 우리는 개나리처럼 노랗게

피어났다."


" 세월을 이겨낸 너희가 참 고맙다."


"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자"


" 잘 살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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