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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후시딘의 이야기 9

자전거를 구매했으나 슬픔이 밀려오다

by 톰슨가젤

김후시딘은 오늘 그리 나쁜 상태로 일어나지는 않았다

며칠 전 시도한 더블유디 40의 기억이 그를 기분 좋게 추어올리고 있다

그는 중고마켓을 뒤적이며 적당한 자전거를 찾아본다

그러다가 중고마켓의 그럴듯한 자전거 판매 울림을 보고 뭔가에 홀린 듯 가서 사 왔다

그는 원래 조금은 치밀한 구석이 있지만 이런 소소한 거래에는 신속성을 추구한다

판매인의 집에 도착하고 기다리니 자전거를 가지고 나왔다 "한번 타보시죠?"라며 판매인은 말했다

김후시딘은 "하하 바퀴만 굴러가면 되죠 "라며 접이식 미니벨로를 차에 실으려 했다

"트렁크에는 안 들어가겠어요 호호" 라며 그녀는 웃는다

"아 그래서 뒷좌석에 실으려고요" 거래는 금방 끝이 났다 김후시딘은 이런 거래에 서툴다


집에 와서 자전거를 내리고 타보니 이건 완전 어린이 세발자전거 같다

이걸로 배달을 하기에는 영 글러 먹은 것이다 뭔가에 홀린 것 같다.

다른 구매자가 있다며 구매를 재촉했던 그녀의 기막힌 상술에 넘어간 걸까

바퀴가 있으니 굴러는 가겠지.. 김후시딘은 자기 합리화를 한다" 동네 마실용으로 쓰면 되겠네"

그는 사실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뭔가 책임져야 할 뭔가가 늘어난 게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김후시딘은 언제나 소멸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소멸되지 않는가

소멸은 먼 이야기 같지만 그 먼이란 단어는 상대적인 것이니까 오늘 김후시딘은 뭔가 마음이 불편하다

의욕적으로 생활을 개척하려고 노력한 것은 나쁘지 않지만 무언가 살림살이가 많아지는 게 편치 않다


초저녁에 한콜을 운 좋게 했지만 김후시딘에게 의욕이 그렇게 많지 않다

오랜만에 쉼터에 가서 언제나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마주친 후 물론 서로 알지 못하기에

인사는 나누지 않는다

그 쉼터에서는 긴 한숨소리가 쉴세 없이 들린다 김후시딘은 마음이 편치 않다

쉼터를 나와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고 마는 것이다


사실 집에 오는 도중에 자주 만나는 장면을 마주쳤다

그 사람은 전동휠체어뒤에 짐받이를 만들어 폐지 수집을 하러 다닌다 우연히 마주치기에는

너무 자주 마주치는 것 같은데 그 폐지수집품들 중 밥통 코드가 땅바닥에 덜그럭 끌리다가

그들은 횡단보도에서 같이 멈추게 되었던 것이다

김후시딘은 그 코드를 잡아 통 안으로 넣어준 후 집으로 돌아와

1시간가량 회를 시킬까 말까 고민하다가 주문했다

그가 망설인 이유는 그 사람의 존재로 인해 죄책감이 생긴 것이다

왜 같은 인간인데 더 성실해 보이는 인간이 저렇게 고통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알 수 없는

죄스러움에 머뭇 거린 것이다 그 앞에는 왜 항상 힘든 사람들만 나타나는 것인가 이상한 일이다

사지가 멀쩡한 게 매우 유리하고 죄스러운 건 그를 더욱 코너로 몰아넣는다

아기가 탈만한 자전거를 사 오고 나서 그걸로 배달일을 해볼 생각하고 있는 자신이 너무도

터무니없다는 생각에 기가 막힌다 어이가 없어 웃음밖에 안 나오는 실정이다

"차라리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의 자전거를 살걸 그랬나"라고 중얼거린다

그리고 생각해본다 우주에도 슬픔이 있을까 슬픔은 언제나 가까워질때 생기는 것 같다

멀리있으면 슬픔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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