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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후시딘의 이야기 8

자전거를 구매하기 위한 시도(고도를 기다리며)

by 톰슨가젤

이력서를 쓴 김후시딘은 마치 무언가의 엄청난 아이템을 얻은 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낡아빠진 부품 같은 자신에게 웃어 보일 사람이 있겠는가 라는

생각에 마음이 심란하다

김후시딘은 어제 분명 무언가와 과음을 하고 그렇다고 매우 맛있는 안주는 아니다

만 원짜리 통닭의 남겨둔 절반이었다 가난한 자는 안주도 꼭 누군가가 대신 택해주는 느낌이다

결정권 같은 것은 이미 시든 지 오래다


김후시딘은 요즘 배달로 제2의 파이프 라인을 구축할 계획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다

그렇다면 그리 우울한 인간도 아닐 거라 생각이 들지만 그런 생각과 우울과 망상의 하모니에

어쩔 줄을 몰라하는 것이다


그는 아침나절에 중고마켓을 보다가 생각했다

"그래 일단 도보배송이든 일반자전거든 비용이 적은 순으로

시도를 해보는 거야"라며 눈여겨본 자전거 판매인에 연락을 취해본다

자전거 판매인과의 만남장소에 도착 후

김후시딘은 연락을 하고 기다리니 웬 할아버지가 갑자기 차문사이로 나타났다

이런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는 무언가 어색하고 느낌이 안 좋다

자전거는 저 위에 있다고 말하며 고개를 돌려 언덕 방향을 쳐다본다

할아버지를 따라가 보니 중년의 호리호리하고 안경을 낀

무언가 어설퍼 보이는 아저씨가 자전거에 딸려 힘겹게 걸어 내려오고 있다

자전거가 그를 데리고 오는 거 같다

김후시딘은 사진 속의 자전거와 다르게 매우 낡음을 인지하곤 묻는다

"이거 접이식이 맞는 거죠?"

할아버지와 어설픈 아저씨는 자전거를 접으려고 노력한다

이대목에서는 흡사 연극이 생각났다 고도를 기다리며의 주인공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고도를 기다리는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 그들에겐 김후시딘이 고도였던 것이다

그들은 김후시딘을 보고는 마치 기다리던 고도처럼 반겼지만

김후시딘이 기다리던 고도는 그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자전거는 쉽사리 접히지 않는다 김후시딘은 "평상시 타시던 게 아닌가 보죠?" 라며 묻는다

할아버지가 대답한다" 더블유디 사공 그걸 뿌리면 돼"

김후시딘은 생각한다 이 자전거와 이 두 사람을 연관 지어줄 무언가는 대체 무엇인지 몰라도

뭔가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간신히 접힌 자전거를 김후시딘은 낡은 경차에 실어 보려 하지만 자전거는 너무 무겁다

부피도 커서 그의 차에 들어가기도 힘들다

두 사람은 어떻게든 넣어보려고 하지만 김후시딘은 말한다

"아 이 자전거는 죄송하지만 구매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배달용으로

사려고 했는데 너무 무겁고 너무 크네요 죄송해서 어쩌죠"

고도를 기다리던 두 사람은 허망한 눈빛으로 낡은 자전거를 붙들고 있다

할아버지와 낡은 안경을 낀 아저씨는 약간은 실망한 투로 자전거를 들고 왔던 길로 되돌아간다


날이 너무 덥다 김후시딘은 체력이 또 금방 방전되어 작은 차 안에서 어쩔 줄을 몰라한다

간신히 집에 오니 무언가 큰 일을 하고 온 느낌이다

오는 길에 반찬 두 가지와 두부를 사 와서 두부조림을 만들었다

김후시딘은 두부조림을 잘 만든다 물론 그 반찬가게에서는 두부를 싸게 파는데

양념장도 서비스로 준다

이것도 사실은 마음이 내켜야 어쩌다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매일 만들면 좋으련만 하고는 생각한다


이력서와 배달의 시도 그는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무엇이 그를 꿈틀거리게 하는 것인지는

그도 모르지만 그는 어쨌든 어린 아기처럼 다시 아장아장 걸어보려는 것이다

김후시딘은 생각한다 그리고는 읊조린다 " 내 마음에도 더블유디 40을 뿌려야 해"

그와 그가 기다리는 고도는 아주 가늘고 희미한 실가닥 같은 느낌이다

존재는 하지만 언제든 한순간에 끊어질 머리카락처럼 가는 한가닥 고도를 향해

그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힘겹게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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