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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후시딘의 이야기 15

변곡점

by 톰슨가젤

김후시딘은 아침에 일어나 방을 조금 정리하고 식사를 하고 아르바이트 광고에 나온 학원기사 구인광고에

지원을 했다 시간은 흘러 소식이 없고 " 역시 나는 조금 사회에서는 달갑지 않은 녀석이겠지"

라며 자조 섞인 말을 내뱉고 있었다. 그의 작은 자동차는 보험가 80만 원 오른쪽 눈이 실명상태이다

점점 쇠잔해진달까 그도 그렇고 그가 정을 주고 있는 것들도 그렇게 되어가는 느낌이다.

돈키호테와 로시난테쯤 되는 거라고 봐야겠지라고 생각하곤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여본다.

정을 주고 있는 생명체가 없다는 건 그나마 다행인 일이다

그는 자동차의 오른쪽눈에 생명을 찾아주러 갔다가 점심시간이라 내일 하기로 하고

생필품 몇 가지를 사고 돌아와 커피를 한잔 하며

느긋한 오후를 맞이한다 갈 곳이 없다 딱히 할 것도 없다 그런 잡념에 사로잡힐 때

몇 달째 울려본 적 없는 전화기가 울린다 낯선 전화번호 뭐지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 안녕하세요 @@학원입니다 아직 재직 중이신가 봐요? "

"아... 아닌데요 직장 나온 지 2년이 넘었습니다 "

"아 그러시구나 제가 잘못 봤나 봐요 내일 면접 볼 수 있을까요? 집은 거리가 조금 되던데

출퇴근 가능하실까요?"

"네 가능합니다 "라고 대답한다. 2년 만의 면접 돈을 많이 벌려면 다른 일을 하는 게

맞겠지만 그에게는 아직 무리다 신기하게 오늘이 변곡점이라니 신은 장난꾸러기다

그는 약간은 설레는 마음이 든다. 면접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요즘 길에서 초등학생 어린이들과 눈이 마주쳐도 그는

눈을 피한다 어린 꼬마 녀석에게서 나오는 그 눈빛도 난 감당할 수 없는 인간인 것이다

잘할 수 있을까 모를 일이다. 신은 언제나 두드리라고 열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날개야 돋아라 날아보자꾸나~ 갈비뼈 옆으로 날개가 돋는 상상을 해본다

빗살무늬 토기모양의 변곡점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그는 중얼거린다 "왜 우연히도 오늘이 그 변곡점인거지?"

밑으로만 한없이 추락하는 인생도 언젠가는 한 번쯤은 아니 몇 번쯤은 변곡점을 만나는 게

인생이야 라고 누군가 속삭이는 듯하다 중요한 건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는 것이다.

"질긴 녀석 끝끝내 살아남으려 하는구나 하하하"라고도 누군가 속삭이는 것 같다

김후시딘은 이제 옆구리에 아주 작은 날개가 돋아난 듯 자꾸 간지러워 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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