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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소에서

by 톰슨가젤

김 새치씨는 거울을 계속 들여다보며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 본다.. 아 운전을 많이 하니 왼쪽만 거무튀튀해진 거 같고 머리는 왜 이리 하얗지 음 안 되겠다 염색을 해야겠어 김 새치씨는 단골 이발소로 향한다 거기는 아주머니 두 분이 운영하는 특이한 이발소이다 말이 아주머니지 김새치씨와 비슷한 나이니 뭐 그냥 여자 이발사 정도로 수정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가격이 매우 저렴해 동네 아저씨들은 휑한 머리를 소중하게 매만지며 찾아오는 것이다.


김 새치씨가 이발소 안으로 들어가니 두 명의 손님이 머리를 깎고 있다. 김 새치씨는 다소곳이 소파에 앉아서 기다려본다. 이 두 명의 여자 이발사는 원래 한 명이 사장이고 한 명은 수습을 받고 채용된 것이다. 김 새치씨는 수습받던 그녀에게 머리를 맡겼던 얼마 전 생각이 난다. 그녀는 잔뜩 긴장한 채로 김새치씨의 머리를 자르며 중단하지 못했던 것이다 김새치씨는 30분째 머리를 깎고 있는 그녀를 보며 , 머리카락이 점점 짧아지는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보곤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이만 멈추어야 할 것 같아... " 아 저기 지금이 딱 좋을 것 같아요 하하" 김새치씨는 거울 속의 그녀와 마주 보고 말하였다.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 아 손님 네네.... 그러면 지금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는 샛노란 스펀지로 김새치씨의 머리털을 탈탈탈 털더니 자주색 천을 벗겨주며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랬던 그녀는 이제 조금은 능숙하게 다른 손님의 머리를 깎고 있다.


김새치씨는 원장이발사의 앉으라는 말에 앉아서

"이제는 염색을 조금 해야 할 것 같아요 "라고 말해본다.

" 어.. 음.. 염색 한번 하시면 계속하셔야 할 텐데요 알레르기 같은 것은 없으세요?" 원장이발사가 말한다.

" 네 딱히 그런 건 없는 것 같습니다."라고 답한다.

원장 이발사 가위의 서걱서걱 거리는 소리와 이발기의 위이잉~~~~ 하는 소리가 교차로 들리며 영양기 없는 푸석한 은빛 머리카락들이 잘려 나간다. 거울 속의 김 새치씨는 조금은 밝아져 간다. 원장은 양손의 엄지와 검지로 김새치씨의 귀윗부분을 매만지며 "이제 염색을 하고 다시 머리를 손질해드릴게요"라고 말한다 잠시 후 검은색 밥그릇 같은 곳에 염색약을 이리저리 섞더니 김 새치씨의 머리에 두 가지 빗을 이용해 바르기 시작한다 약간 차가운 느낌의 기분 좋은 액체들이 머리에 닿는 느낌이 김새치씨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참을 염색약을 이리저리 빗을 이용해 바르더니 투명 보자기를 씌우고는 잠시 기다리라고 한다. 김 새치씨는 뒤편의 소파에 앉아 원장이 권하는 커피를 셀프로 한잔 타서 후후 룩 마셔보며 정면에 걸려있는 그림을 바라본다.


원장은 작은 이발소 밖으로 나가고 수습이발사의 손님도 머리를 깎고 나갔다. 침묵이 작은 이발소에 감돈다. 김 새치씨는 뭐라도 말을 해야 할까 하다가 침묵한다. 이상한 느낌이지만 그 수습생이발사도 뭔가를 말하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번에 왔을 때는 김 새치씨가 기증한 이발기에 대해 입바른 칭찬을 늘어놓더니 입을 꼭 닫고 있는 듯한 그 침묵이 조금은 무겁다. 원장은 조금 후에 들어 오니시 수습이발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원장이 김새치씨에게 머리를 감자고 말하며 좁은 세면대로 안내한다. 투명한 비닐을 벗기고 김새치씨의 머리에 따듯한 온수를 부어주며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뒷 목부분부터 머리의 중간까지 그리고 앞부분까지의 염색약을 헹구에 낸다. 아주 오랜 기간 여자의 손길이 닿은 적이 없던 김새치씨는 약간은 미묘한 기분에 빠져든다. 인간의 손길 이 김새치씨의 몸에 닿는 그 느낌은 조금은 어색하지만 나쁘지 않다. 염색약을 헹구어 내고 샴푸를 바르고 또 원장의 손가락들이 곤두서서 김 새치씨의 두피를 헤집고 다닌다. 원장이 헤어드라이기로 머 리를 조금 말리고는 다시 가위를 집어 들고는 김새치씨의 머리를 매만지며 조끔씩 다듬는다. 김새치씨는 거울 속의 검은 머리카락을 지닌 젊은 친구가 조금은 낯설지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는 돈을 내고 나오며 인사한다.

"수고하세요~"

"안녕히 가세요"라고 원장이 웃으며 답한다

"안녕히 가세요" 아주 작고 슬픈 소리로 수습 이발사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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