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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육공 Oct 24. 2023

디지털 치매 도파민 중독 인간

<다람쥐, 뱀, 키위새, 거북이, 가자미, 늑대>


  요즘은 사회적 치매를 겪고 있다. 실제로 있는 말인진 모르겠다. 보통 디지털 치매라는 단어를 쓰겠지만 단순히 디지털만이 원인은 아닌 거 같아 그냥 저렇게 쓴다. 애니웨이, 일하고 자고 싸고 연속인 일상이다 보니 그저께 뭐 먹었는지 떠올리는 데에도 버퍼링이 걸린다. 뇌가 점점 퇴화한다. 인류가 진화한다는 건 다 뻥이다. 예전에 가르치던 아이들보다 지금 가르치는 아이들이 더 바보같다.(미안하다 얘들아) 나 또한 수능 보던 시절에 훨씬 빠릿빠릿했다. 그땐 지하철에서 20분 만에 영단어 100개는 외웠는데 지금은 20시간을 줘도 동태눈깔로 핸드폰만 응시하는 삶이다. 도파민 중독이 위험하다며 도파민에서 벗어나라는 자기 계발서가 지천에 깔려있으나 그런 책을 읽는 것조차 도파민 생성으로 느껴진다.


  취향도 점점 잡식성이 되어간다. 잡다하고 쓸모없는 지식과 취미를 많이 가지고 있고, 깊게 아는 건 하나도 없다. 세상에, 진짜 없다. 전공조차도 잘 모른다. 대학교는 그냥 꽁으로 다녔다. 사극 보다가 갑자기 연락 와서 역사 질문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세 번째로 무섭다. 좋아하는 것을 깊게 파는 것도 에너지다. 무열정 인간은 덕질조차 쉽지 않다. 최근 친구가 게임을 같이 시작하자 했는데 공략 영상을 보다가 벌써 그 게임에 질려버렸다. 하여간 rpg는 신경 써야 할 게 많다니까. 늘 동태눈을 한 내겐 즉각적 자극을 제공하는 소일거리가 딱이다.


  이러다 보니 점점 좋아하는 것에 대한 답이 쉽지 않다. 싫어하는 걸 물어보면 빠르게 6059개쯤 말할 수 있는데, 사람들은 싫어하는 걸 묻지 않는다. 세상이 참 긍정적인 태도로 돌아간다. 냉소가 좋지 않은 걸 알고 있지만, 나 혼자 글 쓰며 냉소적으로 군다는데 뭐라고 할 사람이 있을까? 있다면 그만큼 나를 애정하는 사람일 테니 괜찮다.


  싫어하는 것을 정확히 아는 일도 중요하다. 이 또한 자기 파악의 일환이요,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기 위한 한 걸음이기 때문이다. 일단 난 자기 계발서가 싫다. 음침한 사람이나 지나치게 돌려 말하는 사람과도 맞지 않는다. 짜고 자극적인 음식도 싫다. 주 5일제도 싫다. 대체 언제쯤 주 4일제가 이루어지려나? 예수도 부활에 3일이 걸렸는데 인간이 이틀 쉬는 건 불합리하다.


  농담 삼아 이렇게 적어봤지만 확실히 좋아하는 경험을 많이 하는 것보다 끔찍한 경험을 덜 하는 게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된다. 이렇게 거르고 거르다 보면 삶이 편협해질까? 이미 편협한 길을 겨우 지나는 중인가? 노벨상 작가인 귄터 그라스는 우울증 없는 예술은 없다고 했다. 우울이 심연과 마주할 시간을 제공하는 건 맞지만, 우울증 없이 예술이 없다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 병적인 상태가 아니더라도 인류는 끊임없이 창조한다.


  인생이든 예술이든 무엇 하나에 깊게 빠져드는 건 어려운 일이다. 깊이 없는 인간은 온몸을 유머로 무장한 채 모든 걸 가볍게만 여기는 척 매일을 소모한다. 맞다. 내 얘기다. 나 자신아, 다음에는 좀 깊이 있는 이야기를 써보도록! 감명 깊은 경험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다 오도록, 글에는 배설의 의무가 없으니 말이다. 쓰지 않고는 못 배겨서 구토하듯 글을 쓴다고 생각한 게 엊그제인데, 이젠 좀처럼 크게 불행하지도, 크게 기쁘지도 않아 죽은 것처럼 흘러가기만 한다.


  아무래도 도파민을 줄여야겠다. 엄청 두꺼운 책을 쌓아두고 골치 아픈 질문에 골몰하다 돌아올 테다. 아디오스 짧은 자극!


  p.s. 글의 맨 앞에 쓰여있던 동물 중 다리가 4개인 동물은 몇 마리였을까요? 기억하신다면 당신은 사회적 치매가 아닙니다. 그냥 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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