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답게 이겨내자

누구나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살아간다.

by 이연화

정신과 치료를 받은 지 6년이 흘렀다. 마음은 여전히 아프다.

아직도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한다. 잠을 자기 위해 약을 먹는다.

"몸이 피곤하지 않아서 그래"

"의지가 약해서 어쩌냐"

"괜찮아질 거야"

이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나를 자책하게 된다.


내가 그런가 의구심을 품을 때도 있다.

나아진 것 같다가도, 불쑥불쑥 찾아오는 불안과 공포는

죽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했다.

불안장애가 올 때마다 희망은 사라지고, 녹초가 된 나만이

그 자리에 남겨있다.

눈물범벅이 된 눈을 비비며 다시 일어서려 노력해 보지만

두 다리와 신체는 나를 거부했다.

약기운이 돌기 시작하면 서서히 몸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며칠 동안 몸살로 드러누워 있어야 했다.

상담심리가 필요하다는 소견서를 받고, 심리상담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역시 무리였다.

말을 꺼내는 것조차 거부하는 나였다.

겁도 나고, 떠올리고 싶지 않은 상황들, 사람들이었기에

난 그대로 상담을 거부하고 병원을 나왔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을 무렵 다시 심리상담을 받아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의사 선생님의 권유도 있었지만 나 또한 심리상담의 필요성을 인지해서였을 것이다.

예약일에 맞춰 심리상담을 받으러 갔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편안한 분위기의 센터였다. 하지만 난 전혀 편안해지질 않았다. 걱정과 두려움이 커져갔다.

선생님은 전에 검사했던 차트를 보시며 그 후로 어떻게 지내셨는지 물어보시며 긴장을 풀 수 있도록 해주셨다.

얼굴 근육들이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듯 느껴졌다.

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첫 상담을 마무리했다. 몸이 긴장되면서 발작증세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휴게실에서 잠시 머물르며 발작이 가라앉는 시간을 가졌다.

떨리는 손으로 가방을 열어 약을 먹고 눈을 감았다.

머리가 아팠다. 세상이 빙글빙글 소용돌이치는 것 같았다.

속이 울렁거렸다.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전화벨이 울렸다.

'사랑하는 이쁜 딸'

떨리는 손으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엄마, 괜찮아? "

"어. 엄마 괜찮아 "

"괜찮지 않은데, 발작 온 거야?"

" 조금"

"병원이야?"

"어"

"딴 데 가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금방 갈게 "

하며 전화를 끊었다.

눈물이 자꾸만 흘러내렸다.

무슨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정신을 빨리 차려야겠다는 생각에 스스로에게 '괜찮아, 괜찮아 ' 다독이며 속삭였다.


여전히 나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며 살아가고 있다.

쉽지 않다. 그럼에도 또다시 상담을 받으러 간다.

언젠가는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편안해지질 않을까


누구나 상처와 아픔을 갖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 크기는 개인마다 다 다를 것이다.

공감?

오지랖?

섣부른 공감은 안 하니만 못하다.

그냥 가만히 지켜봐 주는 것이 어쩌면 말보다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라우마 #상처 #아픔 #극복 #용기 #나답게 이겨 내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엄마여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