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성과가 전부인 줄 알았다

by 정연

2. 성과가 전부인 줄 알았다


내가 몸담았던 곳은 영업부서였다. 숫자가 모든 것을 대변하는 조직, 성과가 곧 존재 이유가 되는 조직이었다. 어릴 때는 그게 좋았다. 내가 열심히 한 만큼 숫자가 따라왔고, 성과가 곧 인정이 되었으니. 결과가 좋으면 그만큼 재미가 있었고, 인정받는다는 생각에 우쭐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직급이 높아질수록, 숫자는 더 이상 성취의 기쁨이 아니라 무거운 책임으로 다가왔다. 물론 예상보다 큰 성과가 찾아와 스스로도 놀랐던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순간은 드물었다. 오히려 아무리 애써도 원하는 성과가 따라오지 않는 일이 점점 더 많아졌다. 성과가 전부라고 믿었던 내게, 그것은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과정과 결과, 이 둘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 나는 늘 결과보다 과정에 무게를 두었다. 결과가 나쁘더라도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고 노력했다면 충분하다고 믿었다. 지금 생각하면 순진한 생각이었다. 팀원들과 거래처에 100을 쏟아부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오는 건 10도 안 되거나 오히려 마이너스일 때가 많았다.

내가 담당하던 부동산 사업 투자심의가 통과되어, 관계자들 간의 계약서 날인만 남은 약정일 전날이었다. 그날 오전, 내 휴대폰에 문자가 도착했다.


“죄송하지만 내일 약정식에 참석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이미 관계 부서와 합의가 끝나 날인만 남은 상황에서, 이 한 통의 문자가 모든 걸 흔들어 놓았다. 곧바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혼자서 자리에서 푸념을 늘어놓고 있을 때, 마침내 전화가 걸려왔다.


“죄송하지만, 내일 약정을 못할 것 같습니다.”

“아니, 왜요?”

“시공사와 협의가 안 돼서 날인을 못해 준다고 합니다.”

“이제 와서요? 이미 협의된 거 아니었습니까?”

“…죄송합니다.”


그 짧은 말이 그렇게 무책임하게 들린 순간이 있었을까. 나는 곧바로 수습에 나서야 했고, 여기저기 연락하며 사정을 했다. 그 과정에서 깨달았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라는 것을.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스쳤다. 그래도 도의는 지켜야 하지 않았을까.


겉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돌아서면 씁쓸한 표정이 남았다. 내가 너무 순진했던 걸까. 그런데도 나는 순진하고 싶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면, 내가 노력한 만큼 보답은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싶었으니까.


어느새 성과가 전부였던 내 삶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다.


"다음 글: 〈채워도 비어 있던 날들〉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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