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AI가 그리는 새로운 지도, 부의 격차
AI는 모두에게 열려 있는 기술이라고 하지만, 정작 그 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도입한 기업의 70% 이상은 대기업이며, 중소기업의 도입률은 15% 수준에 불과하다. AI의 문은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그 안에서 무엇을 얻고 어떻게 활용할지는 여전히 자본과 환경의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
지난 칼럼에서는 AI가 세대 간의 소통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벽’을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그 벽이 세대를 넘어 사회 전체의 경제 구조로 확장되고 있는 현상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AI 활용 능력의 차이가 자본 격차로, 그리고 자본 격차가 다시 부의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많은 이들이 AI를 누구나 쓸 수 있는 민주적인 도구라고 믿는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등장이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해 줄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지금의 상황은 모두에게 똑같은 ‘동네 도서관 열람증’이 주어진 것과 같다. 누구나 지식에 접근할 수는 있지만, 그 방대한 정보 속에서 황금을 찾아내고 가공하는 능력은 온전히 개인의 몫으로 남겨졌다.
문제는, 어떤 이들은 이미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며 자신의 옆자리에 세계 최고 수준의 전략가, 분석가, 연구원으로 구성된 ‘AI 자문단’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 보이지 않는 자문단은 실시간으로 시장의 변수를 분석하고, 수천 페이지의 법률 문서를 단 몇 분 만에 요약하며, 한 사람의 아이디어를 즉시 실행 가능한 사업 계획으로 만들어준다.
필자가 현장에서 목도하는 현실은 분명하다. AI는 ‘접근성의 평등’이 아니라 성과의 양극화를 만들고 있다.
현실은 이미 냉혹하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을 예로 들어보자. 자본력을 갖춘 거대 임대 기업들은 고도화된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지역의 공실률과 수요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세입자가 감당할 수 있는 ‘최대치의 임대료’를 산출해 낸다. AI가 건물주에게는 수익을 극대화해 주는 유능한 참모지만, 세입자에게는 월세를 한 푼이라도 더 쥐어짜는 보이지 않는 기계가 된 셈이다.
일자리를 구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현장도 다르지 않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구직자는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AI 면접 컨설팅’을 통해 채용 AI가 선호하는 답변과 표정을 완벽하게 학습하여 취업 문을 뚫는다. 업무 현장에서는 월 구독료를 내고 고성능 코딩 AI를 쓰는 개발자가 그렇지 않은 동료보다 55% 더 빠르게 업무를 처리한다는 통계도 있다. 이제 ‘유능함’은 개인의 재능이 아니라, 매달 결제하는 ‘구독료’의 크기로 결정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반면, 이러한 ‘유료 자문단’을 고용할 여력이 없는 개인이나 영세 기업은 무료 검색엔진과 공공 도서관 수준의 정보에 의존하며, 저만치 앞서가는 경쟁자들의 등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결국 AI는 기존의 부의 격차를 더욱 빠르고 가파르게 벌리는 가속기(Accelerator) 역할을 하고 있다. 경제력의 차이가 곧 정보력과 생산성의 차이로 직결되는,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이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만든 도구가 모두를 위한 자전거가 되길 바랐지만, 결과적으로 소수에게만 허락된 로켓이 되고 있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김영기 위고컴퍼니 대표이사
*[AI가 주도하는 미래] 4회차 주제는 ‘AI 시대의 새로운 계약 :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입니다.
출처 : E동아(https://edu.donga.com) 김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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