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주도하는 미래

⑥ 알고리즘의 편견 : AI는 공정한 심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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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기계나 AI가 인간보다 공정할 것이라고 믿는다. 인간은 감정에 휘둘리고 편애를 하지만, 차가운 코드로 이루어진 AI는 오직 데이터에 근거해 '객관적인 중립'을 지킬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AI가 추천해 주는 뉴스, 영상, 검색 결과를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


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이것은 위험한 착각이다. AI는 운동장의 중앙에서 호루라기를 부는 공정한 심판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여주며 눈과 귀를 가리는 ‘보이지 않는 편애자’에 가깝다.


이유는 간단하다. AI 알고리즘이 설계된 궁극적인 목표가 ‘공정성(Fairness)’이나 ‘진실(Truth)’이 아니기 때문이다. AI의 유일한 목표는 오직 ‘효율성(Efficiency)’이다. 여기서 말하는 효율성이란, 사용자를 플랫폼에 1초라도 더 오래 머물게 하고, 한 번이라도 더 클릭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의 지인이 겪은 일화다. 중학생 자녀를 둔 그는 아이의 유튜브 화면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처음엔 공부 영상을 보던 아이의 화면이, 며칠 만에 ‘학교는 필요 없다’, ‘세상은 조작됐다’는 식의 음모론 영상으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이는 아이의 선택이 아니었다. AI가 추천하는 자극적인 영상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알고리즘이 만든 거짓 세상을 진실로 착각하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무서운 건, 아이 스스로는 자신이 편향된 정보에 갇혔다는 사실조차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알고리즘이 가진 ‘상업적 본능’이다. 인간의 뇌는 차분하고 지루한 진실보다, 화나게 하거나 두려움을 주는 자극적인 정보에 훨씬 더 강하게 반응한다. ‘체류 시간’을 늘려야 하는 AI 입장에서, 공정하고 드라이한 팩트는 매력 없는 상품이다. 그래서 AI는 우리의 본능을 자극하는 ‘불량식품(자극적이고 편향된 정보)’을 끊임없이 골라내어 화면에 띄운다.


그 결과,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는 감옥에 갇히게 된다. 내 생각과 다른 의견은 차단되고, 나의 편견을 사실로 믿게 만드는 정보만이 공급된다. 우리가 공정한 심판이라고 믿었던 AI가, 실은 나의 편협함을 무한히 증폭시키는 거울 노릇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제 우리는 물어야 한다. 나를 위해 존재하는 줄 알았던 이 똑똑한 알고리즘이 실은 나를 편협한 세상에 가두고 있다면? 우리가 믿었던 심판이 사실은 가장 불공정한 판정을 내리고 있다면? 이제 우리가 그 심판에게 ‘새로운 룰’을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김영기 위고컴퍼니 대표이사


*[AI가 주도하는 미래] 7회차 주제는 ‘블랙박스 사회: AI는 어떻게 생각하는가’입니다.


출처 : E동아(https://edu.donga.com) 김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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